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칼 지분 처분권까지 내준 조원태…독배인가 축배인가

산은, 조원태 회장의 한진칼 지분 임의처분권 확보
"경영성과 나쁘면 언제든 지분 처분 가능"
왜 하필 한진칼에 자금 넣나..특혜논란 불붙어
채권단, 경영분쟁 백기사·무자본 인수 등 논란 불식해야
  • 등록 2020-11-18 오후 6:35:47

    수정 2020-11-18 오후 11:14:05

[이데일리 이승현 장순원 기자] KDB산업은행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에 대한 임의처분권을 확보했다. 산은은 조 회장이 담보로 맡긴 한진칼 지분 전부를 마음대로 처분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이다.

산은 입장에선 조 회장을 컨트롤하기 위한 확실한 견제장치를 마련했다. 반대로 조 회장은 확실한 경영성과를 보여주지 못하면 자칫 지분을 포함한 모든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뜻이다.

조원태 보유한 한진칼 지분 전부에 임의처분권

조 회장에게 가장 중요한 지분은 한진칼 보유주식 6.52%다. 이 지분으로 조 회장은 한진그룹을 지배한다. 조 회장은 산은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 8000억원을 지원받는 조건으로 자신이 가진 지분 전부를 담보로 내놓았다. 그런데 산은은 담보로 받은 조 회장 지분을 언제든 임의처분할 수 있는 조항을 계약조건에 넣은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성과가 떨어지는 경우 담보를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대주주 담보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이자를 제대로 갚지 못하거나 담보가치가 떨어지는 등의 특수한 조건에만 지분을 처분할 수 있는 게 일반적인 계약 조건”이라며 “경영 성과에 따른 임의처분권을 확보했다는 건 매우 이례적인 계약”이라고 말했다. 언제든 산은이 조 회장의 지분을 팔고 퇴진시킬 수 있는 실질적인 수단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물론 조 회장 지분 약 385만 중 326만주(84.32%)는 이미 다른 금융기관과 국세청에 담보로 제공돼 있다. 하지만, 산은이 대출을 갚아주는 방식으로 담보권을 해제하면 얼마든지 담보로 받은 한진칼 지분을 처분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조 회장 입장에선 경영능력을 발휘해 통합을 안정적으로 이끈다면 굉장한 기회가 되겠지만, 만약 문제가 생기면 한진칼 지분을 강제 처분하는 상황까지 몰릴 수 있다”면서 “조 회장은 칼끝 위에 선 기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칼 8000억원 투입 왜?

산은이 왜 아시아나 인수주체인 대한항공이 아니라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했느냐는 점도 논란이다. 산은은 제3자 배정으로 한진칼 지분 5000억원을 인수하고 영구채 3000억원을 사들인다.

한진칼은 이 돈으로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유상증자에 최대주주로서 약 7317억원을 투입한다. 지난 9월 기준 한진칼의 대한항공 보유지분은 29.27%다. 대한항공은 이 유상증자 자금으로 아시아나를 1조8000억원(1조5000억원 규모 신주 인수 및 3000억원 영구채 인수)에 인수해 최대주주(63.9%)가 된다.

산은에선 대한항공에 직접 자금을 투입할 경우 한진칼 지분이 희석돼 법적 기준을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는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 이상 보유해야 한다.

또 한진칼이 대한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현재의 구도가 대규모 민간자금의 조달에 효율적이라고 봤다. 최대현 산은 부행장은 “대한항공 유상증자의 내년 초 시행으로 시장자금을 조기 조달해 정책자금 투입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내년 3월 24일 신주를 상장할 예정이다.

하지만 반론도 많다. 무엇보다 국책은행이 경영권 분쟁기업 지분을 직접 갖는 건 오해의 소지가 크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조 회장 측 지분이 41.4%로 3자 연합(46.71%)에 밀리고 있어 더욱 그렇다.

산은은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 자금을 다음 달 2일 납입한다. 취득하게 될 10.66% 지분은 다음 달 22일 상장된다. 앞서 한진칼은 올해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지난해 12월 26일 기준 주주명부를 기준으로 의결권을 부여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산은은 내년 3월 한진칼 정기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을 전망이다. 3자연합을 이끄는 KCGI는 “국민 혈세를 활용한 조 회장의 경영권 방어가 숨겨진 본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여당에서도 비판 의견이 나왔다.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7명은 “아시아나에 부담이 있던 산은과 경영권 분쟁에서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총수 일가의 이해관계가 맞았다는 합리적인 의심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진그룹 조원태 회장이 18일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한미재계회의를 마치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채권단, 경영개입 필요 판단

산은이 조 회장의 담보 지분에 대해 임의처분권을 확보 이외에도 7가지 조건을 제시한 것도 특혜 의혹을 의식했기 때문이다.

한진칼은 산은이 지명한 사외이사 3인과 감사위원을 선임해야 하고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전협의 및 동의를 받아야 한다. 더이상 ‘땅콩회항’ 등 사회적 물의가 발생하지 않도록 독립기구인 윤리경영위원회도 운영한다. 위원회는 총 5~7인으로 구성되며, 위원장을 포함한 5명 이상이 외부 인원으로 꾸려질 계획이다. 총수 일가인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등은 윤리경영에 적극 협조하고 항공 관련 계열사 경영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또 경영평가위원회가 매년 대한항공의 경영을 평가해 실적이 저조하면 경영진에 책임을 묻겠다는 방침이다.

그럼에도 채권단과 정부로선 더 확실한 경영 견제장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한진칼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에서 자금부담을 하지 않는다. KCGI는 이를 두고 ‘무자본 M&A’라고 할 정도다. 그런 만큼 채권단이 실권을 가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산은은 조 회장 역시 실적이 좋지 못하면 해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조 회장은 이번 안을 두고 고심을 거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구도와 같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 결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관계자는 “한진칼에 자금을 넣은 건 한진칼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조 회장이 승부를 건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18일 32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산은과 체결한 투자합의서에 대해 “지금 완전히 계약이 끝나지 않아 구체적으로 말씀 드리기 곤란하다”면서 “제가 앞으로 맞춰야 되는 기준들이 있고 (그런 것과 관련해) 경영평가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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