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빈' 지분헌납한 이상직…'독이 든 성배' 받은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긴급 기자회견 열고 "지분 38.6% 헌납"
최종구 이스타 대표 "제주항공, 인수절차 서둘러달라"
M&A 이행 요구만..인수 계약·임금 체불 해결책 無
  • 등록 2020-06-29 오후 7:38:44

    수정 2020-06-29 오후 9:31:09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왼쪽 두 번째)와 김유상 이스타항공 경영본부장이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인수·합병 관련 긴급 기자회견에서 인사하고 있다.


[이데일리 이소현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1위 제주항공(089590)과 이스타항공의 인수·합병(M&A) 작업이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이스타항공이 2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인수 작업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인수에 대한 의사 표명을 확실하게 해달라며, 만약 최악의 상황(파산)이 현실화한다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타항공의 이날 긴급 기자회견은 전날 밤에 이스타항공의 창업자이자 이스타홀딩스 최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결정으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이 의원은 이날 두 자녀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38.6%(약 410억원 상당)를 모두 이스타항공에 헌납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제주항공을 압박했다.

이번 긴급 기자회견은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기로 한 제주항공과 상의하지 않은 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구체적인 지분 헌납 방식과 경영자의 의무로 당연히 해결해야 할 임금 체불에 대해선 “돈이 없다”며 제주항공에 약속한 M&A에 조속히 나서라고 되풀이 했다. 코로나19로 경영 환경 악화인 상황에서 이스타항공 250억 규모 임금 체불 등까지 떠안아야 하는 제주항공은 당혹감에 휩싸였다.

최종구 이스타 대표 ‘최후통첩’…“제주항공, 인수 서둘러달라”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가 회사를 포기하고 헌납까지 하게 된 상황에 회사를 대표해 송구함과 안타까움을 표한다”며 “제주항공이 당초 약속한 대로 진정성을 가지고 인수 작업을 서둘러주기를 1600명 임직원과 함께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대주주가 헌납한 지분을 토대로 제주항공이 조속한 매각을 결정하면 임금 체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 대표는 “오늘이 M&A 딜의 마지막 날이고 현재 회사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에 (이 의원이) 회사와 임직원의 고용 문제를 모두 해결하고 딜이 성사되도록 하기 위해 결단을 내린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관계자는 “임금 체불 등과 관련해 도의적 책임을 통감하고 딜의 빠른 성사를 위해서 대주주의 지분 38.2%를 이스타항공에 무상으로 헌납하겠다는 것이 초점”이라며 “이번 지분 헌납으로 제주항공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200억원 안팎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이 인수 작업에 속도를 내서 확실한 의사표명을 해달라고 요청했다. 최 대표는 “당초 내걸었던 M&A 약속을 확실하게 이행해달라”며 “현재 이스타항공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일차적인 책임은 이스타항공에 있지만, 제주항공 역시 자유롭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주항공과의 M&A 진행에 따라 이스타항공은 정부지원을 받을 자격도 없이 시간만 보내고 있다”며 “이스타항공이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 한다면 제주항공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압박했다.

정부당국에도 지원을 요청했다. 최 대표는 “국민의 항공료 부담 완화, 항공여행 대중화에 큰 기여를 해온 국내 LCC업계는 최근 사면초가의 위기에 놓였다”며 “함께 피땀 흘려 일궈온 항공산업 생태계가 붕괴하기 전에 정부가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달라”고 요청했다.

임직원에게도 호소했다. 최 대표는 “이스타항공의 구성원은 전체가 하나로 똘똘 뭉쳐야 한다. 이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 앞에서 근로자와 사용자가 따로 없다”며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단합하고 합심해 위기를 반드시 돌파하자”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이스타항공 노조원들이 29일 오후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열린 이스타항공-제주항공 인수·합병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바라보고 있다.


◇“주식 모두 헌납” 방안 無…제주항공 반발


그러나 이스타항공은 이번 긴급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 일가의 주식 헌납 선언과 제주항공에 M&A 약속 이행에 대한 요구만 있었을 뿐 앞으로 인수 계약과 관련해선 제대로 된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와 두 명의 개인 주주가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51.17%(545억원)를 사들여야 한다. 앞서 이행보증금으로 이스타홀딩스에 115억원을 지불했다. 이 가운데 이 의원 일가 지분(38.6%)을 이스타홀딩스가 이스타항공에 주겠다는 게 이날 긴급 기자회견의 주된 골자다. 그러나 이스타항공이 가져간 주식을 제주항공이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과 임금 체불 건에 대해서는 “앞으로 제주항공과 논의할 것”이라는 게 이스타항공 측 설명이었다. 멈춰있던 M&A를 촉진할 수 있는 동력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이스타의 기자회견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업결합심사 외에도 계약서상에 명시된 타이이스타젯 지급 보증 해소 등 각종 선결 과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제주항공 측은 “임금 체불 건은 경영자로서 당연히 해결해야 할 의무이고, 자회사인 타이이스타 보증 건 등 선결과제가 많은데 이에 대해선 공문 등을 통해 공식적으로 전달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반면 최 대표는 “돈이 없어서 임금 체불 문제는 이스타항공이 해결할 수 없다”며 “제주항공이 요청한 선결과제는 양측 간에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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