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안 보이는 아들, 음악 열심히 하니 밀어줬죠"

'2019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 시상식
발레리나 김세연 등 예술가 6인 부모 수상
"예술가의 위로, 어버이의 사랑과 희생 덕분"
  • 등록 2019-05-08 오후 5:49:22

    수정 2019-05-08 오후 5:49:22

문화체육관광부가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한 ‘2019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 시상식에서 박양우 장관(왼쪽)이 시각장애인 클라리네스트 이상재 나사렛대 교수의 어머니 조묘자(가운데) 씨에게 시상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80년대 후반 대학을 다닐 때 어머니께서 음악사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들으며 공부를 했다. 미국에 유학을 갔을 때도 어머니께서 2주 동안 강의실에서 연습실 가는 길이 어떻게 되는지, 식당에서 어디에 앉아 밥을 먹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신 덕분에 6년 동안 유학생활을 할 수 있었다.”

클라리네티스트인 이상재(51) 나사렛대 교수는 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2019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 시상식에서 어머니 조묘자(79) 여사를 이렇게 소개했다. 어릴 적 교통사고로 실명한 이상재 교수는 어머니의 아낌없는 지원 아래 음악을 전공할 수 있었다. 줄리아드 음대, 커티스 음대와 함께 미국 3대 명문 음악학교로 손꼽히는 피바디 음대에서 160년 만에 최초로 시각장애인 음악박사가 돼 화제가 됐다.

조묘자 여사는 아들을 향한 헌신과 희생을 인정받아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마련한 ‘2019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이날 시상식에 아들 이상재 교수와 함께 참석한 조묘자 여사는 “아들이 앞이 안 보이는데도 음악을 워낙 열심히 하니까 안 밀어줄 수가 없었다”며 “아들이 피바디 음대에서 시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음악박사가 됐다고 했을 때는 너무너무 고맙고 좋았다”고 소감을 말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한 ‘2019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 시상식에서 시각장애인 클라리네스트 이상재 나사렛대 교수가 어머니 조묘자 여사의 수상 안내에 눈물을 흘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날 시상식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와 스페인국립무용단 수석무용수를 거쳐 취리히 예술대 산하 국립무용원 초청안무가로 활동하고 있는 발레리나 김세연(40)의 어머니 조명상(79) 여사의 사연도 공개됐다. 조명상 여사는 넉넉하지 못한 형편에도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남대문 새벽시장에 나가 일하며 딸이 무용수로 부족함 없이 꿈을 펼칠 수 있도록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김세연은 “안무를 처음 시작했을 때도 발레리나로 오래 활동을 하다 새로운 도전을 했기에 잘 해낼 수 있을지 몰랐다”며 “자신이 없어 고민하고 있을 때 어머니께서 ‘아무 걱정 말고 하고 싶은 것 한 번 해봐라. 해보고 아니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힘을 주셨다”고 말했다. 조명상 여사는 “딸이 외국에서 음식도 제대로 못 먹고 항상 몸 관리를 하는 걸 보면 가엽다”면서도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하고 있으니까 늘 바라보고 있다”고 응원했다.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은 매년 어버이날을 계기로 어려운 여건에서도 자녀를 훌륭한 예술가로 키운 어버이께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달하기 위한 상이다. 1991년에 제정돼 올해로 29회째를 맞이했다.

올해는 이상재 교수의 어머니 조묘자 여사, 발레리나 김세연의 어머니 조명상 여사 외에도 시인 김용택의 시 세계에 원형적인 영향을 끼친 어머니 박덕성(91) 여사, 가난에도 불구하고 아들인 시인 나태주의 시집 출간에 쌀 10가마니 값을 쾌척하며 물심양면으로 도운 아버지 나승복(93) 옹, 빠듯한 살림에도 네 딸을 위해 가게 매장 한 귀퉁이에 연습공간을 마련해준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서울대 기악과 교수 어머니 최석순(82) 여사, 서춘영·서은영·서진희 세 자매를 국악인으로 키워내고 본인도 국악인의 꿈을 이룬 어머니 김정순(68) 여사가 수상자로 선정됐다.

박양우 문체부 장관은 “어버이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는 자랑스러운 예술가들을 만날 수 있었다”며 “이 자리에 계신 부모님들은 외롭고 힘든 예술의 길을 가는 자녀에 대한 걱정으로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겠지만 그 덕분에 국민들은 힘들 때마다 예술로 위로 받고 치유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세상의 모든 어버이가 위대하지만 예술가의 부모님이야 말로 정말 특별한 분들이기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드리고 싶다”며 “문체부도 앞으로 예술을 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만들어 예술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수상자들을 축하했다.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개최한 ‘2019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 시상식에서 시각장애인 클라리네스트 이상재 나사렛대 교수가 축하 공연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8일 서울 종로구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2019 예술가의 장한 어버이상’ 시상식에서 박양우 문체부 장관과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문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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