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황당 사건] 80억 '황금박쥐상'과 허술한 '도둑들'

  • 등록 2019-03-23 오전 12:00:00

    수정 2019-03-23 오전 12:00:00

[이데일리 김은총 기자] 전라남도 함평군 함평읍에는 시가 80억원 상당의 명물이 있습니다. 함평군 일대에 서식하는 황금박쥐를 본떠 제작한 조형물입니다.

환경부 지정 멸종 위기 포유동물 1호이자 천연기념물 제452호인 황금박쥐(붉은박쥐)는 1999년 2월 함평군 대동면 고산봉 지역 일대 동굴에서 집단으로 발견됐습니다.

함평군은 발견된 황금박쥐가 162마리였던 점을 기념해 금 162㎏으로 가로 1.5m, 세로 90㎝, 높이 2.18m의 황금박쥐상을 2007년 만들었습니다. 당시 금값만 27억원에 달했으며 현재 시세(1g=4만7513원)로 따지면 80억원쯤 됩니다.

이번 주에는 이 80억원 상당의 황금박쥐상을 훔치다 허무하게 실패한 절도 미수범 중 2명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황금박쥐상 (사진=전남 함평군 제공)


나이와 거주지가 모두 다른 A(39)씨와 B(30)씨, C(49)씨가 처음 만난 곳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였습니다. 황금박쥐상을 훔치기로 모의한 이들은 이달 초 직접 만나 침입에 사용할 공구를 구입하고 불법으로 명의를 이전한 승용차를 빌리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황금박쥐상을 훔치기 위해 거쳐야 할 관문은 총 4개입니다. 전시관 외부 셔터문과 전시관 내부 유리문, 황금박쥐상이 있는 방의 철제문, 마지막으로 황금박쥐상을 둘러싸고 있는 방탄유리 케이스입니다.

지난 15일 오전 1시 35분쯤 생태전시관에 도착한 이들은 미리 준비해온 절단기로 외부 셔터문에 달린 자물쇠 2개를 제거했습니다. 이때만 해도 모든 일이 순조롭게 진행될 것만 같았습니다.

하지만 셔터를 반쯤 올렸을 때 도난 경보장치가 울리기 시작했고 당황한 이들은 방탄유리를 깨기 위해 가져온 공사장 해머(오함마)를 내팽개치고 달아났습니다.

범행 장면이 찍힌 CCTV 화면 캡처 (영상=함평경찰서 제공)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CCTV 화면을 분석해 도주 경로를 추적한 끝에 22일 오전 5시 37분쯤 광주의 한 술집에서 A씨를 붙잡았습니다. 경찰의 추적에 부담을 느낀 B씨는 어머니의 설득을 받아 전날 오후 10시8분쯤 충남 천안서북서 두정지구대에 자수했습니다.

조사 과정에서 A씨와 B씨는 모두 C씨가 황금박쥐상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범행을 주도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경찰은 붙잡힌 이들을 상대로 자세한 범행 경위를 조사하는 한편 도주한 공범 C씨의 뒤를 쫓고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이들이 모든 관문을 통과했어도 실제 범행에 성공했을 확률은 극히 낮습니다. 주변 조형물까지 포함하면 황금박쥐상의 무게는 570㎏이 넘는데 고작 3명이 들고 도망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이 생태전시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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