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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지난 16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콤플렉스에 소집된 뒤 연일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실전 연습경기도 치렀다. 17일 NC다이노스전에선 8-2, 20일 KIA타이거즈전에선 12-6으로 승리했다.
두 경기 모두 내용은 대표팀의 완승이었다. 타자들은 컨디션이 많이 올라온 모습이다. NC전에서는 강백호와 최정의 홈런을 포함해 14안타를 몰아쳤다. 이어진 KIA전에서도 무려 19안타를 뽑았다. NC, KIA 투수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라는 점을 감안해도 타격감은 나쁘지 않았다.
투수진은 살짝 걱정스럽다. 대표팀 선발투수로 기대를 모으는 좌완 구창모가 KIA전 선발로 나와 안타 3개와 볼넷 1개를 허용하고 2실점 했다. 5번째 투수로 나온 정철원(두산·1이닝 1피안타 1실점)과 7번째 투수로 등판한 이의리(KIA·1이닝 2피안타 1피홈런 2실점)도 불안함을 노출했다. 4번째 투수로 올라온 김원중(롯데)은 1이닝 동안 실점을 내주진 않았지만 볼넷을 2개나 내줘 제구가 불안했다.
이강철 감독도 경기 후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투수들이 처음으로 경기에서 던진 것이라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면서도 “생각보다 컨디션 상승 속도가 늦은 선수가 보이는데 앞으로 잘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우려의 뜻을 전했다.
투손에서 훈련을 마치면 바쁜 이동이 눈앞에 놓여 있다. 귀국 후 SSG랜더스(3월 3일)와 평가전을 치른 뒤 일본으로 넘어가 3월 6∼7일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 한신 타이거스와 평가전을 치른다.
한국과 일본에서 열리는 평가전은 컨디션을 테스트하는 시험대가 아니다. 실전에 나설 핵심멤버를 가리고 그들의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기회다.
WBC는 투수들이 올라오면 최소 세 타자를 상대해야 한다. 투구수 제한 규정도 있다. 투수를 마운드에 올리는데 더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보다 세밀하고 정교한 투수 운영이 필요하다. 그만큼 컨디션이 좋은 투수에게 의존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감독도 “투수 15명 전원의 페이스가 그 시점까지 다 올라올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며 “다만 경기를 운영할 수 있는 카드 7∼8명은 반드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적으로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상황에서도 희망의 빛은 보인다. 오른손 강속구 투수 곽빈(두산)이 기대 이상의 투구를 펼친 것. 곽빈은 KIA와 평가전에서 3번째 투수로 나와 출루 허용 없이 아웃카운트 5개를 잡았다. 삼진은 2개를 잡았다.
이강철 감독도 곽빈의 투구에는 만족감을 나타냈다. 그는 “구위나 변화구 제구도 생각한 만큼 좋았다”며 “두산이 (호주에서) 연습을 많이 시켰는지 너무 빨리 올라온 것 같다”고 말한 뒤 활짝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