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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구 커브가 도대체 무엇이길래 칭찬에 인색한 선 감독의 입에서 극찬을 끌어낸 것일까.
우선 드러나 있는 현상만으로도 이해가는 부분이 있다. 올시즌 한국 프로야구는 '세계화'를 이뤄야 한다는 명목으로 스트라이크존을 대폭 수정했다. 간단히 말해 일단 좌우의 폭이 좁아졌다. 말이 공 한개 정도지 선수들이 느끼는 체감 온도는 거의 시베리아 수준으로 얼어붙어있다.
이럴 경우 가로로 변하는 슬라이더 보다 커브나 포크볼 처럼 세로로 변하는 변화구의 효용성이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초구 커브는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투수 못지 않게 새 스트라이크존 적응에 머리를 싸매고 고민중인 SK 포수 박경완은 선 감독의 칭찬의 이유를 알 것 같다고 했다.
타자가 소극적이 된다는 말의 의미는 이렇다.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가 넓었을 때 타자들은 어지간한 볼에는 손이 나가야 했다. 어지간히 벗어나기 전에는 주심의 손이 번쩍 번쩍 올라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이런 걱정을 덜게 됐다. 시범 경기를 통해 겪어보니 분명 스트라이크 같은 공에도 주심은 미동도 않는다. '언제 변할 지 모른다'는 말도 있지만 어찌됐든 현재까진 추상같다.
박경완은 "여차하면 볼이 될 것 같은데 굳이 어렵게 방망이를 내려는 타자는 많지 않다. 이럴때 크게 변하는 변화구로 스트라이크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은 타자의 심리를 이용할 수 있는 효과적 투구가 된다"고 말했다.
굳이 초구를 강조한 의미는 간단하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아두면 이후 볼 배합이 수월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바뀐 스트라이크 존은 이런 저런 해법을 만들어내고 있다. 국보급 투수 출신 선 감독이 던진 또 하나의 화두가 어떤 결과로 나타나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