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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림(23)의 목소리엔 힘이 넘쳤다. 늘 당당하고 자신감에 차 있던 그였지만,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꿈에 그리던 첫 우승의 한을 풀어낸 뒤엔 웃는 일도 더 많아졌다. 단지 우승의 갈증을 풀어낸 것뿐만이 아니다. 김아림은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모든 면에서 크게 성장했다. 작년 상금 순위 49위에서 올해 6위로 껑충 뛰어올랐고 평균 타수는 72.37타에서 71.0813타로 일취월장했다. 평균타수를 1.3타 가까이 낮췄다는 건 1년 내내 꾸준한 기량을 발휘했다는 증거다. 여기에 늘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평균 퍼트와 그린 적중률 등에서도 향상된 모습을 보이면서 탄탄한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됐다.
우승 전, 김아림에겐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 붙었다. 드라이브샷을 꽤 멀리 쳤던 그는 ‘드라이버만 멀리 치는 선수’로 불렸다. 그랬던 김아림은 1년 만에 전혀 다른 선수가 됐다. 그 원동력은 근력 운동과 생각의 전환이다. 김아림은 지난해 겨울, 전지훈련을 가지 않고 국내에서 몸을 만들겠다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 김아림은 최차호 관장과 함께 몸의 균형을 맞추는 운동을 시작으로 근력 운동까지 점차적으로 단계를 밟아나갔다.
그는 “골프를 시작한 이후 한국에서 처음 겨울을 보낸 만큼 걱정을 많이 했던 것은 사실”이라며 “시즌 초반에는 불안했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면서 성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지훈련을 해외로 가지 않고 체육관에서 몸 만드는 데 집중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단점을 보완하는 것이 아닌 장점을 살리기로 생각을 바꾼 것도 김아림이 성공적으로 변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김아림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점을 채워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장점인 드라이버 샷을 더 가다듬기로 했다. 생각의 전환과 근력 운동의 효과가 더해지자 김아림의 드라이버 샷은 가장 큰 무기가 됐다.
김아림의 플레이를 보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대표하는 장타자인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카메론 챔프(이상 미국) 등이 떠오른다. 티샷을 최대한 많이 보낸 뒤 짧은 클럽으로 승부를 보는 전형적인 장타자의 공략 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그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거리가 늘어나면서 러프에 가는 것이 두렵지 않게 됐다”며 “이전보다 짧은 거리에서 짧은 클럽으로 치다 보니까 러프에서도 공을 세울 수 있고 미스 샷 확률이 크게 줄었다”고 강조했다.
2018 시즌을 기분 좋게 마무리한 김아림은 이제 2019 시즌을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내년 목표에 대한 질문에 김아림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뭍어났다. 한 시즌을 치르면서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어떤 방법으로 보완해야하는지 아는 김아림의 이유 있는 자신감이었다. 그는 내년 시즌 ‘출전하는 모든 대회 톱10’이라는 확실한 목표까지 정했다.
그는 “올 시즌을 통해 내년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며 “올겨울 웨이트트레이닝에 집중하면 내년에는 더 탄탄한 몸 상태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아림은 팬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그는 “지역과 날씨에 상관없이 매 대회 찾아와 주시고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감사하다”며 “내년에는 올 시즌보다 더 좋은 경기력으로 찾아뵙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