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th BIFF]임권택 102번째 영화 '화장', "나이 배인 영화될 것"

  • 등록 2013-10-04 오후 1:14:57

    수정 2013-10-04 오후 1:19:25

4일 오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영화 ‘화장’(감독 임권택) 제작발표회에서 임권택 감독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김정욱 기자)
[부산=이데일리 스타in 최은영 기자]“102번째 영화를 한다는 것은 내 나이만큼의 연륜이 배인 영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욕 안 먹도록 열심히, 잘 만들어보겠다.”

102번째 영화 만들기에 나선 ‘한국영화의 거장’ 임권택 감독의 일성이다.

임 감독은 4일 오전 11시 부산 해운대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영화 ‘화장’ 제작발표회에 주연배우 안성기, 원작자인 소설가 김훈 등과 함께 참석해 이 같은 포부를 전했다.

영화 ‘화장’은 올해로 데뷔 50주년을 맞은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다. 2004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뇌종양에 걸려 죽어가는 아내와 젊고 아름다운 회사 여직원 사이에 번민하는 한 중년남자를 통해 삶과 죽음을 조명한다. ‘만다라’ ‘안개마을’ ‘태백산맥’ ‘축제’ 등의 영화로 임권택 감독과 각별한 인연을 맺어온 ‘국민 배우’ 안성기가 주인공 오상무 역할을 맡았다. 여기에 영화 ‘접속’ ‘공동경비구역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마당을 나온 암탉’ ‘건축학개론’ 등을 만든 명필름이 제작을 맡았다. ‘화장’이 주목받는 이유다.

임권택 감독은 “평소 김훈 작가의 작품을 좋아했다”며 “‘칼의 노래’를 영화로 만들었으면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그러다가 ‘화장’ 연출을 맡게 됐는데 김훈 작가의 문장이 주는 엄청난 힘과 박진감을 영상으로 담아낸다는 게 굉장히 해볼만하다는 생각도 들면서 심리묘사 부분에선 매체가 달라 어렵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기대감과 동시에 우려를 표했다.

임 감독은 “그런 생각 때문에 앓고 앓다가 남자 주인공 마음 안의 상을 잘 따라가면 지금까지 해온 영화와 다른 영화가 나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영화로 잘 드러내면 영화적인 성과 역시 클 것 같다. 잘하면 칭찬 받고 잘못하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 같은데 힘든 과제지만 열심히 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현장에선 임권택에게 102번째 영화는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도 이어졌다.

임 감독은 “영화는 나이만큼 살아온 세월이 쌓이고 쌓여 영상으로 드러나는 것”이라며 “순발력, 패기 등은 젊었을 때만 못해도 세상사에 대한 사려깊음은 더하지 않을까 싶다. ‘화장’은 나이만큼의 연륜이 배인 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 감독은 한국영화계의 산증인이자 한국인의 정서를 누구보다 잘 표현하는 감독으로 평가 받는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해 전쟁, 사극, 액션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아우르며 1960년대 한국영화의 황금기를 가로질렀다. 1982년 ‘만다라’, 1986년 ‘길소뜸’으로 베를린영화제 본전 진출의 쾌거를 이뤄으며, 2002년 ‘취화선’으로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하며 세계영화계의 거장으로 우뚝 섰다. 2005년에는 베를린영화제에서 명예황금곰상을 받았다.

이날 임 감독은 일어 서서 인사말을 건넸다. 거장의 겸손함이 돋보였다. 배우 강수연, 박중훈, 예지원,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집행위원장, 이준익 한국영화감독조합 대표 등도 참석해 ‘거장’의 새로운 출발을 축하했다.

영화 ‘화장’은 이달 내 주인공 오상무의 아내와 추은주 등 주요 배역 캐스팅을 마무리하고 12월 크랭크인 예정이다. 2014년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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