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모 맞춰 과징금 매기자니…"법제화해야" vs "역차별"

규모 대비 과징금 비중…대기업 0.17% vs 소상공인 22%
“대기업이라고 왜 역차별 받나”…기준 마련도 ‘난관’
미국·독일 등 기업 규모 간접반영…일본도 일부 차등화
과징금 고시 바꾼 공정위…中企는 ‘법제화’ 요구
“中企 감면 사회적 합의 있다면 상위법에 규정해야 작동”
  • 등록 2022-02-23 오후 7:47:14

    수정 2022-02-23 오후 8:44:54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23일 충남 천안시 신세계백화점 앞에서 열린 ‘첨단산업 중심 충남, 이재명은 합니다’ 천안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공약한 `기업 규모에 따른 과징금 차등화`를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온도 차가 뚜렷하다. 하지만 공정거래법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히 갈리는 데다 이에 대한 기준을 만들기도 어려워 결론을 내기까지는 상당한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기업규모·과징금 비율…대기업 0.17% vs 소상공인 22%

23일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가 발표한 대통령선거 정책공약집에는 `소상공인·대기업 등 각각의 수준에 맞는 과징금 체계로 불법행위 억제 효과 확대`가 공정위 관련 공약으로 포함됐다. 이 후보가 작년 경기도지사 재임 시절 재산·소득 등 경제력에 비례해 개인 벌금을 달리하자며 제안했던 재산비례벌금제의 기업 버전인 셈이다.

담합,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부당내부거래 등 기업 불공정행위를 규제하는 공정위는 대부분 불법행위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과징금을 부과한다. 거래 규모가 큰 대기업이 중소기업보다 많은 과징금이 부과될 확률이 매우 높은 셈이다.

문제는 과징금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다. 부당이득 환수만 고려하면 현 과징금 체제에 문제가 없지만, 위법 억제효과까지 기대할 경우 규모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대기업은 특정부문 위법행위로 과징금을 내도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으나 소수 사업만 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은 관련 매출액이 곧 회사 전체 매출일 가능성이 크다. 과징금을 통한 억제 효과 체감 수준이 크게 다를 수 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2020년 발간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11~2017년 평균 매출액 대비 평균 공정위 과징금 금액 비중이 대기업은 0.17%에 불과했으나 소상공인은 22.30%에 달했다. 장우현 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구보고서에서 “과징금 자체를 주된 공정경제 구현의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큰 규모의 기업들에 대한 과징금 산정금액은 상당 수준 높게 책정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이라고 왜 역차별 받나”…기준 마련도 난관

반대도 만만치 않다. 기업 규모를 고려한다는 이유로 기업 총매출액 등을 기준 삼아 과징금을 산출할 경우 잘못한 행위에 대해 지나치게 무거운 제재를 부과할 수도 있기 때문. 중소기업이 규모가 작다는 이유만으로 약하게 처벌받아야 하느냐는 반론도 있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실제 공정위는 2004년 이전에는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 기업 전체 규모를 고려할 목적으로 총 매출액 기준으로 기본과징금을 산정했다. 하지만 대기업의 작은 위법행위에 너무 큰 과징금이 부과되자 법원이 비례원칙에 벗어난다면 제동을 걸었다. 감사원·국회도 산정 기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일 것을 요구하면서 현재와 같은 관련 매출액이 기준이 됐다.

대기업을 회원으로 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관계자는 “관련 매출액을 기본으로 하는 현행 공정위 과징금 체계에서도 충분히 기업 규모에 따른 차등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업 규모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크게 가중제재를 받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반박이다.

만약 규모에 따른 차등제재를 한다면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도 숙제다. 서울지역 한 사내변호사는 “차등화를 하려면 기준을 마련해야 할 텐데 사회적 공감대를 만드는 것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독일 등 해외 경쟁당국은 과징금 책정 시 기업규모를 간접 반영한다. 미국은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 벌금을 책정할 때 회사 직원이 5000명 이상이면 5점, 1000명 이상이면 4점, 200명 이상이면 3점 등으로 가산한다. 독일 연방카르텔청은 과징금 부과 한도 설정 시 기업집단의 총 매출액의 10%를 절대 부과한도로 설정하고 이후 기업집단 연 매출에 따른 구간별 승수를 곱해 최고 과징금 부과수준을 정한다.

과징금 고시 바꾼 공정위…中企는 법제화 요구

공정위도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과징금 고시를 개정하며 중소기업의 경우 마지막 `부과과징금 결정` 단계에서 30% 감면하고 더 필요할 경우 50%까지 감면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고시에 `기업의 규모`가 감면 고려사항 정도로 기재된 것과 비교해서는 진일보한 규정이다. 지난해 12월30일부터 시행된 새 공정거래법으로 대부분 위법행위 과징금 부과율이 2배 이상 높아진 점과 중소기업 요청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다만 중소기업 측 반응은 여전히 미심쩍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감면요소가) 독립적인 요소로 고려되는 것이 아니라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다양한 사유 중 일부에 불과하다”며 “부과 과징금 결정 시 타 고려요소와 별도로 산정 기준에 중소기업 감액 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주장한다. 또 중소기업 등 소규모 사업자에 대한 의무 감면 내용이 공정거래법이나 시행령 등에 포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도 만약 중소기업 감면이 사회적 공감대를 이뤘다면 상위법에 명시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감사원 등의 감사를 받는 공정위가 고시에 있는 조항이라고 해서 중소기업을 쉽게 감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국회에서 합의를 마친 뒤 아예 상위법에 관련 내용을 명시해야 공정위에서도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측은 이를 중장기 과제로 추진하겠단 입장이다. 채이배 민주당 선대위 공정시장위원회 공동위원장은 “대기업은 과징금을 강화하고 소상공인은 적정하게 가자는 원론적 입장”이라며 “중장기 과제로 생각하고 있으며 기초통계 수집과 분석부터 시작한 후 법 개정을 고민해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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