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광의 추도·치욕의 법정..盧·朴 '얄궂은 5월23일'

두 전직 대통령 운명같은 하루
  • 등록 2017-05-23 오후 6:00:00

    수정 2017-05-29 오전 11:36:46

23일 전·현직 대통령의 모습이 ‘얄궂은 운명’의 기분을 느끼게 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이 열린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밝은 표정으로 인사하며 입장하고 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을 마친 후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로 가는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박근혜 피고인, 직업이 어떻게 됩니까?”(김세윤 부장판사)-“무직입니다.”(박근혜 전 대통령) vs “노무현 대통령님도 오늘만큼은 여기 어디에선가 우리들 가운데서 모든 분들께 고마워하며 ‘야, 기분 좋다’ 하실 것 같다.”(문재인 대통령)

한 시대를 풍미하며 진보·보수를 대표했던 정치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운명이 마치 장난처럼 엇갈렸다. 문재인 대통령은 5·9 장미대선에서 당선된 지 꼭 2주만인 23일 친구 노 전 대통령 8주기 추도식에 감격의 방문을 한 반면, 박 전 대통령은 ‘40년 지기’ 최순실씨와 처음으로 법정에 나란히 서서 고개를 떨궈야 했기 때문이다. 노 전 대통령으로선 8년 만에 일궈낸 ‘정권교체’의 기쁨을, 박 전 대통령으로선 떨어질 대로 떨어진 ‘치욕’을 각각 맛본 날로 기억될 수밖에 없게 된 셈이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은 노 전 대통령 재임 기간 내내 정치적 대척점에서 치열하게 맞섰던 인물들이다. 박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정부 시절 2년3개월 간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표를 지냈다.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현 더불어민주당)을 상대로 각종 선거에서 ‘40:0’이라는 초유의 기록을 써가며 ‘선거의 여왕’이 됐다. 2007년 1월 제17대 대선을 불과 1년 앞둔 시점에서 노 전 대통령이 개헌론을 주장하자,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일갈을 날린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던 박 전 대통령은 정작 지난해 10월 최순실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자 스스로 ‘개헌 추진’을 공식화하며 난국을 돌파하려 해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두 사람은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을 받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다만, 2004년 5월13일 헌재의 탄핵 기각 판정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한 노 전 대통령과 달리, 박 전 대통령은 지난 3월10일 헌재의 탄핵 인용 결정으로 최고 권좌에서 물러났다.

각각 진보와 보수에서 사실상 ‘팬덤’을 거느린 유일무이한 정치인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2000년대 초반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 열풍은 팬덤 정치의 시초격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에서는 보수 진영의 대표적 팬덤 세력인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는 맹위를 떨치며 탄핵 정국에서 ‘태극기 집회’를 주도했다. 그러나 ‘나와 우리만 선(善)’이라는 양측 팬들의 이분법적 편 가르기 사고는 사회 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오늘은 대통령의 날? 문재인 대통령은 친구 노무현 대통령을 감격의 방문, 노무현 대통령은 영광의 8주기, 박근혜 대통령은 치욕의 법정에 선다. 대한민국의 현대사를 음미한다”고 쓰며 굴곡진 역사를 반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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