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혹한 동물학대 왜 계속…"약자 범죄로 이어질까 걱정"

마포·관악구 등에서 고양이 사체 잇따라 발견
부검 의뢰·목격자 탐문 나섰지만…'수사 난항'
전문가 "경각심 필요…범인 추적해 처벌해야"
  • 등록 2020-06-18 오후 5:01:49

    수정 2020-06-18 오후 5:01:49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동물학대 범죄에서 더 나아가 약한 아이, 여성, 노인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까 너무 걱정돼요.”

최근 동물학대 사건이 잇따라 사회적 공분을 사며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관악구에서 길고양이 학대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22일에는 난곡동에서 복부가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사진 왼쪽).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에 따르면 앞서 3월에도 길고양이가 불에 그을리고 가죽이 벗겨진 채로 발견돼 병원에 이송됐다가 숨을 거뒀다(사진 오른쪽).(사진=제보자 제공)


초등학교·아파트 앞에서 잇단 사건…“경각심 필요”

서울 관악경찰서는 지난 16일 살해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양이 사체 2구가 발견됐다는 신고를 받고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수사에 착수했다. 추가 범행을 막기 위해 적절한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새벽 관악구 난곡동 한 복지관 인근에서 임신한 고양이의 복부가 훼손된 채로 발견됐다. 같은 달 30일에는 관악구 신사동에서 오른쪽 뒷다리가 훼손된 새끼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관악구에서는 이달 초에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곳에 흉기가 놓여져 있고 아파트 단지에서 새끼 고양이 여러 마리가 한 번에 죽은 채 발견되는 일들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관악길고양이보호협회(길보협) 관계자는 “수의사에게 사체 분석을 의뢰하니 ‘해부 구조를 잘 알거나 이미 (학대)경험이 있는 자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추측하더라”고 전했다. 이어 “사건이 일어난 곳은 초등학교 바로 앞”이라며 “(아이들이 있는) 초등학교 앞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났는데 안일하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인근 주민들 역시 불안을 호소했다. 동작구에서 활동하는 ‘캣맘’(길고양이를 돌보는 사람) 백모(28)씨는 “바로 옆 동네에서 그런 사건이 일어났는데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고 해 불안한 마음”이라고 호소했다. 백씨는 “동물학대 전력을 가진 살인자들이 ‘어렸을 때도 잔인했다’고 소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사건도 충분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범죄로 번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하루 빨리 범인이 잡혀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서울 마포구에서도 아파트뿐 아니라 상가, 주차장 일대에서 훼손된 고양이 사체가 발견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마포경찰서는 지난 4일 연이은 사체 발견에 대해 “동일 인물의 소행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전담 수사팀을 꾸려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 12일에는 서울 종로구 동묘시장에서 길고양이를 붙잡아 쇠꼬챙이로 찌르는 등 학대가 의심된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내사에 들어갔다.

지난달 30일 서울 관악구 신사동 한 주차장에서 오른쪽 뒷다리가 훼손된 새끼 고양이 사체가 발견됐다. 관악구길고양이보호협회 활동가 A씨는 “죽은 새끼 고양이의 어미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사체 주변을 지켰다”며 “부검 의뢰를 위해 사체를 데려갈 때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사진= 제보자 제공)
동물학대 인식 개선됐지만 여전히 수사 난항

최근 동물학대범에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며 동물학대범죄에 실형이 선고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마포구 경의선 숲길에서 고양이 ‘자두’를 바닥에 내리치는 등 학대해 죽음에 이르게 한 정모(40)씨에게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징역 6월을 선고했다. 정씨는 1심 직후 항소했지만 지난 2월 2심 재판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난 4월에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 한 주택가에서 주인과 산책을 나왔다가 길을 잃은 반려견 ‘토순이’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모(28)씨가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징역 8월을 선고받았다.

문제는 이번 사건에서 사체 발견 장소 주변에 폐쇄회로(CC)TV가 없어 범인 특정 자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관악길보협 활동가 김모(34)씨는 “길고양이들이 밥을 먹고 쉬는 공간에서 사건이 일어났지만 CCTV가 없어 범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번 사건 이후 근처 CCTV들을 다 확인했는데 제대로 설치가 돼있지 않은 곳도 많고 CCTV는 있지만 꺼져 있어 녹화가 제대로 되지 않은 곳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활동가는 “솜방망이 처벌도 문제지만, 일차적으로 범인이 잡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경찰 관계자도 “현장에 CCTV가 없던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라며 “구청과 협의해서 길고양이들에게 급식을 주는 지정된 공간에 CCTV를 설치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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