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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15일(이하 현지시간) 김 제1부부장이 지난 주말 밤 발표한 담화는 미국과의 협상에 진척이 없어 생긴 분노의 화살을 한국으로 돌리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정치학을 강의하는 북한 전문가 에드워드 하월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는 한국, 미국과의 관계개선에 진전이 없어 화가 난 북한이 근원적인 분노를 가리려는 담화였다”고 평가했다.
이어 하월은 “북한이 잇단 미북정상회담, 남북정상회담에도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자 대화를 원하는 것처럼 보이기보다는 오히려 도발을 계속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처럼 지금 북한이 드러내는 분노는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기대했던 제재 완화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서 얻어내지 못한 채 협상이 결렬되면서 시작됐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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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북한이 남북협력사업에 반대하는 미국에 반발하지 않고 원조형 지원만 제안하는 문재인 대통령에게 불만이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고 지적하면서 “북한은 아마도 또 다른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약간의 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CNBC 방송도 이날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존 박 교수의 말을 인용해 “제1부부장의 담화가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벌인 정상 간 외교의 실패에서 북한이 느낀 좌절감일 읽힌다”고 보도했다.
한편 지난 2018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을 거치며 평화의 메신저라는 별명을 얻었던 김 제1부부장이 최근 남북관계 파국의 주역으로 떠올랐다.
김 제1부부장은 지난 3월 3일 ‘청와대의 저능한 사고방식에 경악을 표한다’ 제목의 담화를 발표하며 청와대의 북한 화력전투훈련에 대한 유감 표명을 맹비난했다.
이어 4일 담화에서는 대북전단을 살포하는 탈북민을 ‘쓰레기’, ‘똥개’ 등 거친 표현으로 난타하며 불쾌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특히 남측이 제대로 조치하지 않는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까지 나아갈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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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김 제1부부장이 남북 간 통신선을 전면 차단하고 대남사업을 대적사업으로 전환한 것은 북한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라고 할 수 있는 ‘혁명 업적’을 쌓기 위함이다.
내부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김 제1부부장이 오빠(김정은 국무위원장)처럼 군에서부터 정치를 시작할 수는 없지만, 아버지와 같이 선전선동부에서 권력을 넓혀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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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현재 김 제1부부장의 권력 확장을 위해 전개되고 있는 선전선동부의 일련의 조치들은 그를 후계자로 세우기 위한 작업은 아니라는 게 복수 북한 고위 소식통의 증언이다.
김 제1부부장이 예고한 대로 16일 오후 북한이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청파를 폭파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남북 정상이 합의한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설치된 일종의 외교공관이다. 북한의 이번 조치로 지난 2018년 9월14일 개소한 남북연락사무소는 1년9개월 만에 사라지게 됐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개성공단 내 남북연락사무소가 완파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