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소통 부족한 표준감사시간 도입, 진통 불가피?

3만개 이상 외부감사 대상인데…심의위 회의는 5차례
기업들 “초안에 의견 반영 부족…공청회도 일방적”
남은 일정 한달 남짓, 제정안 두고 논쟁 불거질 듯
  • 등록 2019-01-15 오후 5:32:46

    수정 2019-01-15 오후 5:32:46

지난 11일 서울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표준감사시간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서 토론회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사진=이명철 기자)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수술 (시간)은 의사가 가장 잘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의 영역이 아니므로 타협의 대상이 될 수도 없다.”

“수술 시간은 의사 능력에 따라 달라지고 막상 시작하면 오래 걸리거나 짧아질 수도 있다. 일률로 정하는 것도 설명이 안된다”

표준감사시간 제도와 관련해 난데없는 ‘수술론’이 불거졌다. 외부감사를 수술로, 감사인인 회계사와 감사대상인 기업은 각각 의사와 환자로 비유한 셈이다. 그런데 ‘수술 시간’을 어떻게 정할지에 대해 이해관계자 사이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당장 올해부터 순차 적용해야 하는데 최종안 확정까지 상당부분 진통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촉박했던 일정…이틀 전에야 내용 건네”

표준감사시간이란 기업들이 외부감사를 받을 때 시간을 규정한 것을 말한다. 한국공인회계사회를 주축으로 표준감사시간심의위원회(이하 심의위)를 구성하고 제정을 준비 중이다.

지난 11일 서울 서대문구에 위치한 한공회 사옥에서는 표준감사시간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지만 뒷말이 무성하다.

우선 공청회라는 성격 자체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한공회는 이날 1차 공청회 후 내달 18일 2차 공청회를 열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일부 참석자들은 이날은 공청회가 아니라 초안을 발표하는 자리에 지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외부감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한공회는 심의위 의결을 거친 표준감사시간 제정안을 20일 이상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고하고 공청회를 열도록 했다. 한공회는 사전 인터넷 공고 없이 처음 표준감사시간 초안을 공개했기 때문에 공청회가 아니라는 게 일각의 지적이다.

공청회란 제도를 확정한 후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듣는 자리다. 표준감사시간이 아직 초안일 뿐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공청회라는 의미 부여를 경계하는 시각 때문으로 풀이된다.

초안 발표 후 이뤄진 토론 참석자 구성에서도 배려가 부족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기업 단체들에 따르면 행사가 열리기 3~4일 전에야 토론자 섭외 요청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협회의 경우 급히 회원사 재무 담당자를 알아봐 수요일(9일)이 돼서야 초안을 건네줬다. 상장사협의회는 기업 담당자들이 의견을 내기 위해 준비할만한 시간 부족을 이유로 아예 토론자를 추천하지 못했다. 직접 협의회측에서 토론회에 참석하는 방향을 타진했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초안 나오자 “객관적 근거 공개하라” 지적

표준감사시간 산정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심의위는 지난 1년여간 표준감사시간 제정을 위해 5차례 회의를 열었다. 심의위에는 상장사협의회나 코스닥협회도 포함됐지만 기업측 의견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실제 공청회에서는 표준감사시간 초안의 문제점을 따지는 기업측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한공회는 표준감사시간 대상 기업을 6개 그룹으로 나누고 단계적으로 적용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그룹 중 소속 주식시장(유가증권·코스닥)과 업종별, 기업 규모별 차이에 따른 감사시간 적용이 과연 합당한지에 대한 의문이 주를 이뤘다. 토론회 중에서는 기업 규모와 업종이 같은데 코스닥 상장사라는 분류 탓에 유가증권시장보다 연간 감사시간이 400시간 이상 차이난다며 객관적인 산출 근거를 요구하는 발언이 나오기도 했다.

공청회에 참석했던 한 기업측 관계자는 “3만3000여개 기업의 평균 감사시간을 정하고 지키지 않는다면 제재를 가하는 제도인데 몇 차례 회의로 확정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객관적이고 세분화된 업종 구분과 업종 계수 등 기업 현실을 반영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청회 전 2주간 의견 청취…갑론을박 예상

한공회는 오는 18일 심의위를 열어 제정안을 심의하고 21일 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후 약 2주간 의견 청취 기간을 거쳐 내달 11일 공청회를 열 방침이다. 남은 시간이 한 달도 채 안 돼 시간이 촉박한 편이다. 이 와중에 심의위원들에게는 언론에 일정을 발표하고 사흘이 지난 14일에야 심의위 참석 여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측에서는 제정안이 발표되면 초안 당시 제기됐던 문제점들을 가지고 정면 반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제정안 확정까지 상당한 의견 충돌이 불가피함은 물론 기한 내 합의안이 도출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이미 표준감사시간은 지난해 11월 초안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이해관계자들간 의견이 좁혀지지 않아 해를 넘기기도 했다.

한 기업단체 관계자는 “회계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취지에는 기업들도 동의하고 단순히 비용 부담이 늘어난다고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기업들의 의견도 적극 수용해 현실을 잘 반영한 제도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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