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원조는 음모"…권좌 지키려 구호물품 막은 대통령

"미국의 음모"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해외 원조 거부
베네수엘라 국민 "바나나 껍질 먹으며 연명…국제사회 도움 절실"
베네수엘라 군권력 주도권 누가 쥐느냐에 달려
  • 등록 2019-02-07 오후 5:01:11

    수정 2019-02-07 오후 5:06:13

△식량난과 경제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이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를 잇는 사이먼 볼리바르 국제다리를 건너고 있다.[사진=AFP제공]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극심한 경제난으로 식량과 의약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해외 원조를 거부하고 나섰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퇴진 압박을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해외 원조는 ‘미국의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6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는 전날 유조 탱크와 화물 컨테이너를 동원해 콜롬비아 국경도시 쿠쿠타와 베네수엘라 우레나를 연결하는 티엔디타스 다리를 막았다. 티엔디타스 다리는 지난달 23일 후안 과의도 국회의장이 지정한 구호물자를 받아들이는 세 거점 가운데 한 곳이다.

베네수엘라는 물가상승률이 수백~수천%에 달하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으로 심각한 경제위기를 겪고 있다. 난민은 3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과이도 의장 등 베네수엘라 야권과 미국·캐나다 등은 마두로 정부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마두로 정부는 해외의 구호물자 유입을 틀어막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RT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원조 물품 전달은 미국의 군사개입을 위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에서 일어났던 것처럼 제국주의는 죽음을 야기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일 군인들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도 “베네수엘라에 인도적 위기는 없다. 우리는 거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구호대를 가장한 외국 병력이 영토 안에 진입할 가능성를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사회는 마두로 대통령이 권력 다툼에 자국민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맹비난했다. 캐나다와 페루, 브라질 등 인접 국가들로 이뤄진 ‘리마그룹’은 4일 베네수엘라 정세를 협의하는 ‘리마 그룹’ 긴근회의를 열고 베네수엘라 정부에 “베네수엘라인들에게 필요한 물자가 전달되도록 보증하라”고 요청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도 트위터에 베네수엘라에서 선적용 컨테이너와 유류 운반용 차량 등이 도로를 막고 있는 사진과 함께 “베네수엘라 국민은 인도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와 콜롬비아을 잇는 티엔디타스 다리에 베네수엘라 정부가 구호물자를 막기 위한 유조 탱크와 컨테이너가 놓여있다. [사진=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트위터 캡처]
베네수엘라 국민들의 고통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8개월 전 베네수엘라를 떠난 레오네트는 로이터통신에 “우리 아이들은 끓인 바나나 껍질을 먹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신부전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32세 여성은 AP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며 마두로 대통령은 조속히 국경 봉쇄를 풀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번 구호물품 전달을 둘러싸고 베네수엘라 내부 권력 다툼도 본격화되고 있다. 마두로 대통령 퇴진운동을 이끌고 있는 과이도 의장은 베네수엘라 군부에 구호물품의 국내 반입을 허용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베네수엘라 공군의 프란시스코 야네스 장군은 과이도 의장 지지를 선언했지만, 아직 대부분 고위 장성은 마두로 대통령을 떠나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군이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에 베네수엘라 정권 교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전망이다. CBS는 굶주린 베네수엘라 군인들이 마두로 대통령에게 반기를 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마두로 대통령과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군부지도자와 달리 병사들은 다른 국민과 마찬가지로 생활고에 허덕이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장교는 한 군인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마두로 정부를 전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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