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스터스는 우승자에게 평생 출전권을 준다. 19가지의 까다로운 출전 조건을 내세워 매년 대회에 나올 수 있는 선수가 90명 안팎인 점에 비춰볼 때 엄청 후한 대접이다.
마스터스에선 역대 우승자에게 남다른 특별대우를 한다. 11일(현지시간) 오전 8시.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1번홀에서 개막을 알리는 시타식이 열렸다. 마스터스의 두 영웅 잭 니클라우스(마스터스 6회 우승)와 게리 플레이어(마스터스 3회 우승)가 등장해 대회 개막을 알리는 시타를 했다.
시타는 마스터스가 만들어낸 ‘영웅 마케팅’의 하나다. 마스터스가 정식으로 시타식을 하기 시작한 건 1981년부터다. 당시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의 호든 다힌 회장은 1963년 족 허친슨과 프레드 맥로리가 대회 개막을 알리는 시타를 하다 중단됐던 이 행사를 다시 시작했다. 그리고 바이런 넬슨과 진 사라센 그리고 3년 뒤엔 샘 시니드를 초청해 시타식을 거행했다. 모두 마스터스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들로 우승자에 대한 특별한 대우였다.
다른 PGA 투어에서 볼 수 없는 옛 스타를 만나는 일도 마스터스에서만 볼 수 있다. 본선 진출이 결정된 3라운드. 드라이빙 레인지로 나이 지긋한 베테랑 골퍼가 들어섰다. 순간 팬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마스터스에서 2번 우승한 베른하르트 랑거다. 타이거 우즈나 더스틴 존슨, 로리 매킬로이 등 현역 스타들에 비하면 거리도 덜 나고 화려한 경기력도 보여주지 못한다. 그러나 팬들은 1년에 딱 한 번 오거스타에서 만나는 옛 스타를 뜨겁게 반긴다.
트레버 이멜만(남아공)은 세계랭킹 461위다. 20년 동안 프로로 활동하면서 PGA 투어에선 달랑 2승을 거뒀다. 그 중 1승은 2008년 마스터스에서 이뤄냈다. 그게 그의 마지막 우승이다. 이후엔 이렇다 할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오거스타에서 그는 여전히 팬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받는다. 그린재킷을 입어봤기 때문이다.
골프팬들은 PGA 투어 우승자는 1년에 수십 명씩 나오지만, 마스터스 우승자는 1년에 단 한 명뿐이라고 말한다. 마스터스 우승자를 ‘챔피언 중의 챔피언’으로 여긴다는 의미다.
챔피언스 디너파티에 제공되는 메뉴는 우승자가 정한다. 2001년 우승자 비제이 싱은 자신이 좋아하는 태국 요리를 대접했고, 2009년 우승자 트레버 이멜만은 고향인 남아공 전통 음식인 ‘보보티’를 선보였다. 2004년 우승자 애덤 스콧는 호주 브리즈번에서 가져온 ‘모어턴 베이 벅스’라는 바닷가재 요리를 메뉴로 내놓기도 했다.
마스터스에서 4번 우승한 타이거 우즈는 그때마다 새로운 음식을 대접했다. 1997년 우승 뒤엔 치즈버거와 치킨 샌드위치 등 간단한 음식을 내놨고, 2001년과 2002년 연속으로 우승하고 나서는 스테이크와 치킨 등을 테이블에 올렸다. 2005년 우승하고 나서는 멕시코 요리와 스테이크로 파티를 열었다. 지난해 우승자 패트릭 리드는 카우보이 립 아이 스테이크와 마카로니, 치즈, 시금치 수프를 나눠 먹었다. 거창하거나 화려한 행사는 아니다. 그러나 마스터스 우승자가 아니면 할 수 없고 누릴 수 없는 혜택이기에 더욱 특별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