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해우소]"해고 통보드립니다^^" 경비원 문자해고에 입주민 나섰다

근로계약 이틀 앞두고 문자로 해고 통보
해고 반대 서명운동 나선 입주민 강여울씨 "일방적 해고 작년에도 있었다"
‘모호한’ 경비원 업무 범위, 불안정한 고용형태…입주민들의 갑질에 대응하기 어려워
전문가 "불명확한 업무 범위, 법적으로 정비 돼야 괴롭힘 줄어들 것"
  • 등록 2021-05-23 오전 12:02:34

    수정 2021-05-23 오전 12:02:34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서울 노원구의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 16명이 집단 해고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입주민과 경비원 측은 “근로계약 갱신 이틀 전 아무런 이유 없이 문자로 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명백한 해고”라고 주장하는 한편 경비업체 측은 “해고가 아니라 재계약하지 않은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업체가 보낸 해고 문자, 해고 반대 기자회견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연합뉴스 캡처)


경비원 해고 눈웃음 이모티콘 문자로…입주민들 “업체 갑질 고발”

지난달 29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A아파트에서 근무하던 16명의 경비원은 근로계약 갱신을 이틀 앞두고 일방적인 해고 통보가 담긴 문자를 받았다.

새로운 경비 용역업체는 44명 중 16명을 해고하면서 “애석하게도 같이 근무할 수 없음을 통보드립니다 행복하세요”라며 웃음 이모티콘이 다섯 개나 포함된 문자를 보냈다. 아파트 관리주체인 입주자대표회의는 신규 용역업체에 해고 이유를 문의했지만 답을 하지 않았고 경비업체는 ‘해고가 아닌 재계약을 하지 않은 것’이라 주장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해고 반대 서명을 하고 기자회견을 여는 등 경비노동자들의 복직을 위한 구명 활동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해고 경비 노동자들은 “지난달 20일 재계약을 열흘 앞두고 용역업체 B사의 면접을 봤다. 교체하는 근무복 치수를 정하고 채용에 필요한 서류도 제출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흘 뒤인 29일 별안간 B사로부터 ‘애석하게도 같이 근무할 수 없다’는 내용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 노동자들은 B사가 용역을 수행하게 된 지난 1일자로 직장을 떠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고 소식을 접한 입주민 강여울(31)씨는 19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작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눈인사 할 법하면 너무 자주 바뀐다’와 같은 말이 있었는데 이틀 전에 문자로 통보하는 것은 정말 아니지 않느냐”며 “업체랑 입주자대표회의서 묵묵부답이어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아 주민들이 직접 밖으로 나왔다”고 설명했다.

강씨는 “경비원들은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했고, 해고가 두려워 연차 휴가도 사용하지 못했다. 휴게시간에도 일을 하고, 빗자루 같은 소모품도 자비로 구매했다”며 “이는 공동주택관리법과 서울시 주택관리규약을 위반한 행위로 구청에서 아파트에 대한 진상조사에 착수해달라”고 촉구했다.

‘모호한’ 경비원 업무 범위, 불안정한 고용형태

지난해 서울 강북구의 한 아파트에서 입주민의 갑질로 경비원 최희석 씨가 극단적 선택을 한 지 1여 년이 지났다. 최씨가 사망한 이후 아파트 경비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여러 법·제도가 나왔지만 여전히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월 공동주택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해 경비원의 실질적인 고용 권한을 갖고 있는 입주자대표회의가 공동주택 내 근로자에 대한 괴롭힘의 금지 등을 관리규약 준칙에 반영하도록 했다. 경비업에 대한 특례를 규정해 경비 노동자들이 경비 업무 외에도 공동주택 관리에 필요한 업무에 종사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법은 오는 10월2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지만 공동주택관리에 필요한 경비원의 업무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정해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때문에 경비원들이 입주민의 갑질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아울러 경비노동자들의 열악한 고용 환경도 문제다. 서울노동권익센터 추산에 따르면 전국 경비원 90% 이상이 파견·용역·도급 등 위탁관리 형태로 간접 고용돼 있다. 특히 노원구에서는 3개월 이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경비노동자의 비율이 54.9%에 달한다.

이처럼 경비노동자들이 초단기 계약을 맺다 보니 업무와 관련없는 사소한 이유로 직장을 잃게 되는 등 입주민들의 갑질에 적극 대처할 수 없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문가들은 입주민의 폭언과 폭행 등 ‘갑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모호한 경비 서비스 업무의 범위가 뚜렷하게 정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혜인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경비원의 불명확한 업무 범위가 갑질,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업무범위가 뚜렷해지고 법적으로 정비가 돼야 한다”며 “경비원의 불안정한 고용형태도 문제지만 이는 민간의 책임이라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대신 근로자로서 정당한 휴게시간, 근로시간 등을 보장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생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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