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유통기업, 취준생도 고객이다

  • 등록 2017-10-25 오후 4:45:37

    수정 2017-10-25 오후 4:45:37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현대백화점 ‘캠퍼스 리쿠르팅’ 전형은 인사담당자가 직접 학교를 방문하는 채용 프로그램이다. 이른바 ‘스펙’(학력·학점·토익 점수 따위를 합한 것)을 배제하고, 면접관이 지원자를 직접 만나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평가하겠다는 취지다. 낡은 면접 스타일을 벗어 던진 ‘착한’ 면접인 셈인데, 정작 취업준비생들 사이에서 구설수에 올랐다. 면접 중 몸매 얘기를 꺼낸 게 화근이 됐다.

수영을 했다는 지원자 말에 현대백화점 면접관은 “수영 열심히 해도 살은 잘 안 빠진다”며 웃었다. 지원자는 이를 자신의 몸매를 지적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집에 와도 불쾌감이 가시지 않아, 현대백화점 인사과에 항의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결국 해당 면접관이 지원자에게 전화를 걸어 해명을 했다. ‘아이스 브레이킹’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으로, 수영을 하는 아줌마들이 그렇다고 말한 게 오해를 불렀다는 것이다.

현대백화점 측 해명대로 오해일 수 있다. 농담의 방향이 지원자가 아닌 ‘아줌마들’로 향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농담이 나온 자리가 면접장이었다는 게 문제다. 지원자의 실무능력과 가치관 등을 살펴보는 자리에서 나올 얘기치곤 발언의 무게가 가볍다. 애꿎은 아줌마들을 들먹이기엔, ‘삶을 평가하겠다’는 현대백화점의 면접 취지가 너무 거창하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이번 하반기 신입사원을 1340명 채용한다. 지난해 1030명에 비교해 30% 가까이 늘었다. 취업문이 바늘구멍만큼 좁아진 현실에, 현대백화점의 채용확대 정책은 취준생에게도 희소식이다. ‘청년 실업난 해소’를 내건 문재인 정부의 기조와도 들어맞는다. 각종 유통규제와 경기 불황에도 취업문을 넓힌 현대백화점의 결정을 당연시해선 곤란하다.

다만 취재과정에서 만난 취준생들은 “변화에 가장 민감해야할 유통기업이 정작 면접스타일만큼은 구식”이라고 입 모아 푸념했다. 흘려들을 소리가 아니다. 말로만 외치는 ‘스펙 타파’는 공허하다. 수 천명의 지원자들이 유통기업의 가장 큰 잠재고객이란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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