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공식 사임 "센터 구조적 문제 심각...특단 조치 있어야"

  • 등록 2021-03-19 오후 4:40:36

    수정 2021-03-19 오후 8:50:48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초대 이사장이 센터 인력의 부실한 채용 문제를 지적하며 취임 반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지난해 8월 5일 센터 출범과 함께 취임한 이숙진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은 19일 공식 사임을 발표했다. 이 이사장은 사임사에서 “센터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과 스포츠 선수들의 기대와 여망을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실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출범했다”며 “(출범 당시) 센터 핵심 업무인 조사 관련 경험이 있는 경력직은 팀장 이하 인력 중 2명에 불과했고, 대다수 인원은 사업, 행정, 홍보 경력 직원들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센터) 출범을 서둘렀으나, 센터 필요 인력에 대한 정확한 직무 분석과 이에 기반한 채용이 병행되지 못했다”며 “센터의 기본적 책무와 이를 수행할 조사 인력의 불일치는 센터 업무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다”면서 “‘스포츠 학교폭력 미투’가 사회문제화되고 신고 사건이 쌓여가고 있어 어려움은 증폭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숙진 이사장은 “경력 있는 조사 전문인력의 확보와 조직 개편, 특별사법경찰관 제도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면서 “센터가 명실공히 준사법적 기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이숙진 이사장의 사임사 전문

작년 7월 최숙현 선수가 “그 사람들 죄를 밝혀줘”라는 유언을 남기고 사망한지 한 달 만에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했습니다. 저는 고 최숙현 선수가 6개의 기관에 전전하며 호소하였던 스포츠 선수들의 고통과 막막함을 해결하는 것이 스포츠윤리센터의 책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스포츠윤리센터는 접수된 신고사건을 다른 기관으로 이관하지 않고 모두 직접 조사하였고, 경찰이 수사 중인 사건도 스포츠 인권보호라는 관점에서 자체 조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익명신고 사건조차도 피해자의 관점에서 피해여부를 밝히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 설립과 존립 기반은 스포츠 인권과 스포츠 비리의 피해자들을 위하여 제대로 사건을 조사하고 진상을 규명하여 피해구제를 확실히 하고, 더 나아가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을 강구할 수 있는지 여부에 달려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스포츠윤리센터는 스포츠를 사랑하는 모든 국민들과 스포츠 선수들의 기대와 여망을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실한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출범하였습니다. 저는 2020. 8. 5.자로 스포츠윤리센터 이사장으로 취임하였습니다. 그런 데, 문화체육관광부가 구성한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실무지원반은 2020. 7. 24.자로 이미 채용업체를 통해 25명의 직원을 채용 완료한 상태였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핵심 업무인 조사 관련 경험이 있는 경력직은 팀장 이하 인력 중 2명에 불과하였고, 대다수 인력은 사업, 행정, 홍보 경력의 직원들이었습니다.

스포츠계에 만연한 폭력과 성폭력 사건들에 대한 대책의 일환으로 출범을 서둘렀으나, 그에 걸맞는 스포츠윤리센터의 필요 인력에 대한 정확한 직무분석과 이에 기반한 채용이 병행되지 못하였습니다. 그 결과, 스포츠윤리센터는 설립과 동시에 존립을 걱정해야 하는 역설적 상황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 속에 이사장으로 취임한 저는 2020. 8. 5. 출범 당일에야 스포츠윤리센터 직원들과 첫 인사를 나누었고 그 날로 업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핵심 업무인 신고사건의 조사와 처리를 경험한 적이 없는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조사의 완성도를 높이는 문제는 그야말로 커다란 난제였습니다. 서너 달의 훈련과 교육을 통해 조사 업무의 완성도를 높이기에는 한계가 존재하였습니다. 조사결과를 심의·의결하는 스포츠윤리센터 심의위원들의 헌신적 노고가 없었다면 일상적 조사업무를 마무리하기 어려웠습니다. 특정 사건의 경우에는 전체 심의위원회와 별도의 심의위원회 소위원회를 구성해 수차례 회의를 열고 추가조사와 자료 보완을 해야 겨우 심의 종결 단계에 도달할 수 있었습니다.

“스포츠 인권 침해와 비리에 대한 조사”라는 센터의 기본적인 책무와 이를 수행할 조사 인력의 불일치는 현 상황에서 일시에 개선되기 어려워 센터 업무의 지속가능성을 어렵게 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최근에는 ‘스포츠 학교폭력 미투’가 사회문제화 되고, 신고사건이 쌓여가고 있어 그 어려움은 증폭되고 있습니다.

이미 국회와 언론 등에서 스포츠윤리센터 설립실무지원반의 인력채용에 관한 의혹을 제기한 바 있으며, 센터 내부에서도 조사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거론된 바 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2020년 12월부터 동 센터 출범 당시의 인력 채용에 관하여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동 감사 결과를 바탕으로, 스포츠윤리센터의 태생적인 한계를 직시하고 한시바삐 개선점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경력있는 조사 전문 인력의 확보와 조직 개편 그리고 특별사법경찰관 제도의 도입 등 특단의 대책이 있어야 할 것이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이를 잘 수립해 주실 것이라 믿습니다.

응급처방이 아니라, 스포츠 폭력과 인권침해의 피해자들을 실질적으로 구제하기 위한 방안이 강구되어 스포츠윤리센터가 명실공히 준사법적 기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이를 위한 필요불가결한 조건은 시급한 인력과 예산의 투입 그리고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센터 위상의 재정립일 것입니다.

출범 2달 만에 설립된 동 센터의 노동조합은 센터 내부에 크고 작은 잡음이 있는 것으로 언론에 알려왔습니다. 노조가 요구한 직원 임금은 인상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노동부 고용노동청 조사에 따르면, 노동조합이 진정한 내용들 중 갑질, 폭언, 노동조합 탄압이라는 위법행위는 없었고 사실이 아니었음이 밝혀졌습니다. 감사원에서도 노동조합이 제기한 사항들에 대해 문제없음의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사장인 저에게 행해졌던 OOOO OOO의 문자를 통한 협박 사건은 외부 조사위원의 조사와 징계위원회를 통한 징계조치가 이뤄졌습니다.

스포츠 폭력과 비리가 없는 체육계를 만들고자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였으나 그 책무를 다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동안 저에 대한 협박과 진정 및 언론을 통한 근거없는 공격에도 인내하면서 버틴 것은 스포츠윤리센터의 태생적인 한계를 인지하고 이 한계 속에서나마 인권과 비리 근절을 위한 피해구제기구로서 당 센터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스포츠 인권을 향한 국민적 열망에 부응하여 스포츠윤리센터는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조사기관으로 거듭나야 할 절박한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스포츠윤리센터의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저의 역할과 노력은 여기까지라고 생각하며 사직의 의사를 표합니다. 고 최숙현 선수가 목숨으로 우리에게 던진 질문, 폭력없는 체육계를 위한 답을 찾아가는 일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스포츠윤리센터가 뼈를 깎는 노력을 해주실 것을 진심으로 바랍니다. 죄송하고 감사합니다.

2021. 3. 19 이 숙 진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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