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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보드’ 1위곡…유튜브 타고 음원차트로
‘롤린’ 역주행의 본격적인 시발점은 지난달 24일 한 유튜버가 업로드한 댓글 모음 영상이었다. 이 영상에는 브레이브걸스가 ‘롤린’ 활동 당시 군장병들의 열띤 호응 속 위문 공연을 펼치는 모습에 “이 노래를 들으며 군 생활을 버텼다” “밀보드(밀리터리+빌보드) 차트에선 이미 1위였던 곡” 등 예비역 군인들의 재치 넘치는 댓글이 함께 담겼다.
조회수가 1300만건이 넘은 해당 영상이 유튜브뿐 아니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 화제몰이를 하면서 브레이브걸스 반전 드라마의 서막을 열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몇백명에 불과한 군인들이 열광적인 리액션으로 수만명이 운집한 스타디움 공연장 못지않은 분위기를 만들어낸 모습이 감동과 전율을 일으키며 많은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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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분위기는 음원차트로 이어졌다. ‘롤린’은 가파른 순위 상승세를 보인 끝에 아이유, 블랙핑크 로제 등 음원강자들이 발표한 신곡을 모두 제치고 1위에 등극했다. 지니뮤직에 따르면 역주행이 시작된 2월 4주차 ‘롤린’의 주간 스트리밍 양은 전주인 2월 3주차 대비 707% 증가했다. 이후 3월 1주차에는 2월 3주차 대비 무려 1만7842% 증가했다. 역주행 속 ‘롤린’ 음원파워의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인성 좋은 그룹’ 찬사 더해져 “성공 돕자” 여론 형성
2011년 데뷔한 브레이브걸스는 입지를 다지지 못하다 보니 멤버 교체가 잦았고 공백기도 길었다. 현재 팀에 남아 있는 민영, 유정, 은지, 유나는 2016년 합류한 2기 멤버다. 대대적인 팀 재편 이후에도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흙먼지가 날리는 작은 무대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최선을 다해 공연을 했다. 또 친절한 모습으로 스태프들을 대하고 군 위문공연에서는 병사 한 명 한 명과 사진을 찍어줬다. 전 매니저의 “멤버들이 가족처럼 챙겨주며 배려해준 것은 물론, 퇴사 이후에도 생일을 축하해줬다”는 글도 화제가 됐다. 이 같은 미담이 퍼지면서 ‘인성 좋은 그룹’이라는 찬사까지 따라붙었고 “브레이브걸스의 성공을 돕자”는 여론이 형성되는 데 추진력을 더했다. 백령도를 포함해 총 65회의 위문공연을 펼치며 소규모 행사 무대도 마다하지 않았던 노력이 수년이 지나 결실로 돌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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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취업난에 코로나19까지 더해 좌절감에 빠져 있던 MZ세대가 브레이브걸스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였다”며 “그들의 스토리에 대리만족과 성취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노래의 힘’ 증명…프로듀서 용감한형제 주가 껑충
‘롤린’은 발매 당시 비록 차트 성적은 좋지 못했지만, ‘숨은 명곡’으로 불리며 꾸준한 사랑을 받아왔다. 노래를 지지하는 마니아층이 존재한 덕분에 역주행 이후 신구 팬층의 관심이 맞물리며 시너지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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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브레이브엔터테인먼트 투자자들은 소속 가수들이 성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CB(전환사채) 조기 상환을 청구하지 않으며 용감한형제에게 믿음을 보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역주행 신화의 ‘숨은 공신’들인 셈이다. ‘롤린’이 수록된 앨범이 크라우드펀딩 방식을 통해 제작됐다는 사실도 새삼 화제다. 크라우드펀딩은 주로 팬들이 참여한다. 팬들의 지원이 오늘의 성공을 만드는 밑거름이 됐다는 평이다.
브레이브걸스의 향후 행보에도 대중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반짝인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롤린’을 이을 새로운 히트곡의 탄생이 필요하다.
프로듀서 용감한형제는 이데일리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브레이브걸스의 컴백 앨범을 위한 신곡 작업에 돌입했다”며 “알차고 재미있는 새 앨범으로 대중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