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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현은 5일 중국 저장성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1구장에서 일본과 치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슈퍼 라운드 1차전에서 1-0으로 앞선 8회에 등판해 2이닝을 2피안타 무실점으로 막고 한국의 2-0 승리를 견인했다.
1-0으로 앞선 8회초 한국 대표팀의 세 번째 투수로 올라온 박영현은 선두타자 나카무라 진을 루킹 삼진으로 돌려세운데 이어 다음 타자 키나미 료 마저 유격수 땅볼로 잡고 2아웃을 만들었다. 2사 후 나카가와 히로키에게 좌측 2루타를 허용했지만 대타 시모카와 카즈야를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해 첫 고비를 넘겼다.
이어 8회말 1점을 보태 2-0으로 달아난 9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라온 박영현은 유격수 김주원의 실책과 안타로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아직 스무 살도 안 된 박영현은 아무 문제 없다는 듯 깔끔하게 아웃카운트 3개를 잡았다.
마루야마 마사시를 2루수 땅볼로 유도해 1루 주자를 잡아낸데 이어 사사가와 코헤이를 2루수 병살타로 요리해 승리를 지켜냈다.
150km대 돌직구를 앞세워 도망가지 않고 ‘칠테면 쳐봐라’식으로 정면승부하는 모습이 ‘돌부처’ 오승환의 어린 시절을 닮았다. 그래서 ‘제2의 오승환’ 또는 ‘제2의 끝판왕’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박영현의 진가는 생애 첫 성인대표팀에 뽑힌 이번 대회에서 더욱 돋보인다. 홍콩과 첫 경기에서 1이닝을 1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막은 데 이어 대만전에서도 0-2로 지고 있던 6회 말 2사 2·3루에 등판해 급한 불을 껐다.
한국 대표팀 투수 가운데 3경기 모두 나온 선수는 박영현과 좌완 최지민(KIA) 단 두 명뿐이다. 류중일 감독도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공을 뿌려대는 박영현의 모습이 흐뭇하다. 심지어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마무리 투수 고우석(LG)을 제치고 대표팀 마무리 자리를 맡겼을 정도다.
류중일 감독은 “마무리 후보로 박영현과 고우석, 두 투수가 있으니 상황을 봐가며 쓰겠다“고 말했지만 마음은 박영현으로 기운 듯한 분위기다. 고우석이 대만전에서 9회에 나와 2실점하면서 난조를 보인 것을 감안할 때 남은 2경기도 박영현이 뒷문을 책임질 가능성이 크다.
이어“수비 실책도 나오고 안타가 이어져 안 좋은 결과로 갈 뻔했는데 포수 (김)형준이가 ‘지금 이 타자들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무너지면 안 된다’고 마음을 다잡았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영현은 “형들이 나를 믿음직하다고 믿는 부분이 있는데 그 믿음에 내가 보답하고 싶었다”며 “팀이 이기는 상황에서 막으면 이기는 것이기 때문에 그 마무리를 내가 하고 싶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국제 무데 데뷔전을 치르는 소감에 대해선 “별것 없는 것 같지만 떨리지만 내 공이 워낙 좋아서 자신감도 많이 생긴다”며 “국내에서 하던 것처럼 던지고 있으며 직구는 자신 있다. 볼이 더 좋아진 건 그만큼 내가 컨디션을 잘 관리했다는 얘기”라고 큰소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