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 건설사가 사업 뛰어들게 만들 공급대책 나오려면

  • 등록 2024-01-31 오후 8:12:52

    수정 2024-01-31 오후 10:04:23

[이데일리 김아름 기자] 적절한 보상은 어떤 일을 하게 하는 가장 큰 유인이 된다. 초등학생인 기자의 아들에게 ‘숙제를 마치면 게임을 하고 영상을 볼 수 있다’는 규칙을 정해줬다. 그러자 아이는 휴일 아침에도 눈을 뜨자마자 책상 앞에 앉아 숙제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인상으로 인해 공사비가 계속 상승하자 건설사들이 선뜻 공사에 나서지 않는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지난해 아파트 착공 실적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11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는 급하게 건설경기 보완을 위해 주택공급 확대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만 부는 상황이다.

서울에는 더 이상 공급할 택지가 없어서 재건축을 통한 공급에도 나섰다. 이를 위해 준공 후 30년이 지난 아파트는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절차를 시작하고, 재건축 사업 추진 9단계 중 초기 6단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해 재건축 속도를 파격적으로 당기는 내용의 당근책을 내놨다. 재건축 속도가 빨라지는 게 과연 건설사들이 착공에 뛰어들 수 있는 적절한 보상일까.

최근 ‘신반포 27차 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의 경우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임에도 어떤 건설사도 나서지 않아 유찰됐다. 총 2개 동, 210가구를 재건축하는 소규모 사업장으로 수익성 측면에서 매력이 없다는 분석 때문이다. 건설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선별수주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사업성이 좋은 것이 최고의 유인책이 될 수밖에 없다. 초등학생도 자신의 선호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는데 하물며 업황이 악화 돼 유동성 확보와 경영안정이 최대 화두로 떠오른 기업들에 적절한 보상 없이 사업을 진행하라는 정책이 효과가 있을 리 만무하다.

특히 사업성을 개선해 준다고 하면서 한쪽에서는 공공기여분을 과도하게 요구하는 정책을 내놓는 것도 문제다. 31일 정부가 발표한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시행령 제정안’에 따르면 용적률은 법정 상한의 150%까지 올릴 수 있게 됐다. 주거지역의 용적률 상한선은 200∼300%이고 준주거지역은 500%로 이를 각각 최대 450%, 750%까지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사업성이 좋아진 것 같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용적률 초과 인센티브를 받으려면 공공기여분을 40~70%까지 내놔야 하기 때문이다. 사업성을 높이겠다는 건지 떨어뜨리겠다는 건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사업하는 주체인 조합 입장에서는 절반 가깝게, 혹은 그 이상을 공공에서 가져가면 얼마나 남겠느냐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만약 우리 아이에게 ‘숙제를 하면 우리 가정의 공익적인 일을 위한 심부름을 하게 해주겠다’고 이야기를 했으면 자발적으로 숙제를 하기는커녕 심부름은 절대 하기 싫다고 손사래를 치며 도망가지 않았을까 싶다. 건설사를 포함한 사업 주체들에게 최대 70%의 공공기여를 해야 용적률을 추가로 높여주겠다는 이번 대책을 보고 각 이해 당사자들이 과연 자발적으로 재건축·재개발에 뛰어들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 상황에서 재건축·재개발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사업성이다. 사업성 문제를 해결해 주지 못한다면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는 공염불에 불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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