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후달림·자존감, 배우 정유미의 말·말·말[인터뷰]

  • 등록 2016-07-11 오전 7:00:00

    수정 2016-07-11 오전 7:00:00

배우 정유미
[이데일리 스타in 이정현 기자] “어느새 ‘후달린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아요.”

여배우에게 30대는 특별하다. 마냥 어리다고 할 수 없는 나이. 결혼이라는 인륜지대사를 고민하고 40대를 앞두고 새로운 계획을 세워야 하는 때다. 배우 정유미는 그 한가운데 있다.

정유미는 올해로 데뷔 13년 차를 맞았다. KBS2 드라마 ‘국수의 신’을 마치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0년 넘게 연기를 해왔는데 이정도 밖에 못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산다”며 “체력도 옛날 같지 않지만 대사 한마디가 소중했던 시절을 떠올리며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현재를 짚었다.

정유미는 ‘후달린다’는 표현을 여러 번 썼다. 체력 따위가 부족할 때 쓰이는 말이다. 평소 단아한 모습을 자주 보였던 터라 신조어를 쓰는 모습이 낯설다.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작품 속 모습 마냥 얌전하진 않다”며 시원하게 웃는다. ‘깔깔깔’이라는 표현이 어울렸다.

“체력이나 지구력이 좋은 편이었는데 요즘은 각종 건강식품을 먼저 챙겨요. 어머니가 직접 장어를 사서 즙을 내주시곤 하죠. 붕어즙이나 추어탕도 먹고요. 어느정도냐면 하루종일 즙을 내느라 집안이 습할 정도예요. 딸 걱정을 얼마나 하시는지 몰라요.”

정유미에게 20대는 과거다. 이제는 30대가 더 좋다고 말했다. 어느새 생긴 유연함이 좋다. 시간을 축적해 만든 노련함이 소중하다. 그는 2003년 영화 ‘싱글즈’와 ‘실미도’ ‘인형사’ 등으로 데뷔했는데 무명기간이 길었다. 2011년 SBS 드라마 ‘천일의 약속’에서 노향기 역을 맡을 때까지 ‘배우 정유미’는 동명의 다른 배우를 지칭하는 말이었다.

“자존심은 다른 사람이 세워주는 말이고, 자존감은 스스로 챙긴다고 하더라고요. 예전에는 다른 사람이 하는 말에 이리저리 치일 때가 잦았어요. 그때마다 상처도 받았고 제 자신이 없어지는 느낌을 받았죠. 이제는 그러지 않으려고 해요. 조언은 조언일 뿐이에요. 스스로 나를 사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최근에 종영한 ‘국수의 신’은 또 다른 한계를 확인하고 뛰어넘는 작품이었다. 냉철한 검사 채여경을 연기했다. 법조인을 연기하는 것이 처음이라 고생을 많이 했다. 전작인 ‘육룡이 나르샤’가 끝난 직후라 촬영도 촉박했고 준비기간도 짧았다. “대사 실수가 적은 편인데 법률용어에 고생했다”고 돌이켰다. 배우 천정명이나 조재현처럼 노련한 상대가 없었다면 더 고생했을 것이라고도 했다.

정유미는 “주위에서 소나 개미를 언급하면서 그만 좀 일하라고 했다”라며 “이제부터는 진짜 쉬는 시간을 가지고 싶어 당장 다이빙 레슨을 등록했다”고 말했다. ‘국수의 신’의 마지막 프로모션인 인터뷰가 끝나는 대로 훌훌 털고 동해로 떠날 예정이다. 그의 여름휴가는 이제 시작이다.

“오랫동안 달려온 만큼 에너지를 채울 때가 된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이 언제가 될진 모르지만 작은 쉼표를 찍고 싶어요. 다이빙도 하고 스피치 학원도 다니고 폴댄스도 배울래요.”

결혼 이야기를 물었다. “그건…”이라며 말을 흐렸다. 연애부터 물어야 하지 않느냐는 뜻 같다. 그는 “예전에는 친구같이 많은 걸 함께할 수 있는 사람이 좋았는데 이제는 나만 바라봐줄 수 있는 이가 좋다”고 말했다.

“30대가 되면서 결혼 등 현실적인 부분에 대한 고민도 하지만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배우로 산다는 건 신기루 같다고 보거든요. 조바심은 없어요. 제가 좋아서 선택한 일이고 연기하는 건 언제나 즐겁거든요. 다만 10년을 넘게 연기했는데 100%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게 아쉽죠. 휴식하며 채우지 못한 마지막 무언가를 찾으려고 해요. 연기에서 ‘후달리’면 안되잖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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