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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대를 풍미하며 진보·보수를 대표했던 정치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이 마치 장난처럼 엇갈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5·9 장미대선에서 당선된 지 꼭 2주만인 23일 친구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감격의 방문을 한 반면, 박 전 대통령은 ‘40년 지기’ 최순실씨와 처음으로 법정에 나란히 서서 고개를 떨궈야 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으로선 8년 만에 일궈낸 ‘정권교체’의 기쁨을, 박 전 대통령으로선 떨어질 대로 떨어진 ‘치욕’을 각각 맛본 날로 기억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정치적 대척점에서 치열하게 맞섰던 인물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2년3개월 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냈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각종 선거에서 ‘40:0’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써가며 ‘선거의 여왕’이 됐다. 2007년 1월 제17대 대선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개헌론을 주장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일갈을 날린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던 박 전 대통령은 정작 지난해 10월 최순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스스로 ‘개헌 추진’을 공식화하며 난국을 돌파하려 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은 대통령의 날?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 노무현 대통령을 감격의 방문, 노무현 대통령은 영광의 8주기, 박근혜 대통령은 치욕의 법정에 선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음미한다”고 쓰며 굴곡진 역사를 반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