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구마사'→'설강화'…드라마계 집어삼킨 '똑똑한' 보이콧

역사왜곡 논란, 반중 정서 방영 이전 드라마까지 타격
민원 대신 협찬 기업, 지자체 압박…"실질적 무력화"
MZ세대식 '신념 소비' 반영돼…도 넘은 비난엔 우려
  • 등록 2021-03-31 오전 6:00:00

    수정 2021-03-31 오전 6:00:00

(사진=JTBC)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중국풍, 역사왜곡 논란으로 2회 만에 폐지된 SBS 드라마 ‘조선구마사’ 사태가 드라마 제작 시장 전체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이 사태를 계기로 대중의 반중(反中) 정서와 역사왜곡 우려는 더욱 커져 ‘설강화’, ‘간 떨어지는 동거’ 등 아직 방송을 시작하지도 않은 드라마들을 향한 ‘사전 보이콧’으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사실 한 작품이 여론 악화 등으로 조기 종영을 맞는 것은 드라마 시장에서 과거에도 있던 일이지만, 이번 ‘조선구마사’ 폐지를 촉발한 시청 불매 운동은 대중의 행동력은 물론 파급력에서도 기존 규모를 압도한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이번 불매 운동의 주축이 된 MZ세대(1980년대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와 2000년대 초 태어난 Z세대를 통칭하는 신조어)의 ‘똑똑하고 적극적인’ 소비 행태에 주목하고 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정치, 사회적 표현에 거리낌이 없는 MZ세대는 소비행위에 개인의 신념을 투영하는 ‘미닝아웃’ 식 소비 패턴을 내면화하고 있다”며 “이들은 지난 2019년 반일감정으로 촉발한 ‘노 재팬 운동’ 등 일상에서 신념을 표현한 보이콧 운동이 가시적 성과를 안겨주는 사례들로 변화가 주는 성취감을 몸소 체험한 세대다. 바로잡아야 할 대상이 있으면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지속적으로 집요하게 행동한다”고 분석했다.

(사진=SBS ‘조선구마사’ 포스터)
똑똑해진 소비자…“민원 대신 현실적 압박”

‘조선구마사’의 조기 종영이 주목을 받는 것은 시청자의 비난 여론에 부딪쳐 방송 2회 만에 내려진 결정이기 때문이다. 그간 드라마 조기 종영은 시청률 부진이나 주요 출연진이 연루된 각종 사건, 사고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 모든 과정 및 결과는 시청자들의 조직적이고도 적극적인 의사 표출에 기인한다. 예전에는 방송 콘텐츠에 문제가 있으면 포털 사이트 공식 소통 창구나 프로그램 시청자 게시판에 항의글을 올리거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접수하는 정도였다. ‘조선구마사’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드라마 제작에 직결된 광고 예산이나 제품 협찬, 장소 지원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및 지자체도 함께 압박했다. ‘광고 및 협찬에 참여하는 기업들도 중국풍, 역사왜곡 논란에 동조하는 것’으로 간주하고 ‘조선구마사’의 광고 배치, 제품·장소 협찬에 참여한 기업, 지자체 목록까지 리스트로 정리해 보이콧 움직임을 보였다.

하재근 평론가는 “방심위 등 공식 소통 창구를 이용했으면 답변에만 몇 개월이 걸렸을 과정들이 단 며칠 만에 드라마 폐지로 이어졌다”며 “이는 시청자들이 이미 수많은 콘텐츠와 정보들을 접하면서 자연스레 드라마 제작을 위한 필수적인 조건 및 현실적인 과정들에 대한 정보도 함께 습득했음을 의미한다. 어떻게 작품을 실질적으로 무력화시킬 수 있는지도 알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강화’ 등도 불똥…도 넘는 비난 우려

불씨는 다른 드라마들로 빠르게 옮겨붙는 모양새다. 오는 5월 첫 방송인 tvN ‘간 떨어지는 동거’와 7월 방송을 앞둔 JTBC ‘설강화’가 대표적이다.

‘설강화’는 지난 26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통해 일부 시놉시스가 유출되면서 역사왜곡 논란에 직면했다. 유출된 내용에 따르면 배우 정해인이 맡은 남자주인공 역이 실은 북한 간첩이며, 그룹 블랙핑크 멤버 지수가 맡은 여주인공 캐릭터를 둔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 직원과의 삼각관계 갈등이 예정돼 있다. 해당 시놉시스 내용이 민주화 운동을 왜곡하고 간첩, 안기부를 미화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일며 논란은 확산됐다.

JTBC 측은 “현재 이어지고 있는 논란은 ‘설강화’의 내용 및 제작 의도와 무관하다”고 즉각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은 걷잡을 수 없이 번지고 있다. 지난 26일 ‘설강화’의 촬영 중지를 요구하며 게시된 청와대 국민청원글이 약 3일 만인 29일 기준 11만 7000명을 넘어섰고, ‘설강화’에 제품을 협찬했던 흥일가구는 급기야 이러한 논란을 인식해 드라마 시작도 전에 협찬을 중단하기로 했다.

‘간 떨어지는 동거’의 경우 중국 OTT(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 기업인 아이치이(iQIYI)가 제작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반중 정서의 타깃이 됐다.

tvN ‘간 떨어지는 동거’에 캐스팅 된 혜리, 장기용. (사진= 각 소속사 제공)
이은희 교수는 “시청자들로선 이번 ‘조선구마사’ 사태가 폐지라는 일종의 ‘성과’를 안겨준 만큼, 앞으로 등장할 논란에 비슷하게 행동하되 더욱 신속하고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재근 평론가는 “제작자들이 앞으로 더 경각심을 갖고 콘텐츠 제작에 심혈을 기울일 계기가 됐다는 점에선 순기능을 띨 수 있지만, 일부 비난을 위한 비난, 과도한 몰아가기와 공분, 도를 넘은 수위의 불매운동에 제작 환경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찍 하트
  • '곰신' 김연아, 표정 3단계
  • 칸의 여신
  • 스트레칭 필수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