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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코리안 특급’ 박찬호가 과연 한국 무대에서 어느 정도 성적을 거둘 수 있을까. FA 시장 마감을 앞두고 있는 한국 프로야구 스토브리그서 가장 주목 받고 있는 화제거리다.
중요한 것은 낙관론이나 비관론 모두 하나의 지점에서 출발한다는 점이다. 그건 바로 ‘박찬호가 한국야구에 어느 정도 적응하느냐가 숙제’라는 것이다.
우리는 아무리 화려한 메이저리그 경력을 보유하고 있어도 한국 야구에서 실패하는 선수들을 적잖이 보아 왔다. 다른 야구 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면 결국 성과를 얻지 못했다. 특히 나이가 많은 고참 선수일수록 실패 확률이 높았다. 최근들어 그런 경향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단순히 기술의 발전만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과는 또 다른 한국 프로야구의 덕아웃 분위기에 얼마나 융화되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박찬호는 당연히 한국 사람이다. 그러나 그의 야구 인생의 대부분은 메이저리그서 펼쳐졌다. 그의 몸 속엔 한국 야구의 피가 흐르지만 그의 야구는 사실상 메이저리그에서 배운 것에 익숙해 져 있다.
박찬호를 잘 아는 한국 야구계 관계자들은 “인성만 놓고 보면 당연히 잘 지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야구라는 관점에서만 보면 여려가지 변수가 있을 수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박)찬호가 대표팀 생활을 해본 것이 큰 재산이 될 거라 생각한다. 찬호는 물론이고 우리도 그에 대한 편견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때처럼만 하면 아무 문제 없을 것이다.”
야구는 팀 스포츠다. 개인 성적이 중요한 스포츠 이기도 하지만 팀이 하나될 때 진짜 힘을 낼 수 있는 것이 야구다.
1회 WBC 대표팀 주장이었던 이종범이 박찬호에게 신경을 썼던 이유다. 특히 다른 선수들이 박찬호에 대해 필요 이상의 경계심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이종범이 박찬호에게 했던 첫 지적이 “너, 말 할때마다 ‘아암~’하는 거 하지마”였던 이유다. 박찬호는 물론 대표팀의 다른 선수들 모두 한번 ‘빵’ 터진 뒤 더욱 친밀한 사이가 됐다. 동갑내기 송지만과 서로 ‘씨’를 붙여가며 존대했을 때도 직접 나서 “친구끼리 뭔 존댓말이여. 빨리 말 놔”라고 중재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박찬호는 WBC가 끝난 뒤 “자랑스러운 우리 선수들과 함께한 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예선 등 참가할 수 있는 국제대회는 기꺼이 동참했던 이유도 당시의 행복한 기억 때문이었을 것이다.
한화 한 코치는 “걱정을 한다기 보다는 혹시나 하는 우려가 있다고 보면 된다. 물론 찬호가 잘 해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혼자 잘 한다고 되는 일 만은 아니다. 우리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도 열린 마음으로 그를 맞아줘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찬호가 한국 야구에서 뛰게 된다는 건 큰 선물이다. 특히 한화 젊은 투수들에겐 좋은 교과서가 되어 줄 것이다. 류현진이 송진우 한용덕 구대성 정민철 등 최고의 선배들과 함께하며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 듯 말이다.
다만 얼마나 잘 융화되어 하나가 되느냐가 남은 숙제다. 아무리 좋은 교사와 학생이라 할지라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절대 좋은 성과가 날 수 없다.
대한민국 야구 대표팀은 1회 WBC서 4강에 진출하는 쾌거를 만들어냈다. 그 중심엔 물론 박찬호가 있었다. 그리고 박찬호와 함께 열린 마음으로 그를 받아 준 다른 선수들이 있었다. 박찬호와 한화의 성공 열쇠도 그때와 같은 곳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