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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일본 훗카이도 삿포로 국제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메이지컵(총상금 9000만엔) 연장전. 올해 JLPGA 투어에 데뷔한 ‘루키’ 배선우(25)는 투어에서 16승을 올린 베테랑 테레사 루(대만)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첫 우승에 도전했다.
18번홀(파5)에서 치러진 연장 1차전에서 테레사가 약 4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다. 배선우에게 기회가 온 것. 배선우는 약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남겨 놓고 있었다. 하지만 첫 우승을 앞둔 긴장된 순간이었고, 내리막 경사로 공을 굴려야 하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배선우는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배선우가 친 공은 경사를 타고 굴러가더니 그대로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JLPGA 투어 진출 17번째 대회에서 기다렸던 첫 우승을 달성하는 순간이다.
배선우는 우승 뒤 다음 대회 장소로 이동하기 위해 삿포로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이데일리와 통화에서 “홀 왼쪽 2컵 정도 경사를 보고 퍼트를 했는데 그게 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며 “정말 너무 기뻤다”고 우승 순간을 다시 떠올렸다. 이어 그는 “이렇게 빨리 우승하게 될 줄 몰랐다”며 “마치 어려운 숙제를 푼 느낌이다”라고 다시 한 번 활짝 웃었다.
올해 JLPGA 투어에 데뷔한 배선우는 시즌 초반 국내와 다른 환경에 시행착오를 겪었다. 첫 대회에서 컷 탈락해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이어진 두 번째 대회 PRGR 레이디스에서 공동 6위에 올라 적응하는 듯 보였지만, 세 번째 대회에서 다시 컷 탈락하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시즌 초반 불안한 성적에 배선우는 약간 겁도 먹었다. JLPGA 투어는 퀄리파잉스쿨을 거쳐 올라온 선수들을 대상으로 시드 리랭킹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상반기 종료를 기준으로 시드 순위가 재조정되고 리랭킹 순위에 따라 하반기 대회 출전 횟수에 영향을 준다. 배선우는 “한국에는 없는 제도였기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한국과 다른 환경이 조금은 낯설었다”고 말했다.
낯선 타국 생활에 모든 걸 만족할 수 없었기에 잠깐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필드로 돌아온 배선우에게 우승이라는 선물이 찾아왔다. 2주 휴식 후 복귀 첫 대회였던 센추리21 레이디스에서 시즌 세 번째 컷 탈락의 쓴맛을 봤다. 하지만 이어진 다이토겐타쿠 레이디스에서 준우승했고, 이번 대회에서 기다렸던 첫 우승의 갈증을 해소했다.
배선우는 “지난 대회도 그랬고 이번 대회도 크게 성적에 욕심을 내지 않고 경기 감각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다”며 “마음은 비운 덕분인지 지난 대회 2라운드부터 계속해서 60타대 성적을 치게 됐고, 이번 주까지 좋은 흐름이 이어지면서 마침내 첫 우승에 성공했다”고 얼떨떨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배선우는 “우연인지 인연인지 모르겠지만 TV로 우승 장면을 지켜보면서 꿈을 키웠던 그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더 꿈만 같다”며 “아마도 지난 몇 번의 우승 기회를 놓쳤던 건 오늘 우승을 위한 예행연습이었던 것 같다”고 다시 한 번 우승의 감격에 빠졌다.
배선우는 이날 우승으로 10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초콜릿을 부상으로 받았다. 두고두고 먹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부상으로 받은 초콜릿은 대회가 열린 지역의 복지시설에 모두 기부하기로 했다.
17번째 대회에서 마침내 첫 우승의 물꼬를 튼 배선우는 남은 시즌에 대한 각오를 더욱 단단히 했다. 그는 “이제 첫 우승으로 시동을 걸었다”며 “하반기 큰 대회도 많이 남아 있고 경기력도 많이 단단해진 만큼 남은 대회에서 더 많이 우승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