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시선] ‘31년 묵은 恨’ 이젠 롯데가 풀어야 할 차례다

  • 등록 2023-11-25 오전 9:11:46

    수정 2023-11-25 오전 9:25:04

롯데자이언츠는 2024년에 우승의 한을 풀 수 있을까. 사진=뉴시스
1992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롯데자이언츠. 사진=롯데자이언츠 구단
[안준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지난주 LG트윈스와 일본 한신 타이거스의 한(恨)풀이 야구에 관련한 글(11월 18일 자 [스포츠 시선] LG-한신, 그들은 왜 ‘恨풀이 야구’를 해야 했나)을 썼다. 이를 본 지인 중 골수 롯데 팬에게 연락을 받았다. 구단 운영 등 전반적인 시스템이 미비해 오랜 기간 우승과 거리가 먼 건 ‘롯데도 해당하지 않냐’는 질문과 함께.

맞는 얘기라고 답을 해줬다. 그리고 “그래서 아직 롯데는 우승을 못하고 있지 않냐”고 했다. “허허허” 웃음이 오가고 대화는 끝났다.

사실 한신 타이거스와 가장 비슷한 국내 구단을 꼽자면 롯데이다. 한신이 위치한 일본 간사이 지역 사람들과 부산·경남(PK) 사람들의 기질도 비슷하다. 화끈하고, 열정적이다. 두 팀의 역사와 성적 등도 닮아있다. 오랜 기간 구단명이 바뀌지 않았다. 리그 출범과 함께 한 구단이다. 롯데는 1982년 프로야구 출범 이후 한 번도 구단명이 바뀌지 않았다. 간사이 팬들과 PK 팬들의 응원 덕에 리그를 대표하는 인기팀이기도 하다.

그러나 더 닮아있는 건 오래된 역사 속에서 명문 구단으로 불리지만, 성적이 신통치 않다는 점이다. 한신은 올해가 두 번째 일본시리즈 우승이다. 38년 만이었다. 롯데는 1984년, 1992년 우승했다. 올해까지 31년째 우승을 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이 마지막이다. 21세기 들어서는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지 못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단일리그 체제에서는 페넌트레이스(정규시즌) 1위에 오른 적이 한 번도 없다. 단일리그 체제에서 정규시즌 우승은 한국시리즈 직행을 의미한다. 롯데가 거둔 2차례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한 번은 전·후기리그 체제였고(1984년), 1992년은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부터 차례로 업셋해 낸 우승이었다. 그것도 이제 31년 전 얘기가 됐다.

31년이면 긴 시간이다. 1992년에 태어난 이들도 이제 30대가 됐다. 1992년은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다. 이후 7명의 대통령이 집권했다. 지난해 은퇴한 롯데의 레전드 이대호는 2001년 경남고를 졸업하고 롯데에 입단했다. 중간에 일본(오릭스 버펄로스·소프트뱅크 호크스), 미국 메이저리그(시애틀 매리너스)를 다녀왔지만, 롯데에 있는 동안에는 한 번도 한국시리즈에 오르지 못했다. 오히려 2001년부터 2007년까지의 ‘8888577’이라고 불리는 ‘1차 암흑기(포스트 시즌 진출도 못한 시기)’와 함께한 시간이 많다. 1992년에는 이대호가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막 야구를 시작했을 시기이다.

롯데 구단이 롯데 팬들의 한은 31년이나 묵혀있다. 31년 동안 한을 품은 과정은 역시 지난주 언급했던 두 팀(LG·한신)과 비슷하다. 모그룹은 국내 기업 순위 최상위권이지만, 야구단 운영은 선진적이거나 체계적이지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과거에는 투자한 인색한 ‘짠돌이 구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돈을 이상하게 많이 쓰는 구단’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부진한 성적은 오롯이 감독 책임으로만 돌렸다. 그래서 감독들이 숱하게 바뀌었다. 가장 최근 계약 기간을 채운 감독이 2010년까지 자리를 지킨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다. 이후 양승호 감독부터 올 시즌 중간에 계약을 해지하고 떠난 래리 서튼 감독까지 6명은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팀을 떠났다.

인기 구단이라 올스타전에 많은 선수들이 뽑혔고, 가장 많은 미스터 올스타(올스타전 MVP)를 배출한 구단이지만, 성적은 바닥이었다는 점을 통해 자기 색깔만 강한 스타들이 많아서 팀워크가 단단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었다. 선수들도 롯데 자이언츠라는 소속감이 강하지 않았다. 이는 프랜차이즈 스타, 로컬맨들을 홀대한 구단의 미흡했던 흑역사 때문이다.

1984년 4차례 승리를 홀로 이끈 불멸의 에이스 故 최동원 같은 경우 선수협회를 만들려고 했다는 이유로 트레이드를 당했고, 롯데에서 은퇴하지 못했다. 그의 번호 11번이 영구결번이 되고, 부산 사직야구장 앞에 동상으로 존재하게 된 것은 사망한 이후 일이다. 지금은 구단 차원에서 기일을 챙기지만, 생전에는 롯데의 레전드 대접을 받지 못했다.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없던 건 아니다. 전임 성민규 단장은 ‘프로세스’라는 이름으로 롯데의 체질을 바꾼다고 공언했지만, 허문회 전 감독과의 갈등이 불거지고, 코칭스태프 간의 마찰 등 부정적 이슈만 가득했던 혼란의 시기였다. 오히려 롯데는 이 시기 2017년 포스트 시즌 진출 이후 6시즌 연속 가을야구를 하지 못하는 ‘2차 암흑기’를 맞았다.

물론, 이런 롯데에도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두산 베어스를 7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끈 ‘명장’ 김태형 감독을 영입했다. 김태형 감독 시절 두산은 3차례 우승, 4차례 준우승을 차지했다. 강한 리더십을 앞세우는 용장이다. 하지만 ‘곰탈여우(곰의 탈을 쓴 여우)’라는 별명처럼 전략가이기도 하다.

프런트를 이끄는 단장 자리에도 ‘여우’가 왔다. 2007년 구단 공채로 입사한 박준혁 단장이다. 국제 업무에서부터 마케팅, 홍보, 운영, 인사 등 구단 업무 전반에 밝다. 박 단장 부임 이후 자이언츠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세우기 위한 시도들이 눈에 보인다.

김용희 전 감독의 퓨처스 감독 영입이 그렇다. 김용희 감독은 롯데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부산의 대표 야구인이다. 선수로 우승(1984년)을 경험했고, 감독으로도 한국시리즈 진출(1995년)을 이끈 주인공이다. 퓨처스 코칭스태프 강화 등 육성 시스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 또한 돋보인다.

우승을 시도 때도 없이 도전할 수 있는 강팀이 돼야 우승을 할 수 있다. 롯데도 그 방향을 읽고, 실행에 나섰다. 물론, 중요한 건 지속성이다.

31년 동안 우승하지 못한 한(恨)을 헤아리긴 어렵다. 롯데가 우승하는 날, 부산은 디비질 것이다. 이제 롯데가 한을 풀어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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