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WBC, 한숨 속 피어나는 희망 메시지

  • 등록 2013-01-01 오전 10:43:01

    수정 2013-01-01 오전 11:01:57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2회 WBC 일본과 아시아라운드 1,2위 결정전서 승리한 뒤 하이파이브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태균(왼쪽)이 2회 WBC 아시아라운드 중국과 경기서 3루에 슬라이딩 세이프 되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4강→준우승. 이전까지 두 차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서 대한민국이 거둔 성과다. 자연스럽게 ‘다음 차례는?’이란 기대를 갖게 된다. 2013년 유일한 스포츠 국제 이벤트라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크다.

사상 첫 700만 관중 돌파와 꿈에 그리던 10구단 시대의 개막. 3월 개최되는 WBC서 좋은 성과를 거둘 경우 한국 야구는 비약적인 재도약의 완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한국 야구 역사상 최고의 기회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기대 보다는 걱정이 먼저 드는 것이 사실이다. 잇단 전력 누수로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를 받고 있기 떄문이다.

하지만 희망이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다. 1,2회 대회를 모두 이끈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은 “돌이켜보면 두 번의 대회 모두 어려움 속에서 출발했다. 하지만 나라를 먼저 생각하는 선수들의 노력 덕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준비 과정이 원활치는 않지만 그동안 쌓인 실력과 자신감이라면 해볼만 한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위기, 인정하자

한국 대표팀엔 연일 악재만 거듭되고 있다. 어느 정도 이탈은 각오하고 있었지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전력 누수가 심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마운드는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까지 듣고 있을 정도다.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을 시작으로 김광현(SK) 봉중근(LG) 김진우(KIA) 등 좌.우 핵심 투수들이 모두 빠졌다.

특히 좌완 공백은 심각한 수준이다. 한국이 매번 국제대회서 라이벌 일본에 강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최고의 좌완 투수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70년대 이선희를 시작으로 8,90년대 김기범 구대성, 2000년대엔 김광현과 봉중근이 맥을 이어왔다. 하지만 이번 대회선 이들을 모두 빼고 승부를 치러야 한다.

장원삼(삼성)과 장원준(경찰청)과 박희수(SK) 등으로 공백을 메운다는 계획이지만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이 약점으로 지목되고 있다. 또 힘으로 상대를 압도할 수 있는 좌완 투수가 없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야구는 투수 놀음’의 관점에서 분명 이번 대회는 매 경기 어려운 승부가 예상된다.

▲위기 속 희망 키워드

하지만 모든 것이 절망 안에 갇혀 있는 건 아니다. 한국 야구의 매서움을 보여줄 수 있는 한방은 남아 있다.

낯설음은 그 중 하나다. 김광현은 지난 2009년 2회 WBC서 일본과 예선리그 첫 경기에 등판했지만 1.1이닝 8실점으로 처참하게 무너진 바 있다. 당시 일본 대표팀 다카시로 수석 코치는 “김광현이 이전에 여러차례 일본전에 등판한 것이 도움이 됐다. ‘낮은 공은 버리자’는 단순한 전략으로 맞섰는데 그의 공이 눈에 익은 타자들이 많았기에 효과적이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장원삼이나 장원준 등 일본전에 중용 될 투수들은 일본 타자들에게 낯선 상대다. 특히 장원삼은 좌투수로는 특이하게 3루쪽 투구판을 밟고 던지는 투수다. 우타자 몸쪽 승부구가 1루쪽을 밟고 던지는 일반적인 좌투수들과 다르다. 생경함을 두배로 만들 수 있는 무기다. 그의 집중력이 살아난다면 빠르게 승부를 잡아가며 일본 덕아웃에 새로운 불안감을 안겨줄 수 있다.

이용찬(두산)과 윤희상(SK) 등 새 대표팀 오른쪽 주축 투수들의 장기가 포크볼이라는 점도 기대가 된다. 메이저리거들에게도 제대로 떨어진 포크볼은 충분히 낯설고 공략하기 어려운 공이다. 특히 둘의 포크볼은 궤적이 남다르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보통의 포크볼이 아래로 떨어진다면 이들의 포크볼은 궤적이 그때 그때 조금씩 다르다. 때로는 슬라이더 처럼도 떨어지고 반대로 역회전 궤적을 그리기도 한다. 포크볼을 알고도 치기 힘든 이유다. 체력과 집중력이 대회까지 이어진다면 쏠쏠한 재미를 볼 수 있다.

