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영화탐구생활-경인년 설 극장가편

  • 등록 2010-02-12 오전 8:02:00

    수정 2010-02-12 오후 2:24:44

▲ 경인년 설 연휴 극장가에서 상영되는 영화들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올해도 설날이 돌아왔어요. 이런 제길, 주말이 겹쳐서 빨간 날이 3일밖에 되지 않아요. 명절이 일요일이랑 겹치면 하루 더 놀게 해주겠다는 법은 왜 상정이 안 됐는지 화가 나요. 그래도 피 같은 연휴 무엇을 할지 궁리를 해요. 하지만 열두 시간 고민해도 답은 뻔해요. 길 막히는 연휴 전철 타고 버스 타고 갈 수 있는 극장으로 고고씽. 작년에도 그랬고 재작년에도 그러고 말았어요.

사람 많은 거 뻔히 알지만 명절날 혼자 ‘방콕’하는 것보다는 정신건강에 이로워요. 어떤 영화를 볼까? 인터넷 검색창에 '설날 영화'라고 두드리고 검색질을 시작해요. 와우.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하는 신작들이 제법 많아요. 올해 설날에는 매년 찾아오던 조폭코미디가 없네요. 신기해요. 그 대신 커플 쌍쌍 염장 저지르는 영화가 있어요. 우라질네이션. 밸런타인데이가 겹쳤기 때문이에요.

지난해 12월에 개봉한 제임스 캐머런 감독의 '아바타'는 이번 설에도 극장가에 걸려 있어요. 벌써 1200만 관객이 본 영화에요. 국내 극장가의 매출액도 1000억 원이 넘었대요. 1000억 원이면 월급쟁이로 백만년 동안 쓰지 않고 모아야 벌 수 있는 돈 같아요. 3D로 보면 판도라 행성의 형광색 해파리들이 극장 안에서 둥둥 떠다닌대요. 총리님도 예고편을 보셨다는데 안 보면 왕따가 될 것 같아요. 하지만 예매하기 힘들어요. 2D 상영관은 줄어든대요. 3D는 극장표도 비싸요. 4D 상영관은 찾기 어려워요.

이맘 때면 찾아오던 '해리포터' 대신 '퍼시 잭슨과 번개도둑'이 찾아왔어요. '해리포터'처럼 따로 책을 읽지 않아도 주인공 누구인지 다 알아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신들이라 그래요. 제우스, 포세이돈, 메두사. 히드라 등 고대 그리스 신들이 현대 도시에서 인간들과 공존하며 산대요. 그 와중에 제우스가 번개를 도둑맞았어요. 번개 없는 제우스는 인사권 없는 사장이랑 같아요. 번개도둑으로 몰린 포세이돈의 아들 퍼시 잭슨은 번개 찾으러 모험 떠나요. 감독이 '그렘린','구니스','나홀로 집에'를 연출한 크리스 콜럼버스에요. 이 감독이 18세 이상 관람가를 찍은 걸 본 적이 없어요.

논어의 주인공 공자 할아버지가 성룡 아저씨 대신 설날에 나들이하셨어요. 주윤발 아저씨는 '공자-춘추전국시대'에서 롱코트와 성냥개비를 버리고 장삼 자락 휘날리는 공자 할아버지로 분했어요. 제작비 350억 원을 들였대요. 중국영화에서 스케일은 인해전술과 동의어에요. CG로 그리는 것보다 엑스트라로 벌판을 채워요. ‘맹자-공자의 제자들’이 2탄으로 나올 것 같아요.
 
▲ 영화 '공자-춘추전국시대'의 한 장면

설날 때 조심해야 할 게 차례 음식 많이 먹는 거에요. 이것저것 먹다 보면 다이어트는 한 방에 무너져요. 그런데 아예 제목이 '하늘에서 음식이 내린다면'이에요. 하늘에서 남자가 내려도 모자란 판에 음식이라니. 하지만 왠지 입맛부터 다셔요. 영화 포스터에는 도넛과 딸기 아이스크림, 파스타와 와플들이 가득 차 있어요. 게다가 요즘 유행하는 3D 애니메이션이에요. 영화를 본 다음에도 물만 먹을 수 있으면 다이어트 성공할 수 있어요.

달밤에 남자를 조심하라는 '울프맨'도 눈길이 가요. 제목만 봐선 남자가 늑대인지, 늑대 인간인지 분간은 안 돼요. 하지만 올해 설에 개봉하는 영화 중에 거의 유일한 18세 이상 관람가 영화에요. 에로틱한 분위기보다 내장이 터지고 신체가 난도질당해서 그래요. 제61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게릴라'로 남우주연상 받은 베니치오 델 토로가 주인공을 맡았어요. '한니발 렉터 박사'인 안소니 홉킨스도 나와요. 정월 대보름에 개봉했으면 더 좋았을 거 같아요.

