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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6월 즈음이었다. 조웅천 SK 코치의 말을 빌리자면 28일 문학구장에서 역대 두 번째로 감독 통산 900승 고지에 오른 후 선수단이 조촐하게 축하 파티를 마련한 자리였다.
당시 고참 조웅천 코치가 대표로 케이크를 들고 김 감독을 맞았다. 현장에 있던 윤길현은 “최고참은 가득염 두산 코치였지만 감독에게 그런 장난을 칠만한 선수는 조웅천 코치가 적임자였다”고 귀띔한다.
사실 윤길현이나 김원형 코치도 이때가 감독의 생신이었는지, 정규시즌 우승 확정일이었는지 헷갈렸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던 주인공은 직접 케이크를 배달한 조웅천 코치.
조 코치는 “다들 어려워하더라. 옆에서 나더러 하라고 하기에 뭐 어려울 게 있나 싶어서 한다고 했다. 사실 장난까지 칠 생각은 없었는데 순간적으로 생각이 났다”고 했다.
순간적으로 장난기가 발동해 벌인 사건이었지만 조 코치는 뜨끔했다. 김 감독이 크게 다칠 번 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마지막 사진은 감독이 피를 흘린 것이었을까. 다행히도 아니었다. 케이크 위에 올려있던 딸기가 김 감독의 얼굴에서 뭉그러졌다. 위치가 묘해 마치 피를 흘린 것 같은 착각을….
조 코치는 “감독님이 재밌으셔 하셨으면 좋겠다 싶었다. 나에겐 감독님이라기보다 아버지 같은 분이셨다. 늘 야구에만 집중하고 몰두하고 계시는데 이렇게 한 번 좀 웃으셨으면 했고 또 즐거움을 드리고 싶었다”고 했다.
그래서 조 코치는 케이크를 김 감독의 얼굴에 배달한 뒤 또 생크림을 몇 번이나 김 감독의 얼굴에 묻히길 반복했단다. 지금 생각하면, 아니 그때도 정말 용감한 행동이었다.
김 감독은 괘씸해하기는커녕 즐거웠다. 마지막 사진을 보면 김 감독은 그 어느 때보다 재미있어 한 듯 보인다. 해맑다. 김 감독도 당시가 언제인지 헷갈리긴 했지만 이내 미소를 머금었다. 김 감독에게도 그때 일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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