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살려고 시작한 뮤지컬서 삶의 희망 찾았죠"

[데뷔 17년차 뮤지컬배우 차지연 인터뷰①]
"작품은 운명, 만나는 데는 이유가 있어"
연극·드라마…장르 불문 끝없는 변신
'잃어버린 얼굴 1895'선 명성황후 역할
"최대한 왜곡없이 인물 묘사하는데 중점"
  • 등록 2022-03-10 오후 7:40:20

    수정 2022-03-10 오후 8:30:30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작품을 만나는 건 운명이라고 생각해요. 특정한 시기에 어떤 작품을 만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죠. 지난해는 배우로서 재미있는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나 아주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어요.”

뮤지컬배우 차지연(40)의 최근 행보는 ‘도전’이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특히 지난해 그가 보여준 모습은 그야말로 변화무쌍했다. 젠더프리 캐스팅(성별에 상관없이 배역을 연기하는 것)으로 연극 ‘아마데우스’의 살리에리 역을 소화했고, 뮤지컬 ‘레드북’에서는 사랑스러운 안나로 변신했다. 드라마 ‘모범택시’에서는 강렬한 카리스마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5일부터는 조선의 마지막 황후인 명성황후로 무대를 다시 찾고 있다. 약 1년 반만에 다섯 번째 시즌 공연으로 돌아오는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3월 5~20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을 통해서다.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만난 차지연은 “지난 공연은 코로나19로 아쉽게 공연 기간을 다 채우지 못했는데, 같은 작품으로 금방 다시 만나게 돼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명성황후 역을 맡은 뮤지컬배우 차지연이 최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애정 가득한 작품”

‘잃어버린 얼굴 1895’는 단 한 장의 사진도 남기지 않은 명성황후(민자영)의 흥미롭고 미스터리한 삶을 실제 에피소드에 픽션을 가미해 만든 뮤지컬이다. 차지연은 2013년 초연을 시작으로 2016년 세 번째 시즌을 제외한 전 공연에서 명성황후 역으로 출연했다.

명성황후를 소재로 다양한 콘텐츠가 제작됐지만, ‘잃어버린 얼굴 1895’의 차별점은 명성황후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제시하며 관객 스스로 명성황후에 대해 생각하고 평가하게 한다는 점이다. 작품의 ‘롱런’ 비결이기도 하다. 차지연은 “역사적 인물이라 조심스러운 역할”이라며 “최대한 인물을 왜곡하지 않고 작품 속에서 묘사된 모습 그대로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잃어버린 얼굴 1895’는 여자 배우로서 보여드릴 수 있는 매력이 많은 작품이에요. 연기도 그렇고, 노래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무대 위에서 배우들과 함께 주고받는 호흡을 관객과도 함께 나누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돼요. 정말 마음을 쏟은, 애정 가득한 작품이죠.”

‘잃어버린 얼굴 1895’가 오랜 기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데는 시즌을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차지연의 연기도 한몫했다. 압도적인 가창력과 무대를 장악하는 연기력으로 정평이 나 있는 차지연의 저력은 ‘잃어버린 얼굴 1895’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그는 “무대 위에선 민자영이라는 인물로 서지만, 어떤 장면에서는 인간 차지연으로 살아온 삶이 맞닿는 지점이 있다”며 “그런 지점이 무대 위에서 터지는 순간이 많은 작품”이라고 털어놨다.

“시간이 지날수록 좀 더 담백해지고 싶기는 해요. 그러면서도 내면의 디테일은 깊어지고 싶어요. 어렵죠. 그게 배우로서의 숙명 아닐까요.”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잃어버린 얼굴 1895’ 2020년 공연 장면(사진=서울예술단)
“뮤지컬 통해 자신감 얻고 함께 성장해”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데뷔한 차지연은 ‘드림걸즈’ ‘서편제’ ‘레베카’ ‘광화문 연가’ 등 대형 뮤지컬의 주연을 꿰차며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최근엔 드라마 ‘모범택시’로 안방극장을 찾았고, 촬영을 마친 넷플릭스 시리즈 ‘블랙의 신부’에도 출연하는 등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그런 차지연도 무대가 생계를 위한 선택일 때가 있었다. 국악인 집안에서 태어나 가수를 꿈꿨지만, 어려운 가정형편에 돈을 벌기 위해 무대와 만났다. 하지만 바로 그 무대가 자신의 삶을 살게 만들었고, 지금까지 차지연이 무대를 찾는 이유가 됐다.

“어떻게 보면 먹고 살기 위해 뮤지컬을 시작했어요. 그런데 뮤지컬을 만난 뒤 제 삶 자체가 확 달라졌죠. 뮤지컬을 만나기 전까지 저는 늘 우울한 노래만 부르는 부정적인 사람이었어요. 제가 왜 세상에 태어난 건지, 나는 필요없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할 때도 있었죠. 그러나 뮤지컬이 삶의 희망을 줬기에 무대를 포기할 생각은 없어요.”

지금도 차지연은 뮤지컬과 함께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출연한 ‘레드북’이 그렇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를 무대로 한 ‘레드북’에서 차지연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살고 싶어하는 주인공 안나 역으로 이전에 보여주지 않은 사랑스러운 매력을 선보였다. 이 작품으로 지난 1월에 열린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을 거머쥐었다. 차지연은 “안나 덕분에 자신감을 얻고 함께 성장했다”고 말했다.

때마침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는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가 공연 중이다. 차지연은 “‘라이온 킹’ 포스터를 볼 때마다 데뷔 때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며 웃었다. 당시 차지연은 주술사인 개코원숭이 라피키 역을 맡았다. “어떻게 보면 흑역사인데요. 그래도 뮤지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20대 초반에 출연한 작품이라 소중한 기억이에요. 어떻게 분장했는지부터 의상을 입는 순서까지 다 기억나요.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다시 해보고 싶어요.”

뮤지컬배우 차지연은…

△1982년 대전 출생 △서울예대 연극과 중퇴 △2006년 뮤지컬 ‘라이온 킹’으로 데뷔 △대표작 ‘드림걸즈’ ‘서편제’ ‘레베카’ ‘위키드’ ‘마타하리’ ‘광화문 연가’ ‘잃어버린 얼굴 1895’ 등 △2010년 제16회 한국뮤지컬대상 여우신인상 △2011년 제5회 더 뮤지컬 어워즈 여우주연상 △2012년 제1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여우주연상 △2017년 제6회 예그린뮤지컬어워드 여우주연상 △2021년 SBS 연기대상 미니시리즈 장르판타지 부문 여자조연상 △2022년 제6회 한국뮤지컬어워즈 여우주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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