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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정규시즌 순위에서 2위 LG가 3위 키움에 앞섰다. 두 팀의 승차는 7경기나 났다. 상대전적에서도 10승 6패로 LG가 우위였다. 팀 타율, 팀 평균자책점 모두 LG가 키움보다 우위였다.
무엇보다 LG는 정규시즌을 마치고 9일 KT위즈와 정규시즌 최종전을 치른 뒤 24일 PO 1차전까지 보름의 여유가 있었다. 반면 키움은 KT위즈와 준PO 5차전까지 가는 승부끝에 힘겹게 PO에 진출했다. 이 과정에서 안우진, 에릭 요키시 등 주축 투수들의 체력소모가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키움은 예상을 뒤엎고 LG를 무너뜨렸다. 대형 FA 계약 선수 하나 없지만 중요한 순간마다 깜짝 스타들이 나와 경기를 이끌었다.
특히 키움은 가장 열세로 꼽혔던 마운드에서 오히려 LG를 압도했다. 그동안 두드러지지 않았던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해줬다.
프로 3년 차 언더핸드 투수 김동혁은 올해 정규시즌에서 그닥 눈에 띄지 않았다. 24경기에 등판해 2승1패 3홀드 평균자책점 4.73에 머물렀다. 투구이닝도 26⅔이닝에 불과했다. 정규시즌만 보면 가을야구 활약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4-1로 앞선 8회초 1사 1, 3루 위기에서 구원투수로 올라와 LG 4번타자 채은성을 병살타로 잡아낸 장면은 키움이 시리즈 승부에 쐐기를 박는 결정적 장면이었다.
마무리 김재웅의 활약도 빛났다. 키움은 올 시즌 유독 마무리 투수 때문에 고생했다. 이승호, 문성현, 김태훈을 마무리투수로 기용했지만 줄줄이 실패했다. 뒤늦게 지난 8월 네 번째로 마무리 중책을 맡은 선수가 김재웅이었다.
김재웅은 13세이브를 기록하며 마무리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가을야구라는 큰 무대에서 얼마나 제 역할을 해낼지는 미지수였다. 게다가 상대팀 LG 마무리는 대한민국 최고의 소방수로 우뚝 선 고우석이었다.
타선에선 임지열이라는 깜짝스타가 빛났다. 임지열은 2014년 입단해 2019년 처음 1군에 데뷔하기까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었다. 올해 40경기에 나온 것아 데뷔 후 가장 많은 1군 출전 기록이었다.
하지만 이번 시리즈에서 당당히 주인공이 됐다. PO 3차전 3-4로 끌려가던 7회말 2사 1루에서 대타로 나와 LG 구원투수 이정용으로부터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투런홈런을 빼앗았다. LG쪽으로 넘어가는 듯 보였던 시리즈 흐름을 단숨에 가져오는 결정적 순간이었다.
임지열의 투런포로 경기를 뒤집은 키움은 이정후의 백투백 홈런까지 더해 6-4 역전승을 거뒀다. PO 3차전 역전승의 기운은 4차전까지 가라앉지 않고 한국시리즈 진출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가을야구는 ‘깜짝 스타가 나와야 이긴다’고 말한다. 키움에는 깜짝 스타가 한 명도 아니고 여러 명이 한꺼번에 쏟아졌다. 비록 당장 스타는 아니어도 젊은 선수들이 큰 경기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싸울 수 있는 힘. 키움의 가장 큰 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