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發 '탄소청구소' 날아온다…발등에 불 떨어진 철강·車

철강, 알루비늄, 비료업체 타격 불가피
철강업체 4000억~5500억원 비용내야
2035년 휘발유·디젤차량 사실상 퇴출
  • 등록 2021-07-15 오후 4:27:31

    수정 2021-07-15 오후 9:29:13

[이데일리 김상윤 손의연 박순엽 기자] 유럽연합(EU)이 ‘탄소 청구서’를 꺼내 들었다. 2026년부터 철강 등 5개 품목은 EU에 수출할 때 탄소 부담금을 내야 한다. 우리 철강업계로선 최대 5500억원 상당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사실상의 직격탄을 맞게 된 셈이다. 대(對) EU 수출액 대비 5~16%에 달하는 금액이다.

자동차업계 역시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등 내연기관 수출이 사실상 어려워지게 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4일(현지시각) 회원국 밖에서 수입되는 제품에도 탄소 배출 비용을 부과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획기적인 탄소배출 감축 계획인 ‘핏 포 55’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AFP)
◇철강업종 4000억~5500억원 비용 내야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도입 등을 포함한 ‘핏 포 55(Fit for 55)’를 발표했다. 핏 포 55란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30년까지 1990년 대비 최소 55% 감축한다는 게 요지다.

이 가운데 CBAM은 EU 내 생산제품보다 탄소배출이 많은 수입품에 대해 탄소비용을 부과하는 제도로, EU는 다른 나라에 비해 적극적으로 실질탄소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U 내 제조업체들이 탄소비용 부담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등 역차별을 막기 위해 마련한 조치다. 다른 나라 기업엔 일종의 ‘무역장벽’이 된 셈이다.

EU는 관세 성격의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식이 아닌 ETS(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결해 탄소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을 택했다. EU 제조업체는 탄소배출량이 EU 내 규정된 기준보다 많으면 탄소배출권을 구매해야 하는데, 해외 수출업체에도 똑같이 부담을 주는 방식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수출업체는 ‘인증서’를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그만큼 추가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EU는 일단 2023년 1월1일부터 철강을 비롯해 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기 등 5개 분야에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2023~2025년에는 신고만 하면 되지만, 2026년부터는 탄소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철·철강, 알루미늄, 비료 등이 영향을 받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철·철강의 대 EU 수출액은 15억2300만달러, 수출물량은 221만3680t으로 5개 품목 중 가장 많다.

알루미늄이 수출액 1억8600만달러, 수출물량 5만2658t으로 뒤를 이었으며 비료는 수출액 200만달러, 수출물량 9214t에 그쳤다. 시멘트와 전기는 수출액이 0달러다.

EY한영회계법인은 올해 1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3년 EU가 탄소 관련 비용을 t당 30.6달러로 부과할 경우 철강업계는 약 1억4190만달러(1600억원)의 탄소국경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산됐다. 수출액의 약 5%에 달하는 금액이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고 있어 관련 비용은 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린피스가 1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비용을 t당 75달러로 적용할 경우 국내 철강업계가 부담해야 할 비용은 3억4770만달러(3999억원)에 달한다. EU집행부는 2030년 탄소배출권 금액이 1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는데, 이 경우 철강업계가 부담할 비용은 4억7280만달러(5438억원)까지 치솟는다. 수출액 대비 16.67%에 달하는 금액이다.

철강업계는 탄소중립에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수는 없다. 아직 국내에서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기반이 충분히 마련돼 있지 않은데다, 제련과정에서 직접적으로 나오는 탄소를 줄이는 방법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한다는 당위성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상 무역장벽으로 쓰일 가능성이 있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번 EU의 제안이 실현되려면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협상, 승인이 필요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내고 “EU 제도가 WTO 원칙을 해치지 않도록 미국과 인도, 러시아 등 관련국과 국제공조를 강화해야 한다”면서 “국내에서 운영 중인 탄소 배출권거래제 등 탄소 저감 제도를 근거로 EU 제도 적용에서 제외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탄소배출을 감소시키는 기술혁신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요구했다.

박진규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오른쪽)이 15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철강·알루미늄 기업 임원들과 화상간담회를 갖고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35년부터 휘발유·디젤 차량 퇴출

EU가 발표한 방안에는 내연기관 퇴출안도 담겼다. 자동차업계는 2035년부터 EU 내 휘발유·디젤 차량 판매를 사실상 할 수 없게 된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수소·전기차 업종 전환을 가속화하고 있어, 리스크 관리에 나설 수 있다는 반응이다.

현대차는 2025년 전기차 56만대 판매를 달성하고, 2040년까지 유럽, 미국, 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제품 전 라인업을 전동화하겠다는 종전의 전략을 차질없이 이행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기아차 역시 유럽과 국내, 북미, 중국 등 주요 선진시장에서 2030년 85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전기차 판매 비중을 34%까지 끌어올리는 종전 목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할 계획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EU 내부에서도 반발이 있고 EU 의회 통과 등 절차가 남아 있다”면서도 “자동차, 부품업체들이 전동화 전략 가속화에 열을 올리는 계기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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