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자가당착·포퓰리즘' 비난

환경단체 “일관성 있는 전기요금 정책 보여줘야”
국민 다수 누진제 폐지 요구…“산업용도 올려야”
결정 없이 3개안 던져놓고 끝…“무책임한 정부”
  • 등록 2019-06-11 오전 12:00:00

    수정 2019-06-11 오전 12:00:00

한전 협력회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발송할 7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세종=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정부가 추진 중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정부는 작년 폭염 때처럼 여름철 전기사용량이 급증할 경우 누진제 폭탄으로 인한 전기요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다.

그러나 이같은 누진제 개편은 친환경 발전 비중을 늘리고 에너지 사용량은 줄이겠다는 현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과 배치되는 ‘자가당착’일 뿐 아니라 전기요금 부담을 한국전력에 전가하거나 세금으로 메우는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란 비난이 나온다.

누진제 개편 요구는 산업용과 형평성 차원

특히 환경단체의 반발이 거세다. 누진제 개편이 결국 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결과적으로 화력이나 원전 발전량이 늘어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사단법인 에너지전환포럼은 10일 “화력·원전이 전체 발전량의 70~80%인데 여기서 전기요금을 더 내린다는 건 화력·원전을 더 많이 가동하겠다는 것”이라며 “에너지 전환이라는 정책 일관성을 보여주려면 진정성 있는 전기요금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운동연합 역시 “정부가 2040년까지의 에너지 정책 추진계획을 담은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는 ‘합리적 비용’을 강조해 놓고 여름철 전기 요금인하를 함께 추진하면서 자가당착에 빠졌다”며 “단일 정책 신호 형성에 실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요컨대 당장 핵폐기물이나 미세먼지 같은 환경 유해 요소를 줄이기 위해서는 적정 비용을 부과해 전기 사용을 억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석탄발전이나 원전이 환경훼손 우려에도 비용경쟁력에서 앞선 탓에 전체 발전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누진제 개편 요구가 비용부담 보다는 산업·산업용과의 형평성 문제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산업·상업용 전기요금은 사용량에 따른 누진제 대신 시기나 시간에 따른 계시별 요금제를 적용하고 있다.

양이원영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은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는 13만4000원인데 전기요금은 4만1000원 수준이고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낮은 편”이라며 “국민의 불만이 요금 부담 때문인지 불공정함 때문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기 계량기. 뉴시스 제공
10명 중 9명 “요금 올라도 좋아 누진제 폐지해야”

이와관련 한국전력(015760)(한전)이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지난 3일 공개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3개안에 대해 의견을 접수한 결과 누진제 폐지 의견이 절대다수다. 누진제를 폐지할 경우 전기요금을 더 부담할 수 있지만 형평성이 더 중요하다는 여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10일 오후 4시40분 현재 531건의 의견이 올라온 가운데 누진제 폐지 의견이 454건으로 전체의 85.5%를 차지했다. 공개된 제목만으로는 의견을 확인할 수 없는 45건을 제외하면 93.4%에 달한다.

여름철(7~8월) 누진구간 부분 확장(1안)과 여름철 누진구간 2단계 축소(2안)는 각각 26표(5.3%), 6표(1.2%)에 그쳤다.

3안대로 전기요금을 사용량과 무관하게 1킬로와트시(㎾h)당 125.5원(현 93.3~280.6원)으로 통일하면 전기요금이 오르는 가구도 적지 않다. 전기사용량이 지난해와 같다면 877만가구는 월 요금이 9951원 줄어들지만 이보다 많은 1416만 가구는 월 요금이 4335원 오른다. 그럼에도 절대다수의 소비자가 누진제 폐지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특히 누진제 폐지와 함께 산업·상업용 전기요금도 올려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 아울러 누진제를 유지할 거면 산업·상업용에도 함께 적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한국전력 홈페이지 내 운영 중인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 3개안 의견수렴 게시판. 한전 홈페이지 제공


누진제 개편시 발생하는 비용부담을 누가 떠안을 것이냐도 논란거리다 .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의 적자를 낸 데 이어 올 1분기 역대 최대인 629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대로면 2년 연속 적자가 불가피하다. 한전은 지난해 여름 정부의 누진제 완화 조치에 따른 약 3000억원의 비용을 고스란히 부담해야 했다. 대안이 없다면 올해 누진제 개편안에 따른 연 2000억~3000억원의 비용부담도 떠안아야 할 처지다.

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전기요금 할인 같은 정책 비용이 한전의 정상적 영업비용과 섞여버리면 정부가 한전을 적절히 통제하고 방만 경영을 추궁하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워진다”며 “이런 성격의 정책성 비용은 분리해서 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누진제 도입 취지가 에너지 절약이라면 이렇게 근시안적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앞으로 늘어날 전기 수요를 어떻게 감당할지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더 큰 틀에서 환경까지 생각하는 에너지 효율화 방안을 생각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3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주택용 전기요금 개편 전문가 토론회에서 이서혜 E컨슈머 연구실장(왼쪽 두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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