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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4개월 29일. 1610일 만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린 ‘오렌지 보이’ 리키 파울러(미국)는 벅찬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3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PGA 투어 로켓 모기지 클래식(총상금 880만달러)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 1타 차 선두로 경기에 나선 파울러는 마지막 18번홀(파4)에서 극적인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갔다. 콜린 모리카와(미국), 애덤 헤드윈(캐나다)와 함께 24언더파 264타를 쳐 가까스로 연장에 합류했다.
우승해야 한다는 부담 때문이었을까. 18번홀에서 이어진 1차 연장에서 파울러의 티샷이 페어웨이 오른쪽으로 밀려 러프에 떨어졌다. 다행히 운이 따라 갤러리가 이동했던 곳이라 풀이 길지 않았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80야드였고, 파울러는 힘차게 두 번째 샷을 했다. 공은 그린에 떨어진 뒤 구르더니 홀 앞 3.5m 지점 앞에 멈췄다.
두 번째 샷을 그린에 올리지 못한 모리카와가 칩샷으로 버디를 노렸으나 들어가지 않았다. 이어 헤드윈이 버디 퍼트를 시도했으나 홀을 살짝 벗어났다. 우승의 기회를 잡은 파울러는 퍼트를 놓치지 않았다. 강하게 때린 공은 홀 왼쪽으로 굴러가다 휘어지면서 그대로 컵 안으로 떨어졌다. 연장전까지 치르고서야 1610일 만에 우승의 기쁨을 맛본 파울러는 안도한 듯 짧게 한숨을 내뱉으며 한동안 하늘을 바라봤다.
PGA 투어 최고의 인기 스타 중 한 명인 파울러는 데뷔 초반엔 ‘거품 선수’라는 논란을 달고 다녔다. 실력이나 성적은 별로인데 인기만 많은 선수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2009년 프로가 돼 2010년 PGA 투어로 데뷔한 파울러는 2년 동안 우승이 없었다. 2011년 한국에서 열린 코오롱 한국오픈에 참가해 프로 첫 승을 올렸으나 PGA 투어 대회가 아니었기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잘 나가던 파울러는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깊은 부진에 빠졌다. 2019~2020시즌 페덱스 랭킹 94위를 시작으로 2020~2021시즌 134위, 2021~2022시즌 133위에 그쳤다. 최근 2년 동안은 플레이오프 무대에 나가지도 못했을 정도로 최악이었다.
부진의 원인 중 하나가 필드 밖에서 너무 많은 활동을 하기 때문이라는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2021년 마스터스 출전이 좌절된 파울러를 향해 ‘스윙 머신’ 닉 팔도(잉글랜드)는 “좋은 소식은 파울러가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못하면 그 주에 광고 6편을 더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유명한 스윙 코치 부치 하먼도 “파울러는 소셜미디어의 왕이다. 그런 것들이 그를 망치고 있다”고 골프에 집중하지 않는 파울러에게 쓴소리 했다.
세계랭킹 100위 밖으로 밀렸던 파울러가 이번 시즌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왔다.
기다렸던 우승 소식을 전하지는 못했으나 경기력은 점점 달아올랐다. 이어진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공동 13위에 이어 이번 대회에서 절정에 달했다. 대회 첫날 67타를 시작으로 2라운드 65타, 3라운드 64타를 치며 1타 차 선두에 올랐다. 그리고 마지막 날에서 68타를 때려내며 나흘 내내 60대 타수를 기록하며 4년 넘게 이어져 온 우승 갈증을 풀어냈다.
우승 뒤 파울러는 “우승을 해야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기쁘다”며 “우승을 위해 긴 여정을 지나온 만큼 오늘 하루는 이 순간을 만끽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대회 우승으로 올해 초 세운 목표를 달성하게 됐다”며 “이제 남은 투어 챔피언십과 라이더컵(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파울러는 우승으로 158만4000달러(약 20억7000만원)의 상금을 받았고 페덱스 랭킹 8위, 세계랭킹은 23위로 끌어올렸다.
임성재(25)는 합계 14언더파 274타를 쳐 공동 24위에 올랐고, 노승열(32)은 공동 70위(6언더파 282타)로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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