이 영화는 아예 제목이 '발렌타인 데이'에요. 정확한 한국어 표기로는 밸런타인데이가 맞아요. 제시카 알바. 줄리아 로버츠, 앤 해서웨이, 애쉬튼 커쳐, 제이미 폭스. 할리우드에서 주연하고도 남을 배우들이 이 영화에 몰렸어요. 이른바 밸런타인데이용 '러브 액추얼리'래요. 말 안 해도 데이트용 무비인거 알아요. 이런 영화 혼자 보러 가면 우울증 걸려요. 그래도 왠지 밸런타인데이 당일에 봐줘야 할 것 같아요. 초콜릿 잔뜩 먹으면 우울증도 안 걸릴 거에요.

▲ 영화 '발렌타인 데이'의 한 장면


11일 개봉하는 영화는 이 밖에도 많아요. 프랑스 영화 '유 윌 미스 미'도 있어요. 다양한 사연을 지닌 사람들이 공항에서 인연을 맺어요. 설날이 기쁘지 않은 사람들도 있는 것처럼 공항이 꼭 좋은 기억들만 있는 것도 아니에요. 공항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이 정감 있어요. 그러나 공항이 많지 않듯 '유 윌 미스 미'의 상영관도 열 개 남짓이래요.
일본 영화는 세 편이나 선을 보여요. 우선 '키사라기 미키짱'이 있어요. 아이돌 그룹의 스타 키사라키 미키가 자살 한 지 1주년 되는 날 골수팬들이 모여 추도식을 한데요. 그러다가 미키의 자살을 둘러싼 의혹들을 파헤쳐요. 일본 오타쿠 문화를 엿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파스타'의 버럭쉐프는 없어도 일본의 남극 후지 돔 기지에는 대원들의 식사를 책임지는 니시무라 쉐프가 있어요. 일본 영화 '남극의 쉐프'는 남극 기지에 근무하는 쉐프의 에피소드를 담은 영화래요. 남극 가는 '1박2일' 제작진이 참고했을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원피스 극장판 10기-스트롱 월드' 또한 설 연휴 일본영화 3총사에 이름을 올렸어요. 세 편 모두 상영관 찾기 쉽지 않아요.

그러고 보니 한국영화가 빠졌어요. 아쉽게도 한국영화는 설 연휴 전인 11일에 개봉한 작품이 없어요. 대신 지난 4일 개봉한 영화들이 설 연휴를 책임져요.

▲ 영화 '의형제'의 한 장면

그중에 가장 화제작은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의형제’에요. 강동원은 ‘전우치’에 이어 ‘의형제’로 2연타석 흥행 중이에요. 개봉 일주일 만에 150만 관객이 넘었어요. 올해 한국 영화 개봉작 중 가장 빠른 흥행이에요 송강호가 파면당한 국정원 직원으로 강동원이 버림받은 북한 공작원으로 출연해요. 북한 공작원은 얼굴 보고 뽑나 의심 돼요.

'의형제'는 ‘영화는 영화다’를 찍은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에요. ‘의형제’가 잘 되면 ‘의남매’를 찍는다는 헛소문도 돌아요. 강동원을 이상형으로 꼽은 소녀시대 태연이 캐스팅되면 대박일 거에요. 물론 태연은 모든 여자들의 적이 될지도 몰라요.

지난 1월28일 개봉한 ‘하모니’도 설날 극장가에 선을 뵈요. 우리나라 최고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가 밀고 있는 영화에요. 김윤진 나문희 강예원이 주연이에요. 여자교도소에서 펼쳐지는 감동적인 스토리가 눈물을 쭉쭉 뽑아간데요. 안구건강, 심신건강에 좋은 영화에요. 개봉 2주차에 140만 관객을 동원하며 장기흥행 채비를 갖췄어요.

‘하모니’와 같은 날 개봉한 ‘식객:김치전쟁’은 설날에 어울리는 영화에요. 우리나라 각종 김치가 화면에 펼쳐진대요. 김장철 지났는데도 김치를 담그고 싶어져요. 하지만 만화 ‘식객’과는 달라요. 진수랑 성찬의 알콩달콩 연예질이 빠졌어요.

검색질을 하다 보니 하루가 훌쩍 가요. 지난해 설에는 ‘워낭소리’와 ‘과속스캔들’,‘적벽대전 2’가 관객들을 싹쓸이했어요. 올해는 어떤 영화가 관객들을 쓸어 담을지 궁금해요. 그런데 극장가기 귀찮다고 불법다운로드 찾아보면 안 돼요. 요즘은 서버 압수수색하는 세상이에요. 어둠의 경로 좋아하다 인생에 먹구름 낄 수 있어요. 설날 새뱃돈은 못 받을망정 벌금 물면 개망신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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