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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기존의 편견과 한계를 단숨에 넘어버리는 성장으로 야구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그들의 진화는 단순한 개인의 성취에 머무는 것이 아니다. 그들을 통해 야구로 꿈을 꾸고 있는 야구 소년들에게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만들어주고 있다. 이후 더 놀라운 천재들이 양국의 야구 수준을 끌어올려줄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하는 대목이다.
류현진은 22일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전서 7이닝 2실점으로 호투하며 후반기 첫 승과 함께 시즌 11승째를 거뒀다.
이제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서 승리를 거두는 것은 그리 특별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날 류현진은 보는 이들을 또 한 번 놀라게 했다. 구종의 진화가 돋보였기 때문이다.
최고 141km에 이르는 고속 슬라이더는 그 동안 그가 던지지 못했던 공이다. 슬라이더는 그가 잘 던질 수 있는 공이 아니었다. 던질 수는 있어도 승부구로 삼을 정도는 아니었다. 체인지업 그립으로 슬라이더 궤적을 그리도록 변형해 던지기까지 했을 만큼 자신을 갖고 있던 구종이 아니다.
하지만 류현진은 어느새 슬라이더를, 그것도 스피드까지 끌어올려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커브 역시 이전 보다 훨씬 각이 크고 매끄럽게 떨어졌다.
더 놀라운 것은 경기 후 밝힌 그의 비결이다. 류현진은 외신 인터뷰를 통해 “팀 동료인 클레이튼 커쇼에게 슬라이더, 조시 베켓에게 커브 그립을 배웠다. 2주 전이었다. 조언대로 던지니 잘 됐다”고 말했다.
그는 체인지업도 그렇게 익혔다. 한화 시절 구대성으로부터 배웠는데 15분만에 그대로 흡수했다. 구대성은 “같은 그립을 현진이 외에도 많은 투수들에게 가르쳐 줬다. 하지만 해낸 것은 현진이 뿐이었다”고 말했다.
오오타니는 불가능한 영역으로 여겨졌던 투.타 겸업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 지난해 프로에 입무할 당시 장훈씨를 비롯한 원로들은 하나같이 오오타니에게 둘 중 하나의 길을 택하라고 조언했다. 보다 성공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 투수를 권유하는 쪽이 절대 다수였다.
하지만 쿠리야마 니혼햄 감독은 오오타니에게 투수와 타자 모두의 길을 열어줬다. 그리고 2년째, 그 재능은 믿기지 않을만큼 폭발하고 있다.
우선 투수로서 오오타니는 올시즌 9승1패, 평균자책점 2.23을 기록하며 단박에 팀 에이스로 자리잡았다. 지난 주말 끝난 올스타전서는 무려 162km를 찍어 일본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물론 이 둘의 성공은 이들이 특별한 재능을 타고난 덕이라고 할 수 있다. 얼마 전엔 “노력으로 재능을 극복할 수 있다는 ‘1만시간의 법칙’은 허구”라는 발표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 허구 속에서도 14%(스포츠 분야의 경우)는 부족한 재능을 노력으로 메꿔 성공할 수 있다는 예외가 존재하고 있다. 14%는 ‘비더레전드’ 40콤보 달성 확률 보다 훨씬 높은 수치다. 류현진과 오오타니가 한국과 일본의 유망주들에게 여전히 교과서로서 유효한 이유다. 그들이 천재인 건 분명하지만 그들처럼 못하란 법도 없다. 이미 한계를 넘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는 것 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그렉 매덕스가 전성기였던 시절 해설자들은 “이 시대에 태어나 매덕스의 투구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해야 할 것”이라고 자주 말했었다. 그만한 투수는 다시 나오기 힘들거란 뜻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6세 이전에 사이영상 2회 수상에 도전하는 커쇼를 보고 있으며, 그의 슬라이더를 2주만에 마스터한 류현진까지 보고 있다. 매덕스를 보거나 혹은 듣고 자란 아이들이 만든 성과다.
류현진과 오오타니가 과연 어디까지 날아오를 것인지, 또 그들을 동경하며 글러브를 끼고 배트를 거머쥘 아이들 중 그들을 뛰어넘는 괴물이 등장할 수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