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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단 NC다이노스의 구단주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NC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24일 팀의 숙소가 있는 한 호텔에서 조촐하게 열린 축승회에서 이같이 소감을 전했다. 야구는 김 대표의 또 하나의 꿈이었기에 우승의 감격은 더 했을 터였다.
김 대표는 성공한 ‘야구덕후’다. 초등학교 시절 일본 야구만화 ‘거인의 별’을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웠다. 중학교를 다닐 때는 정말로 야구선수가 되려고 했다. 그의 어릴 적 영웅은 고(故) 최동원 투수였다. 최동원처럼 빠른 볼을 잘 던지려고 팔과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다녔다. 최동원의 주무기인 커브를 던지기 위해 야구책을 구해서 공 잡는 법을 익힌 뒤 몇 개월간 밤새 골목 담벼락을 친구삼아 투구 연습을 했다.
김 대표는 공부에 비해 야구재능은 별로 없었다. 결국 야구공 대신 컴퓨터를 잡았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IT기업인 엔씨소프트를 설립해 성공 신화를 썼다.
성공한 기업인이 됐지만 야구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다. 2011년 프로야구 9번째 구단인 NC다이노스를 창단해 어릴 적 이루지 못한 야구의 꿈을 다시 펼쳐나갔다. 당시 김 대표는 “야구라는 단어가 내 가슴을 뛰게 한다”며 “내게 야구는 내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영화이자 삶의 지혜서이며 투수가 던지는 볼 하나하나에서 드라마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야구단 창단 이후 김 대표는 아낌없는 관심과 사랑을 쏟았다. 단지 가뭄에 콩 나듯 야구장을 찾는 다른 구단주와는 차원이 달랐다. 기회가 될 때마다 경기장을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하고 얘기를 직접 들었다.
김 대표는 지난 17일부터 24일까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6경기를 하루도 빠지지 않고 모두 현장에서 관람했다. 그냥 무게 잡고 경기를 지켜본 게 아니다. NC의 한국시리즈 진출 기념 점퍼와 모자를 착용하고 민트색 응원 도구를 흔들며 열정적으로 응원을 보냈다. 지난달에도 NC 경기가 있는 각 도시를 이동하면서 정규시즌 우승 순간을 함께했다.
김 대표는 우승 확정 순간에도 선수들과 함께 했다. 그라운드에 내려와 선수들과 일일이 주먹을 부딪치며 정상 등극의 희열을 함께 나눴다. 선수들이 우승 세리머니 때 높이 들어올린 ‘집행검’을 직접 전달한 주인공도 김 대표였다. 우승 트로피 시상식에도 선수단과 함께 참여해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정규시즌 우승에 이어 또 한 번 헹가레를 시원하게 받았다.
역사가 10년도 안된 NC가 빠르게 강팀으로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것은 김 대표의 과감한 투자 덕분이다. 2016년 FA대어 박석민을 4년 최대 96억원의 대형계약으로 영입했다. 이어 2018년 말에는 이번 한국시리즈 MVP에 뽑힌 양의지와 4년 125억원이라는 특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FA 몸값 거품 논란이 일었지만 김 대표의 안목은 적중했다.
김 대표는 엔씨소프트의 IT기술도 야구에 적극 활용했다. 지난 2013년 엔씨소프트가 개발한 전력분석영상시스템 ‘D라커’를 도입했다. D라커는 전력분석 부서에서 제공하는 영상과 보고서를 선수와 코치들이 태블릿PC를 이용해 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김 대표는 1군과 2군 모든 선수들에게 태블릿PC를 지급해 D라커를 이용하도록 도왔다. 그런 노력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가능케 한 데이터 야구의 밑바탕이 됐다.
김 대표는 선수단을 지원하되 간섭하지는 않는다. 선수단 운영은 철저히 구단 프런트와 현장 지도자에게 맡긴다. NC의 우승은 그 같은 철칙의 결과이기도 하다. 이동욱 NC 감독은 “좋은 구단주를 만난 나는 행복한 감독”이라면서 “구단주께서 여러 부분에서 부족함 없이 지원을 많이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