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세 청년에서 44세 두 아이 아빠된 우즈..가족의 힘으로 마스터스 신화

  • 등록 2019-04-16 오전 6:00:00

    수정 2019-04-16 오전 8:50:46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린 제8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에서 타이거 우즈가 14년 만에 우승하자 가족들이 박수를 치며 기뻐하고 있다. 왼쪽부터 어머니 쿨티다 우즈, 아들 찰리 엑셀, 딸 샘 알렉시스와 여자친구 에리카 허먼. (사진=AFPBBNews)
[오거스타(미국)=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22년 전 아버지의 품에 안겨 울던 22살의 청년 타이거 우즈(미국)가 두 아이의 아빠가 돼 다시 마스터스의 그린재킷을 입었다.

우즈는 15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파72). 제83회 마스터스 토너먼트(총상금 1150만 달러)에서 15년 만에 마스터스 우승을 거머쥔 후 스코어 텐트로 향하다 그린 옆에서 달려오는 열 살 난 아들 찰리를 꼭 끌어안았다. 2009년 태어난 찰리는 아빠가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장면을 이날 처음 목격했다. 우즈는 지난해 7월 커누스티에서 열린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에서 우승에 실패한 뒤 “아이들에게 클라렛 저그(디 오픈 우승자의 기념품)를 가져다주지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우즈는 22년 전 같은 장소에서 아버지 얼 우즈의 품에 안겨 흐느끼며 울었다. 당시 메이저 대회에서 처음 우승했던 우즈에게 아버지는 정신적 지주이자 최고의 코치 그리고 든든한 후원자였다. 우즈의 우승이 확정된 순간 마스터스를 중계한 미국 CBS 방송은 1997년 화면을 계속해서 내보냈다. 당시 우즈가 아버지의 품에 안겨 울면서 우승의 감격을 누렸던 장면이었다.

어느덧 우즈는 44세에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 우즈가 아들을 안고 기뻐하는 모습에서 22년 전의 감동이 오버랩됐다. 우즈는 이날 찰리에 이어 어머니 쿨티다, 딸 샘, 그리고 연인 에리카 허먼을 연이어 안았다. 허먼은 플로리다 식당의 매니저 출신으로 우즈와 2017년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우즈는 우승 직후 “22년전 마스터스 첫 우승 때는 아버지가 계셨는데 지금은 내가 두 아이의 아빠가 됐다”며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이야기했다. 우즈는 이어 “내 아이들이 마스터스 우승 때 함께 했는데 이제 모든 게 완전해진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우즈는 아버지 얼 우즈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의존했다. 2006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우즈에게 유일한 스승은 아버지뿐이었다. 우즈는 어릴 때부터 천재였다. 2세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그는 5세에 이미 천재 골프소년으로 미국의 골프전문지 골프다이제스트에 기사화됐으며 TV에도 출연했다. 7세부터 주니어 골프대회에 나가 상을 휩쓸었고, 8세에 이미 70대 타수를 쳤다.

얼 우즈는 천재성을 보인 아들을 혹독하게 가르쳤다. 무엇보다 정신력을 강조했다. 아버지가 세상을 뜨기 전 우즈에게 남긴 말은 유명하다. 우즈는 2006년 마스터스에서 누구보다 간절히 우승을 바랐다. 병상에 누워있는 아버지에게 그린재킷을 입은 모습을 다시 보여 드리고 싶어 했다. 마지막 날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으나 공동 3위에 만족했다. 경기 뒤 아버지에게 달려간 우즈는 “죄송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러자 아버지는 “왜 내 말을 듣지 않았느냐”며 화를 냈다. 그러고는 “누구를 위해서 골프를 하지 마라. 오로지 너 자신만을 위한 골프를 해라”고 말했다. 우즈에겐 평생의 교훈이 된 한 마디다.

아버지 얼 우즈는 2006년 심장질환과 전립선암으로 별세했다. 우즈는 한동안 대회에 나오지 못했다. 거의 두 달 가까이 충격에 빠져 있었다. 그러다 US오픈에 출전했다. 결과는 컷 탈락이었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 우즈는 끝없는 추락의 길에 빠졌다. 2009년 11월 성 추문 사건이 터졌다. 수십 명의 여성들과 난잡한 생활을 한 게 들통이 났다. 그의 사생활은 부부간의 갈등으로 이어졌고, 결국 이혼했다.

추락은 더 깊어졌다. 2010년과 2011년 우승 없이 허송세월을 보냈다. 2012년과 2013년 3승과 5승을 거둬 완벽하게 부활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번에는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2008년 US오픈 우승 이후 무릎 수술을 받았던 우즈는 2014년엔 허리 수술까지 받았다. 이후로도 두차례 더 허리 수술을 받았을 정도로 부상에 시달렸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는 단 1승도 추가하지 못했다. 우즈의 부활에 대한 기대도 시들해졌다. 긴 시간 부진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지난해 9월 투어챔피언십 우승으로 세간의 비난을 불식시켰다. 5년 1개월 만에 다시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7개월 만에 10살 난 아들이 보는 앞에서 최고의 메이저 대회라는 마스터스 우승을 차지하며 황제로 완벽하게 돌아왔다.

이날 우즈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아버지는 없었다. 대신 그 자리엔 아들이 있었다. 우즈는 “예전에는 아버지가 계셨지만, 지금은 내가 아버지가 됐다”며 “아들이 내 경기를 보는 게 의미가 있었고 그 때문에 인내하며 집중했다”고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을 가족사랑에서 찾았다. 이어 “아버지가 회복하셔서 이 자리에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말문을 잇지 못한 뒤 “어머니가 이곳에 계셔서 다행이다”라고 남다른 가족애를 보였다. 우즈는 우승 뒤 아들 찰리와 포옹한 뒤 옆에 있던 어머니 쿨티다를 꼭 끌어안으며 오랫동안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우즈의 감동적인 우승 드라마는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을 찾은 4만 갤러리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상식이 끝나고 골프장을 빠져나가는 갤러리들은 계속해서 “타이거, 타이거”를 연호했다. 14년 만에 마스터스 그린재킷을 입은 우즈를 다시 본 일도 대단하다. 아들과 딸 그리고 어머니와 우승의 기쁨을 나누는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우즈는 이날 최종합계 13언더파 275타를 적어내 더스틴 존슨과 브룩스 켑카, 잰더 쇼플리 등 공동 2위 그룹(12언더파 276타)을 1타 차로 제치고 마스터스에서 통산 5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마스터스 최다승 기록은 잭 니클라우스의 6승이다. 우즈는 이번 우승으로 개인 통산 15번째 메이저 우승을 달성했다. 또 PGA 투어 통산 우승은 81승으로 늘려 샘 스니드의 최다승(82승) 기록에 1승 차로 다가섰다.

이날 43세 3개월 15일이 된 우즈는 잭 니클라우스(46세 2개월 23일)에 이어 마스터스 역대 최고령 우승 2위에 올랐다. 우승상금 207만 달러(약 23억5400만원)를 받아 마스터스에서만 통산 950만5469달러(약108억770만원)의 상금을 획득했다. 마스터스 우승은 이번이 5번째(1997, 2001, 2002, 2005년)다.

우즈는 “마지막 퍼트를 하고 나서는 내가 무엇을 한 것인지는 몰랐고 소리를 지르고 있더라”고 감격스러웠던 순간을 떠올린 뒤 “그동안 일어났던 일들을 떠올리니 감정이 몰려왔다”고 눈물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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