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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수목 ‘흉부외과’는 지난달 29일 첫 방송 당시 ‘60분 룰’을 깼다. 지상파 3사는 지난 7월 주중 미니시리즈 회당 분량을 60분으로 합의했다. 그러나 ‘흉부외과’는 4회(유사 중간광고 불포함) 연속 방송했고, 3,4회는 총 65분 동안 전파를 탔다. “합의한 것은 오후 10시 시간대”라는 것이 SBS의 설명이었다.
꼼수일까, 차별화일까. 각 방송사가 드라마 고무줄 분량으로 공격적인 시청률 경쟁 중이다. tvN, JTBC 등 비지상파 채널은 정도가 더 심하다.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고 시청자의 혼란을 가중한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한편 드라마 홍수 시대인 만큼 전략으로 봐야한다는 새로운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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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미니시리즈는 3사가 합의한 회당 60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1~2분, 길어야 5분 차이다. 한때 점점 늘어났던 러닝타임에 지상파가 브레이크를 건 이유는 제작비다. 광고 시장의 축소 등으로 제작비를 줄이고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중간광고 탓에 60분을 마지노선으로 삼았다.
러닝타임은 창작자의 의도나 광고 상황, 편성 전략 등 수익성과 완성도를 복합적으로 고려해 결정된다. 작품 마다 러닝타임에 차이가 있는 이유다. 지난달 30일 종영한 케이블채널 tvN ‘미스터 션샤인’ 최종회는 96분 동안 방영됐다. 영화 러닝타임에 맞먹는 수준이다. ‘미스터 션샤인’ 22,23회는 80분에 달하는 등 막판 스퍼트를 올렸다. 이 같은 특별 편성 등에 힘입어 최종회 18.1%(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전국 가구 기준)라는 유종의 미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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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상황에 지상파는 역차별 주장이다. 틈새 전략으로 오후 11시대 주중 드라마를 배치했던 tvN, JTBC는 최근 시간대를 오후 9시 30분으로 옮겼다. 지상파 보다 30분 일찍 시작하는 데다 기본적으로 10~15분이 길다보니 불리하다는 지적이다. 지상파 미니시리즈를 제작하는 제작자 A씨는 “합의된 회당 분량을 따르고 있지만, 경쟁사의 자유로운 편성에 손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라며 “지상파 프리미엄도 옛말 아닌가. 미니시리즈 회당 분량 제한을 비지상파도 적용하거나 방송사 자율에 맡겨야 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러닝타임은 곧 돈…“본질에 집중해야”
그럼에도 장기적 측면에서 ‘콘텐츠 다이어트’는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경쟁적인 분량 늘리기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60분에서 70분으로 늘어나면 시청자로선 고작 10분 차이지만 부담은 곱절이다. 완성도나 호흡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장면이 필요하다. 신이 추가되면 촬영에 투입되는 수십 명의 스태프들과 배우들의 노동 시간도 함께 늘어난다. 방송사에서 정한 등급에 따라 출연료를 받는 연기자도 방송시간이 늘면 출연료가 올라간다. 이는 곧 제작비로 연결된다.
편성 횟수나 분량 축소에 대한 공감대는 방송가에서 일찌감치 형성됐다. 글로벌 기준에 맞춰 회당 40분으로 줄이자는 논의까지 나오고 있다. 해외 판권 판매가 빈번한 요즘 60~70분물을 40분으로 재편집하는 수고를 덜기 위해서다. 박상주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 사무국장은 “수익이 보장되지 않는 이상 시청률 경쟁을 해야 하고, 일차적인 수입원이 광고이기 때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이라며 “올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 새로운 변수가 생겼고, 시청자들의 시청 습관도 변화한 만큼 달라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