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물흐르 듯 답변을 내놓던 그가 오히려 모국어인 한국어 답변에 어려워했다.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의 별세와 둘러싼 민감한 질문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조 회장은 경영권·상속 문제 등에 대해 “가족 간 협의가 완료된 것은 아니다”라며 문제를 인정하는 태도를 취했다. 각종 추측으로만 제기되던 ‘경영권 분쟁’의 존재를 사실상 인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 “가족들과 협의 완료된 것은 아냐”..경영권 분쟁 ‘시사’
조 회장은 이날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IATA 서울총회 기자간담회에서 상속 문제에 대해 “가족들과 협의를 하고있다. 협의가 완료됐다고 말씀은 못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구체적 말씀을 드리기 어렵다. 결과를 지켜봐주길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조 회장을 총수로 지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원태·현아·현민 등 한진가(家) 내부 경영권분쟁의 불씨가 ‘현재진행형’이라는 의미로 분석된다.
조 회장은 아버지가 별세한 지 2주 만에 한진그룹 동일인(총수)에 올랐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의 동일인 지정 과정에서 그룹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지 못한 점이 드러나면서 어머니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3남매(조원태·현아·현민) 사이 지분 상속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우여곡절 끝에 공정위는 조 회장을 총수로 지정하며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 했다. 그러나 조 회장이 공식 석상에서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않았다는 점을 시사하며 3남매의 지분 상속과정에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 회장은 상속세 조달 방안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이런 언급을 하면 주가에 반영될 것 같다”며 “굉장히 곤란하다”고 답변을 거부했다. 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이 내야 할 상속세 규모는 2000억원대로 추정된다. 그러나 뚜렷한 조달 방안이 마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 “KCGI, 한진칼 주주일뿐..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자신감
조 회장은 당분간 ‘수송보국’의 기본철학을 유지하며 올해 크고작은 일을 겪으며 흐트러진 조직을 추스르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그는 “시대에 맞는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변화는 과감하게 하겠다”면서도 “기본철학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갑작스레 별세한 조 전 회장의 빈 자리를 추모하기도 했다. 조 회장은 “아직도 주변에 아버지가 계신 것 같다”며 “회사 미래를 위해 (회장직을) 수락했지만 아직도 마음이 허전하다”는 심경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