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김재현이 원더스에 뿌린 희망 씨앗

  • 등록 2012-02-21 오전 8:16:36

    수정 2012-02-21 오전 8:16:36

▲ 사진=SK 와이번스


[이데일리 스타in 정철우 기자] 2012년 2월20일은 한국 야구 첫 독립리그 구단인 고양 원더스에 매우 의미 있는 날이 됐다. 창단 이후 첫 승을 거뒀기 때문이다.

일본 고치에서 스프링캠프 중인 고양 원더스는 이날 고치 구장에서 열린 일본 시코쿠리그 소속 독립리그 팀, 만다린 파이러츠와 연습 경기서 5-4로 승리를 거뒀다.

경기 내용도 매우 짜릿했다. 1-4로 뒤지던 경기를 홈런 3방(2개는 9회말, 연속 타자 홈런)으로 따라잡았고, 계속된 2사 만루서 끝내기 안타가 나오며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2패 뒤 거둔 1승.

경기 후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에게선 의외의 이름이 흘러 나왔다. "김재현이가 한번 제대로 보여준 것이 큰 힘이 됐다."

이날 승리의 주역이자 고양 원더스의 희망으로 자라고 있는 선수들에게 김재현이 도움을 주었다는 뜻이었다.

사실 김재현은 지난 주 초, 고양 원더스 훈련장을 찾았다.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 코치 연수(3월1일 출발 예정)를 앞두고, 연수를 주선해 준 김 감독에게 인사 하기 위함이었다.

김 감독은 가볍게 안부를 물은 뒤 곧바로 김재현에게 방망이를 들게 했다. 선수들에게 직접 시범을 보여달라는 것이었다. 고양 원더스 선수들에게 좋은 스윙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스프링캠프 도중 한동안 선수 지도에 나서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자신은 물론 코치들도 말 없이 선수들의 훈련만 지켜보도록 했다. 대신 선수들 스스로 자신의 동료가 어떻게 치는지 관찰하도록 했다. 왜 그렇게 치라고 하는 지 보고 느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고양 원더스엔 A급 선수가 전무하다. 자신은 물론 팀이 이겨 본 경험을 갖고 있는 선수도 없다. 가르치는 것 못지 않게 보고 따라갈 수 있는 '살아있는' 교과서가 필요했다. 류현진이 송진우 구대성 정민철 등 전설들과 함께 생활하며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던 것 처럼 말이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빠른 스윙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던 김재현은 그들에게 매우 훌륭한 교재였던 셈이다.

김 감독의 부탁을 받은 김재현은 여전한 날카로운 스윙으로 '짧고 빠르게 치면서도 멀리 타구를 보내는 법'을 시범보이느라 구슬땀을 흘려야 했다. 

효과는 만점. 특히 삼성 투수 출신(야수에서 1차 전향)으로 다시 방망이를 잡은 안태영(좌타자)에게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김 감독은 "김재현이 덕분이다. 안태영이 김재현에게 배운 뒤 한순간에 바뀌었다. 코치들이 했던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그제서야 알아차린 듯 했다. 여기에 백 스윙 때 타이밍 맞히는 법을 가르쳤더니 이후 몰라보게 달라졌다"고 말했다.

안태영은 최근 2경기서 3개의 홈런을 몰아쳤다. 20일 경기서도 6회와 9회 연타석 홈런을 쳤다. 특히 9회 홈런은 좌투수의 흘러나가는 슬라이더를 허리가 빠진 채 가볍게 포인트만 맞추고도 우중간을 넘겨버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김재현이라는 좋은 교과서가 한눈 팔지 않고 수업에 열중했던 학생들(고양 원더스 선수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된 셈이다.

김 감독은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직은 그럭 저럭 야구답게 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다행인 수준"이라면서도 "안태영이나 강하승(좌익수) 등 좋아지고 있는 선수들이 있다. 아이들이 조금씩 야구하는 재미, 이기는 즐거움을 느끼게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이날 승리가 그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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