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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황규인 명예기자] 5월 27일까지 한화 김태균은 42 타점을 올리며, 팀 동료 크루즈를 6개 차이로 제치고 타점 부문 1위에 올라 있다. 3위는 30 타점의 김동주. 역시나 상당한 차이다.
일반적으로 타점은 홈런이 많은 선수에게 돌아간다. 하지만 김태균과 똑같이 13 홈런을 기록 중인 양준혁의 타점은 29개밖에 되지 않는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비롯됐을까?
먼저 김태균의 득점권 타율(.457)은 시즌 전체 평균(.326)보다 1할3푼 이상이나 높다. 반면 양준혁의 득점권 타율은 .237에 그쳤다. 찬스에서의 집중력 차이가 타점 차이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게 전부일까?
비교를 위해 2005~2006 두 시즌에 걸친 기록을 알아보자. 이 기간 동안 김태균의 타점은 모두 173개, 역시나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였다. 그 뒤를 잇는 타자는 롯데의 이대호(168 타점), 서튼(163) 순이다.
하지만 이 세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득점권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김태균(.321)이 아닌 이대호(.324)다. 한편 서튼의 기록(.257)은 형편없이 떨어진다. 그러니까 득점권 타율 이외에도 타점수를 결정하는 그 무엇이 있다는 얘기다.
득점권에 가 있는 주자 역시 김태균 타석에서 가장 많았다. 545명의 기록은 역시나 김한수(522명)에 비해 20명 이상 많았다. 그러니까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라는 측면에서 김태균은 엄청난 어드밴티지를 안았다는 사실이 이를 통해 증명되는 것이다.
물론 기회가 많았다고 해서 무조건 많은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에 있어 두 번째라고 할 김한수의 타점은 모두 127점밖에 되지 않았다. 만약 같은 주자를 리그 평균 타자에게 주었다면 타점은 135점으로 8점 가량 향상됐을 것이다.
반면 김태균의 경우 같은 기회였다면 리그 평균 타자의 기록은 153점으로 20타점이나 줄어든다. 확실히 김태균이 찬스에서 강했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러나 마찬가지 기회를 이대호에게 주었다면 185 타점, 서튼의 경우에는 186 타점을 기록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김태균은 총 125명의 주자를 루상에 둔 채 타석에 들어섰다. 1위 브룸바(134 명, 25타점), 2위 송지만(128명, 26 타점)과 비교해도 굉장한 타점 페이스다. 한편 똑같이 125명의 주자를 맞이한 박경완은 16타점에 만족하고 있다.
김태균은 이번 시즌 개막에 앞서 동갑내기 라이벌 '이대호를 꼭 꺾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그리고 현재까지의 성적은 그의 이런 발언이 허튼소리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는 중이다.
이제 두 선수가 사직에서 만난다. 과연 시즌 말미에 웃는 자는 누가 될 것인가? 최고 타자를 놓고 벌이는 '선의의 경쟁'이 더욱 흥미로워지고 있는 올 시즌 프로야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