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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괴물 투수' 류현진(23.한화)이 또 한번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고 있다.
류현진은 한화의 하와이 스프링캠프서 합동 훈련중인 박찬호에게 최근 컷 패스트볼(커터)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한화 관계자에 따르면 류현진은 자신의 훈련이 끝난 뒤에도 박찬호의 투구를 유심히 관찰하며 컷 패스트볼 연마에 힘을 쏟고 있다. 박찬호의 컷 패스트볼에 그만큼 매료된 것이다.
박찬호 역시 한국 대표 투수로 성장한 후배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데 공을 들이고 있다. 류현진의 투구를 직접 지켜보며 방식을 전하고 있다.
스프링캠프서 새로운 구종을 익히는 것은 특별한 일은 아니다. 류현진이 아니더라도 대부분 투수들이 새 공에 관심을 두고 땀을 흘린다.
류현진의 새 구종 장착이 더욱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의 남다른 능력에 대한 기대가 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프로에 입문하며 새로운 공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능력을 보여줬다. 마치 습자지처럼 빠른 습득력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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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의 체인지업은 구대성에게 전수받은 것이었다. 지난 2006년 한화에 재합류한 구대성은 류현진에게 자신의 장기인 체인지업을 알려줬다.
여기서 구대성이 한 말에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구대성은 "내가 체인지업을 알려준 건 류현진 만이 아니었다. WBC 대표팀 등에서 몇몇 좌완 투수들에게도 같은 방법을 전했다. 하지만 누구도 류현진 만큼 빠르게 자기 것으로 만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구대성에게 노하우를 전수 받은 선수 중, 류현진은 가장 이름값이 떨어지는 선수였다. 대표팀 선수라면 당대 최고 좌완들을 의미한다. 그러나 가장 빠르고 효과적으로 새무기를 얻은 선수는 류현진이었다. 진정한 위너였던 셈이다.
배트의 중심을 살짝 비켜나가는 공으로 빗맞은 타구를 유발, 내야 땅볼을 유도해낼 수 있는 구종이다.
류현진은 슬라이더의 비중이 아주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러나 컷 패스트볼과 함께 구사할 경우 상대 타자들에겐 체인지업 이상의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
수 싸움의 경우의 수가 한층 늘어나 대응 방법이 복잡해지기 때문이다. 특히 직구 노림수로 공략하기가 어려워진다.
새로운 공을 손에 익힌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보통 3~4년 정도의 시간을 들여 천천히 자기 것으로 만든 뒤 실전에 활용하게 된다.
그러나 류현진이라면 다르다. 불과 한달여만에 '구대성 표' 체인지업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낸 경험이 있다. '박찬호 표' 컷 패스트볼 또한 기대를 걸어볼 만 하다.
류현진이 또 한번 빠른 적응력을 보일 경우, 우리는 한층 업그레이드 된 '괴물 투수'를 만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