슬라이더를 옆으로 휘는 보통의 궤적이 아니라 포크볼 처럼 아래로 떨어트릴 수 있는 노경은(두산)의 공도 처음 상대하는 타자들에겐 더욱 만만치 않을 가능성이 높다.

방망이의 조화 역시 믿을만한 구석이다. 타순이나 포지션 배치에 신경은 쓰이겠지만 이대호(오릭스) 김태균(한화)이 한꺼번에 버티고 있고 이들의 뒤에 이승엽(삼성)이 버티고 있다는 것 만으로도 중심타선의 무게감은 그 어떤 대회에도 뒤지지 않는다.

여기에 국제대회서 늘 빛을 발했던 발야구 전력들도 여전한 기량을 보이고 있다. 이용규(KIA) 정근우(SK) 콤비가 건재하고 강정호(넥센)와 최정(SK)등 한방을 지닌 내야수들까지 포진해 있다는 점은 대표팀 공격력에 대한 신뢰를 더욱 두텁게 만든다.

자신감이 있기에 희망도 가질 수 있다. 비록 전력이 많이 약해지기는 했지만 우리가 먼저 기 죽어 무너질 가능성은 일단 배제해도 된다. 이미 많은 국제대회서 최고의 성과를 거둔 신뢰 속에 쌓인 자신감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일본과 예선전. 한국의 승리가 결정된 뒤 김민재 진갑용 등 고참 선수들은 후배들에게 지나친 세리머니를 자제하라고 했다. “이제 우리가 일본을 이기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라는 것이 이유였다. ‘일본을 비롯한 야구 강국들과 경기서 뒤질 것 없다’는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었다.

실제 우리 선수들은 “메이저리그나 일본 야구가 우리 보다 수준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대표팀 경기서는 뒤지지 않는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다. 2006년 WBC 4강 이후 올림픽 금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쌓인 자신감은 보다 당당하게 세계를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든든한 자산이다.

▲전략이 중요하다

본선 1라운드 B조에 편성된 한국은 네덜란드, 호주, 대만과 함께 내년 3월2일 대만 타이중에서 풀리그로 1라운드를 벌인다. 이 중 1,2위가 2라운드에 진출하는데 객관적인 전력에서 앞선 한국과 대만이 유력하다.

문제는 그 다음 부터다. A조에선 일본과 쿠바가 올라올 가능성이 높다. 한국은 이들과 겨뤄 최소 2위를 확보해야 4강에 오를 수 있다.

우리 대표팀이 이전에 비해 마운드 운영이 원활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때문에 선택과 집중을 할 필요가 있다. 일부러 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안 되는 싸움을 이기려고 덤벼들다 힘만 쓰는 실수는 하지 말아야 한다.

지난 2회 대회서도 아시아라운드 일본과 첫 경기서 2-14로 대패했다. 김인식 감독은 선발 김광현이 일찌감치 무너지자 무리해서 경기를 잡으려 하지 않았다. 이미 대만을 꺾으며 다음 라운드 진출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잠깐 수모는 갚아줄 기회가 있는 만큼 감수하자고 선수들에게 당부했다.

이렇게 아낀 전력은 라운드 1,2위 결정전 승리로 돌아왔고 ‘계획대로 풀린다’는 믿음은 이후 경기서 더 큰 힘으로 돌아왔다.

이번 대회도 마찬가지다. 철저한 전력 분석을 통해 2라운드서 잡을 1차 목표를 세워야 한다. 메이저리거가 모두 불참한 일본일지, 아니면 아마야구 최강이지만 프로 참가 대회선 다소 힘이 떨어진 쿠바를 잡을지를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1차 목표는 쿠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야구의 나라인 쿠바는 한때 국제대회 무적 국가였다. 하지만 국제대회서도 나무 배트를 사용하게 되며 이전만큼의 파워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지난달 일본에서 열린 일본 대표팀과 평가전서도 빈타에 허덕이며 두 경기를 모두 패한 바 있다.

투수력은 여전히 위력적이지만 타선의 힘은 확실이 이전의 힘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 일본 전문가들의 평가였다. 공격력에 비해 투수력이 부족한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고비를 넘기기 위해 택할 수 있는 좋은 상대다. 특히 한국은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예선전과 결승전서 쿠바를 연파하며 금메달을 목에 건 기분 좋은 경험을 갖고 있다.

마지막 결승라운드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파크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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