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POP콘]유니버셜 뮤직→그래미까지…음악계 인종차별 용어 퇴출 운동

  • 등록 2020-06-14 오후 1:18:33

    수정 2020-06-14 오후 1:18:33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이데일리가 한 주 간 쏟아진 팝가수와 빌보드 이슈들을 모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요약 코너를 준비했습니다. 매 주말 주간 팝소식을 선정해 소개합니다.

미국 그래미 어워즈. (사진=AP/뉴시스)
변화는 사소한 일상과 단어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있죠.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을 계기로 미국 전역을 휩쓴 인종차별 철폐 운동에 전세계 팝가수들과 미국 음악계가 적극 나선 가운데, 전세계 팝 최고 권위의 시상식인 그래미 어워즈도 이에 동참했습니다.

그간 SNS 해시태그 운동 및 ‘블랙아웃 화요일’ 파업, 기부금 지원 등 간접 행동으로 인종 차별 철폐의 흐름에 동참했던 미국 음악계는 직접 시위 참여는 물론 ‘흑인’을 분리 지칭하는 단어의 사용까지 멈추는 일상에서의 사회운동까지 연대의 범위를 넓혔습니다.

그간 ‘블랙뮤직’과 함께 흑인 음악을 포괄적으로 지칭해오던 ‘어번(urban·도시의) 뮤직’이란 표현을 다른 용어로 대체하자는 움직임이 대표적이죠. 유명 음반사인 리퍼블릭 레코드가 이를 실천한데 이어 최근 그래미 어워즈까지 이 표현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래미 어워즈를 주최하는 미국의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흑인 음악 부문 상이던 ‘최우수 어번 컨템포러리 앨범상’(Best Urban Contemporary Album) 부문을 ‘최우수 프로그레시브 R&B 앨범상’(Best Progressive R&B Album) 부문으로 개칭하기로 했다고 밝혔습니다.

바뀐 명칭은 내년 1월 열릴 제63회 그래미 어워즈부터 적용될 예정입니다. 60여년 반 세기 넘게 바뀌지 않았던 인종차별적 표현이 처음으로 사라지는 역사적 순간이란 점에서 뜻깊습니다.

앞서 ‘어번’ 또는 ‘어번 컨템포러리’란 표현은 그간 팝시장에서 R&B 및 힙합, 솔(Soul) 등 흑인음악 장르를 통칭하는 용어로 보통 사용돼왔습니다. 1970년대 뉴욕의 한 라디오 DJ가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팝계 전반에 통용되는 표현으로 확산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간 비욘세 및 비욘세, 리조, 더 위켄드, 퍼렐 윌리엄스, 리한나, 프랭크 오션 등 세계적인기를 확보한 흑인 가수들이 그래미에서 ‘최우수 어번 컨템포러리 앨범상’의 주인공이 돼오곤 했습니다.

‘어번’이란 단어 자체가 흑인을 비하하는 의미를 띠고 있다 보기는 어렵지만, 최근 팝 음악계 내에서는 이 용어가 사용되는 것이 불편하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제기돼왔습니다.

‘어번’이란 하나의 범주에 흑인 아티스트들을 몰아넣음으로써 주류 시장인 백인 음악계에서 이들을 사실상 분리하고 주변화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죠. 과거에만 해도 R&B와 힙합이 하위문화에 마니아적 장르였지만, 최근 더 위켄드, 리조, 비욘세, 리한나의 음악이 빌보드 최상위권을 휩쓸 정도로 대중적으로 변한 지금 이같은 분리가 소용없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한 몫했습니다.

레코딩 아카데미 임시 회장을 맡은 프로듀서 하비 메이슨 주니어는 그래미의 이번 개칭 이유에 대해 미 빌보드에 “(‘어번’이라는 용어가) 불편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들이 있었다”며 “R&B 음악계 내에서 점진적으로 변화가 있었고, 레코딩 아카데미 내부에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그래미 어워즈를 변화로 이끌 수 있던데는 미국의 대형 레이블 중 하나인 리퍼블릭 레코드가 이를 먼저 실천한 영향도 크다는 분석입니다. 리퍼블릭 레코드는 미국 최대의 음악 그룹인 유니버설 뮤직의 산하 레이블입니다.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아리아나 그란데, 포스트 말론, 드레이크 등이 소속돼 있죠.

리퍼블릭 레코드는 지난 5일(현지시간) “현시점부터 ‘어번’이라는 단어를 부문, 인력, 음악 장르 등을 수식하는 용어에서 폐기할 것”이라고 SNS를 통해 밝힌 바 있습니다.

이어 “시대에 뒤떨어진 과거의 구조를 고수하지 않고 우리가 원하는 미래를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음악계의 동참을 독려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0일 워너뮤직 그룹과 미국 최대 라디오 회사 아이하트미디어 역시 ‘어번’ 용어 사용 중단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BBC 방송에 따르면 영국의 음반 회사 ‘원 리틀 인디언’도 최근 사명을 ‘원 리틀 인디펜던트’로 개명했습니다. 최근 한 리스너로부터 ‘폭력적이었던 한 시대를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을 받아들이면서죠.

최근 인종차별적 표현이 사용됐다는 이유로 그룹명 레이디 앤터볼룸을 개칭한 레이디 A. (사진=AP/뉴시스)
일상에서의 단어 사용 개선의 움직임은 팝가수 개개인에게도 많은 영감을 주고 실천에 나서게 하고 있습니다.

경쾌한 멜로디와 흡인력 있는 가사가 특징인 곡 ‘Need You Now’로 미국과 영국은 물론 한국 대중에게까지 이름을 알린 미국의 컨트리 밴드 레이디 앤터벨룸은 최근 그룹명을 ‘레이디 A’로 개칭했습니다.

‘앤터벨룸’이란 단어가 인종차별적 의미를 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입니다. 레이디 A는 지난 11일(현지시간) 트위터 공식 계정을 통해 “‘앤터벨룸’을 지우고 팬들이 지어준 별명 ‘레이디 A’란 이름으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히며 “가까운 흑인 친구들 및 동료들과 솔직한 대화를 나누고 멤버 간 논의까지 거쳐 결정한 결과”라고 전했습니다.

‘앤터벨룸’(Anterbellum)은 미국에서 남북전쟁이 발발하기 이전 시기를 지칭하는 단어입니다. 흑인 노예제도가 합법적으로 시행되던 때죠.

레이디 A는 “지난 몇 주 간 벌어진 일들을 주의 깊게 지켜보면서 흑인들이 겪어온 부조리, 불평등에 눈을 뜨게 됐다”며 “우리가 미처 존재한다고 생각지도 못했던 사각지대가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밴드명으로 인해 불안감과 불편함을 느꼈을 모든 분께 사과드린다”며 “절대 고통을 주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분명 누군가는 상처를 받았을 것이다. 그래서 오늘 우리는 변화를 만들기로 한 것”이라고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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