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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이 부회장은 ‘기생충’에 황금종려상을 안긴 2019년 이후 3년 만에 다시 칸국제영화제를 찾았다. CJ ENM에서 투자배급한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이그제큐티브 프로듀서(제작 총괄자) 자격으로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칸국제영화제 현장에서 공식 상영회에 직접 참석해 힘을 보탰다. 3년 전에는 10년 만의 방문이었음에도 공식 상영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모습을 드러내 취재진의 카메라에 포착됐다.
이 부회장은 K콘텐츠 분야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핵심적인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이 부회장이 몸담고 있는 CJ그룹은 1995년 드림웍스에 2대 주주로 참여하면서 문화사업을 시작해, 25년 넘게 한국 문화산업의 첨병 같은 역할을 해왔다. 그 중심에 키맨이라 할 수 있는 이 부회장이 있었다. 특히 영화 투자 배급 상영 등의 사업으로 한국영화의 질적·양적 성장에 이 부회장과 CJ그룹이 함께했다.
2020년 2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기생충’이 작품성만으로 이 같은 성과를 냈다고 믿는 이는 적어도 영화계에서는 없다. ‘기생충’은 시상식을 앞두고 6개월여 간 캠페인을 벌이면서 북미에서 ‘봉하이브’ 열풍의 주역이 됐는데, 이 부회장의 글로벌 인맥, CJ그룹의 주요 계열사로 ‘기생충’의 투자·배급을 담당한 CJ ENM의 자본력과 무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헤어질 결심’과 ‘브로커’의 옥외광고는 이번 영화제 내내 주요 참석 인사들이 머무르는 마제스틱 배리에 호텔과 크루아제트 거리의 고급상점 등 눈에 띄는 곳들에 걸렸다. 옥외광고는 위치·크기·기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칸을 찾은 한 국내 영화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2000만원 정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두 작품인 데다 위치를 고려했을 때 훨씬 더 많은 돈을 들였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세계 시장에 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글로벌 스튜디오의 존재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처럼 뛰어난 창작자와 협업을 용이하게 하고, 젊고 능력있는 창작자를 새롭게 발굴하고 지원해 좋은 작품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넓힌다”며 “이번 칸에서의 성과를 CJ ENM 등 대기업의 자본 및 영향력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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