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통토크]①"29년 연예계 풍파, 원칙으로 버텼죠"…박영석 팬엔터 회장

  • 등록 2017-12-25 오전 6:00:00

    수정 2017-12-25 오전 6:00:00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스타in 김윤지 기자] “의학 실험실에서 배운 게 있습니다. 원칙입니다. 실험엔 요령이 없어요. 변화의 속도가 빠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선 변칙의 유혹이 있습니다. 10여 년 전에도 우회상장으로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주변에서 말했지만 직상장을 택했습니다. 덕분에 지금까지 왔습니다. ‘원칙을 지키자’고 직원들에게 말합니다.”

일본 한류의 시작인 ‘겨울연가’(배용준·최지우·이하 주연)를 비롯해 ‘킬미힐미’(지성·황정음), ‘해를 품은 달’(김수현·한가인) 등을 제작한 팬엔터테인먼트(이하 팬엔터)가 2018년 창립 20주년을 맞는다. 그 중심엔 박영석 회장(60)이 있다.

그의 첫 직장은 동아제약이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박차고 나온 이유는 가수가 되겠다는 꿈 때문이었다. 연예계에 발을 디딘 그는 1988년 가수 이상우를 시작으로 음반 제작자로 전향했다. 당시 언론사와 방송사를 돌아다니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동아제약 박카스를 건넸다. 가끔 그가 안보이면서 “박카스 어디 갔냐”고 묻는 이가 생길 정도였다. 사람들은 그를 본명 대신 ‘박동아’로 불렀다. 지금도 그의 명함에 이름과 함께 적혀 있다. ‘박동아’란 예명엔 가수 매니저에서 드라마 제작사 대표로, 그의 극적인 인생이 압축돼 있었다.

◇ 잊을 수 없는 순간들…‘겨울연가’·상암시대

창립작인 KBS2 ‘겨울연가’(2002)는 그의 인생을 바꿔 놨다. 가수 이정현과 싸이를 제작한 그는 OST 마케팅에 탁월한 안목이 있었다. 음반 판매는 줄어도 드라마·영화 OST 앨범에 대한 수요는 있다는 데서 착안했다. 20억 원을 투자한 ‘겨울연가’는 10배가 훌쩍 넘는 수익을 냈다. 한국 드라마사의 한 획을 그은 성공이었다. 이를 바탕으로 팬엔터는 2006년 코스닥에 상장할 수 있었다.

상장 후 박 회장은 사옥을 세웠다. 그는 “그때 큰돈을 번 줄 알았지만 강남에 땅 몇 평밖에 살 수 없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우연히 신문에서 상암 DMC 분양 소식을 접했다. 박 회장은 무릎을 탁 쳤다. 컨소시엄 구성이 아닌 단독으로 입찰에 응했고, 성공했다. 지상13층 지하5층 규모의 사옥을 건축했다. 2012년 11월 상암시대를 열었다. 지금 떠올려도 준공식 날의 뭉클함은 여전했다.

“공사장을 수백 번을 왔다 갔다 했어요. 비 오는 날엔 억센 빗줄기를 뚫고 갔죠. 궁금해서 견딜 수 있어야죠. 하하. 인테리어 하나하나 신경 썼습니다. 건물이 완성된 날 느낀 희열이란. 평생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었습니다.”

◇”드라마, 도박 아냐…본질에 충실해야“

팬엔터는 미니시리즈부터 주말극까지 폭넓은 세대를 겨냥한다. 트렌드만 좇지 않는 것이 팬엔터의 강점이다. 올해만 해도 주말극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부터 미니시리즈 ‘사랑의 온도’까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를 제작했다. MBC ‘해를 품은 달’·‘킬미, 힐미’의 진수완 작가, SBS ‘펀치’·‘귓속말’의 박경수 작가, MBC ‘백년의 유산’·‘전설의 마녀’의 구현숙 작가 등 베테랑 작가부터 신인까지 20여 명의 작가가 속해 있다.

최근 새로운 경쟁자가 생겼다. 스튜디오드래곤·몬스터유니온 등 방송사와 결합된 공룡 제작사들이다. NEW·쇼박스 등 영화 투자배급사도 드라마 제작에 뛰어들고 있다. 드라마를 찾는 채널이 늘어난 만큼 드라마 제작사도 늘었다. ”기업을 하다보면 늘 위기“라는 박 회장은 무분별한 자본의 유입과 그로인한 거품을 우려했다.

“신생 회사들은 자본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어요. 지나치게 높은 작가료나 출연료가 그렇습니다. 국내 드라마 시장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단가가 높아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집니다. 시장질서가 흐트러지지 않을지 걱정되는 부분입니다.”

그는 시장이 혼란스러울수록 원칙, 다시 말해 콘텐츠 제작이라는 업(業) 본질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팬엔터는 경영·제작·기획을 분리시켜 전문화했다. “팬엔터는 잘 조직된 기업”이란 표현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장인정신이랄까요. 지금까지 하던 대로 극본과 기획을 중시 여기면서 맛으로 승부할 생각입니다.”

사진=‘겨울연가’
◇영화 제작으로 영역 확장…“새 먹거리 물색”

드라마 제작사는 특성상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임대 사업과 시사·교양 프로그램 제작 등으로 비교적 수입이 안정적인 팬엔터도 새로운 수입원을 찾고 있다. 콘텐츠 사업에만 머물지 않는다. 앞서 화장품과 커피 사업에 부분 투자했다. 2015년에는 쉐이크쉑버거 독점 라이선스 계약 경쟁에도 참여했다. 미디어를 통해 홍보에 강점이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었다. 아쉽게 탈락했지만, 최종 6개 후보까지 올랐다. 드라마와 무관해 보이는 외식 분야에 관심을 기울인 이유가 궁금했다.

“실은 요즘 드라마도 보지 않고, 음악도 덜 접하려고 합니다. 제가 끼어들면 올드(OLD)해져요.(웃음) 젊은 세대나 주변 사람들에 의존합니다. CEO는 결정하는 사람이잖아요. 해외로 가족 여행을 갔는데 아이들이 햄버거 먹는다고 줄을 한참 서더라고요. 꼭 먹어야 한다고요. 이렇게 젊은이들을 끌어당기는 햄버거가 궁금했습니다. 그게 쉐이크쉑버거였어요.”

내년 팬엔터는 영화 제작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에 부분 투자로 참여했고, 현재 공동 개발 형태로 대여섯 개 작품을 준비 중이다. 그는 ”내년이면 결실을 맺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영화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직접 경영에 참여할 아이템을 물색 중입니다. 쉐이크쉑버거처럼 미디어와 결합해 시너지를 낼 먹을거리를 찾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앞으로 팬엔터의 20년을 책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 박영석 팬엔터테인먼트 회장은…

△1957년 전북 전주 출생 △전북대 화학과 △중앙대 예술대학원 △한국음원제작자 협회 이사 △한국연예제작자협회 감사 △문화관광부장관 표창 △방송위원회위원장 표창 △기획재정부장관 표창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공로패 △무역의 날 특별공로패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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