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이동에 시차적응까지...WBC 대표팀 최대 적은 컨디션 조절

  • 등록 2023-02-27 오전 12:00:00

    수정 2023-02-27 오전 12:00:00

24일(현지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 키노스포츠 콤플렉스 구장에서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23 대한민국 대표팀의 평가전. 3회말 WBC 대표팀 투수 정우영이 마운드에서 미국 메이저리그(MLB) 공인 로진백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4강 진출을 목표로 하는 한국 야구대표팀의 지금 가장 큰 적은 상대 팀이 아니다. 바로 컨디션 조절이다.

이강철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은 지난 25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 베테랑스 메모리얼 스타디움에서 열린 KT위즈와 연습경기를 ‘변형 청백전’으로 치렀다.

대표팀과 상대 팀 선수들을 한데 섞은 뒤 임의적으로 두 팀을 나눠 경기를 벌인 것이다. WBC 대회를 앞두고 투구 이닝과 투구 수를 늘려야 하는 대표팀 투수 소형준(KT), 곽빈, 정철원(이상 두산) 등이 KT 소속으로 마운드에 올라 대표팀 타자들을 상대했다.

대표팀에선 선발 박세웅(롯데)을 시작으로 정우영(LG), 이용찬(NC), 이의리(KIA), 김윤식(LG), 원태인(삼성)이 이어 던졌다.

청백전으로 평가전 방식을 바꾼 덕분에 대표팀 투수 15명 가운데 9명이 마운드를 밟고 실전투구를 가졌다. 코치진들도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다 세심하게 체크 할 수 있었다.

대표팀이 청백전을 치른 이유는 투수들의 컨디션이 기대만큼 올라오지 않아서다. 당장 WBC 첫 경기인 호주전이 다음 달 9일 열린다. 불과 열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훈련이 순조롭지 않다. 훈련 캠프가 차려진 애리조나주 투손 지역에 비가 자주 내리고 기온이 떨어지는 일이 반복돼 투수들이 컨디션 조절에 애를 먹었다.

일단 이강철 감독은 투수들이 실전감각을 끌어올린 데 만족한 모습이다. 27일 LG와 투손 마지막 평가전과 3월 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치를 SSG랜더스와 연습 경기도 이같은 청백전으로 열기로 했다.

사실 대표팀은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험난한 이동 일정이 기다리고 있다. 대표팀은 LG와 다섯 번째 평가전을 마치면 다음날인 28일 귀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직항이 아니라 로스앤젤레스를 경유한다. 대기시간을 포함해 이동에만 20시간이 넘게 걸린다.

대표팀은 1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 다음날 고척스카이돔에서 시차 적응 및 회복 훈련을 한 뒤 3일 SSG랜더스와 최종 평가전을 치른다. 이어 4일 일본 오사카로 이동해 6일과 7일 오사카돔에서 일본 프로야구 오릭스 버펄로스, 한신 타이거스를 상대로 공식 평가전을 갖는다.

한신전을 마치자마자 신칸센을 타고 격전지인 도쿄에 입성한다. 8일 결전의 땅 도쿄돔에서 마지막 공식훈련을 한다. 장거리 이동 경험이 많은 선수들이라고 해도 숨이 턱턱 막히는 일정이다. 긴 이동 시간은 물론 시차 적응까지 컨디션 유지에 방해될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한국과 WBC 본선에서 맞붙게 될 일본, 호주가 대회가 열리는 일본에서 여유 있게 훈련을 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들 팀은 이동과 시차 문제없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이강철 감독도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그는 “투수들이 투구 이닝을 조금씩 늘려가고 있다”며 “시간이 지나서 컨디션이 올라오는 투수가 나올 수 있는 만큼 3월 3일 SSG와 경기까지 보고 보직을 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래도 베테랑 선수들이 컨디션을 올리는 방법을 확실히 아는 것 같다”며 “대회 본선에서는 그날 상대 선발투수를 보고 타선을 결정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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