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REA'는 없고 'UL'만 있었던 국가대항전

8개국 대항전 인터내셔널 크라운 논란 남기고 폐막
국가명 대신 스폰서 'UL' 로고 넣은 유니폼 입혀
LPGA "상금을 주는 다른 형식의 국가대항전" 강조
상업성 앞세운 국가대항전, 2020년 대회는 미정
  • 등록 2018-10-08 오전 6:00:00

    수정 2018-10-08 오전 6:00:00

7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국가대항전 형식의 LPGA 투어 UL인터내셔널크라운에 출전한 김인경(왼쪽)과 박성현이 개인 후원사 또는 국가명 대신 대회를 후원한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고 있다. (사진=UL인터내셔널크라운 대회조직위)
[인천=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8개국 선발팀이 출전해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총상금 160만 달러)이 한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렸다.

7일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대회에선 한국 선발팀 김인경(30)과 유소연(28), 박성현(25), 전인지(24)가 4일 합계 7승1무2패를 기록, 승점 15로 2회 연속 우승을 노린 미국과 잉글랜드(5승1무4패)의 추격을 따돌리고 우승했다. 3회째 열린 이 대회에서 한국이 우승한 건 처음이다. 한국은 우승 상금 40만 달러(약 4억5220만원)를 받았다.

2015년 프레지던츠컵 이후 3년 만에 국가대항전 형식의 대회가 국내에서 열리면서 골프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그러나 많은 논란거리도 남겼다.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개막 이전부터 국가대항전이냐 아니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8개국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출전했지만, 해당 국가의 골프협회나 투어 단체가 이 대회에 함께 참여하지는 않았다. 남자골프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 라이더컵이나 미국과 세계연합팀의 대결인 프레지던츠컵은 출전 선수들의 해당 국가 투어단체와 공동으로 주관해 열리고 있다. LPGA 투어의 또 다른 국가대항전인 솔하임컵도 LPGA 투어와 유럽여자프로골프(LET)가 공동으로 주관해 개최하고 있다. 이와 달리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LPGA 투어가 단독으로 주관한다. 대회 운영부터 선수 선발 등 모든 사항을 LPGA 투어가 결정한다. 이에 한국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등에선 이 대회를 정식 국가대항전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LPGA 투어는 이에 대해 “8개국 선발 선수들이 출전하지만, 32명의 선수 가운데 28명이 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선수”라며 “이 대회는 LPGA 투어이며 솔하임컵처럼 매년 열리는 국가대항전 형식의 대회 중 하나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8개국의 선수가 출전하는 만큼 8개 국가의 협회와 일정이나 기타 의견을 모두 조율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라고 단독 개최 이유를 밝혔다.

대회의 성격도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8개국 선발팀을 출전시키면서 국가대항전 형식으로 열렸다. 그러나 라이더컵이나 프레지던츠컵, 솔하임컵과는 달리 철저하게 상업성을 추구했다. 일반적으로 국가대항전은 개인의 이익보다 국가의 명예를 우선 순위에 둔다. 그에 반해 이 대회는 스폰서 홍보가 우선이었다.

LPGA 투어는 출전 선수 모두에게 대회의 스폰서 로고와 명칭이 함께 들어간 유니폼을 입게 했다. 국가대항전이라면 유니폼에 ‘KOREA’처럼 국가명을 표기하는 게 일반적이다. 얼마 전 끝난 라이더컵에 출전한 미국 선수들의 모자에는 ‘USA’가 선명했다.

5일 열린 대회에서 비가 내려 개인의 비옷을 입고 경기에 나선 박성현이 후원사의 로고를 흰색 테이프로 가렸다. (사진=UL인터내셔널크라운 대회조직위)
‘UL’은 LPGA 투어와 대회를 후원하기 위해 계약한 기업에 불과하다.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에 스폰서의 로고까지 새겨 넣은 건 비상업성을 추구하는 다른 국가대항전에선 보기 힘든 광경이다. 심지어 이틀째 경기 때 비가 내려 비옷을 입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 선수들은 지급받은 유니폼이 맞지 않아 개인이 소장한 비옷을 입고 경기했다. LPGA 투어는 이를 허락하면서 대신 선수들이 계약한 기업의 로고를 모두 가리게 했다. 이 대회가 철저하게 ‘UL’이라는 기업의 홍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LPGA 투어는 “다른 국가대항전은 상금이 없지만, 이 대회는 상금을 주는 대회다”라고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라이더컵이나 솔하임컵과는 다른 형식의 대회이고 선수들에게도 이 같은 내용을 충분하게 알렸다”고 설명했다.

LPGA 투어의 설명대로라면 다음 대회에 ‘UL’이 아닌 새로운 스폰서가 참여하면 선수들은 또 다른 기업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 하지만 순수한 국가대항전으로 생각하고 출전하는 선수들에겐 민감할 수 있는 문제다. 예를 들어 KB금융그룹 또는 하나금융그룹처럼 국내 기업이 후원사로 참여한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처럼 한국선수들이 국가대항전이라는 명분만으로 자유롭게 출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LPGA 투어 관계자는 “새로운 스폰서가 참여해도 지금처럼 토너먼트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어야 한다”면서 “만약 그런 것이 불편해 출전하지 않는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3회째 맞은 UL 인터내셔널 크라운은 여자골프의 인기가 높은 한국에서 대회를 열면서 흥행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2회 대회까지는 미국에서 열렸지만, 만족스러운 흥행 성적표를 얻지 못했다. LPGA 투어로서는 이번 대회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었다. 그러나 지금처럼 상업성을 추구하는 대회 성격과 방식을 고수하면서 인기와 흥행을 계속 이어갈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2년마다 개최되고 있는 이 대회는 2020년 일정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채 폐막했다. UL과의 계약 기간은 이번 대회까지다.

4일부터 인천 잭니클라우스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UL인터내셔널크라운에서 유소연(왼쪽)과 전인지가 ‘KOREA’라는 국가명 대신 대회를 후원하는 스폰서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하고 있다. (사진=UL인터내셔널크라운 대회조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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