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 전여빈 "송강호·김지운과 작업, 바라던 가장 영화적 순간"[인터뷰]

"'거미집' 신미도, 주저앉은 날 일으켜세워준 캐릭터"
"'미도'의 키워드는 중꺾마…배우로서 그 마음에 공감"
  • 등록 2023-10-01 오전 7:00:00

    수정 2023-10-01 오전 7:00:00

[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거미집’의 모든 시간이 끝났을 때쯤엔 ‘미도’에게 고마워졌어요. 이 글 속을 사는 ‘미도’란 캐릭터 자체가 주저앉은 듯한 저를 계속 일으켜주는 느낌이 들었거든요.”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에 이어 영화 ‘거미집’까지. 추석을 앞두고 다양한 작품으로 관객과 시청자를 만난 배우 전여빈이 영화 ‘거미집’과 ‘신미도’ 캐릭터를 향한 애정을 이같이 털어놨다.

전여빈은 영화 ‘거미집’의 개봉을 앞두고 있던 최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지난 27일 개봉한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칸 국제영화제에 8번이나 초청되고 ‘기생충’으로 미국 아카데미에 진출하며 세계가 인정한 톱배우 송강호가 ‘조용한 가족’ ‘반칙왕’ ‘놈놈놈’ ‘밀정’ 이후 김지운 감독과 다섯 번째로 협업한 작품이다. 송강호와 함께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박정수 등 브라운관과 충무로를 사로잡는 화려한 멀티캐스팅으로도 주목받았다. ‘거미집’은 지난 5월 열린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평단의 극찬을 받기도 했다.

전여빈은 생애 첫 칸 레드카펫을 밟은 소감을 묻자 “칸 영화제가 고향처럼 익숙하신 송강호 선배님 덕분에 다소 친숙한 마음으로 다녀왔다. 우리 팀원들끼리 잠깐 옆 동네 영화마을에 소풍다녀온 느낌을 받았다”며 “이 낯선 곳에 이런 세상이 또 있었구나 발견해 눈이 휘둥그레해진 아이가 된 듯한 기분이었다. 든든히 양손을 잡아주는 부모님, 친구와 함께인 듯한 기분으로 마음껏 그곳을 누리며 즐기고 왔다”고 회상했다.

전여빈은 극 중 일본 유학파 출신에,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인 ‘신미도’란 캐릭터로 열연을 펼쳤다. 신미도는 ‘거미집’의 결말을 바꾸고자 재촬영을 감행하려는 김열 감독(송강호 분)의 뜻에 유일하게 공감하며 지지를 보내는 인물이다. 숙모인 현 제작사의 수장 ‘백회장’(장영남 분)이 일본 출장을 간 사이 김감독의 수정 대본을 읽고 걸작을 예감한 신미도는 무조건적인 지지로 ‘거미집’의 재촬영을 적극적으로 추진한다. 그렇게 김감독의 열망과 광기에 탑승, 중후반부로 갈수록 김감독의 욕망을 능가하는 ‘찐’ 광기로 웃음과 몰입도를 더하는 캐릭터다.

전여빈은 “우선 ‘거미집’의 대본에서 미도를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이미지는 ‘불도저’였다”고 떠올렸다. 그는 “다소 귀여운 느낌이 드는 사이즈의 불도저인데 그 안의 엔진만큼은 누구보다 강력한 사람일 거란 이미지가 있었다”며 “미도의 열정이 퓨어하고 사랑스러워보였으면 했다. 이 세상에 사랑할 것이 없던 사람이 마침내 사랑하는 것을 만나 ‘불나방’과 같은 마음이 된 듯한 느낌이었다. 생애 언제고 못 올 수 있는, 첫사랑 같은 마음으로 미도를 표현하려 했다”고 캐릭터 구축 과정을 설명했다. 또 “그럼에도 우린 앙상블 영화이기에 다른 배우들의 톤과 어울릴 수 있으면서도 내 색을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일까 고민했다. 현장에서 감각을 최대한 열어놔야 했다”고 덧붙였다.

전여빈은 ‘거미집’에 앞서 넷플릭스 시리즈 ‘너의 시간 속으로’(이하 ‘너시속’)로 시청자들을 만나기도 했다. 당시 ‘거미집’의 촬영을 ‘너시속’ 촬영과 병행해야 했기에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었다고도 토로했다. 전여빈은 “‘너시속’에서 맡은 역할과 ‘거미집’의 미도는 다소 상이했기에 캐릭터 구분은 확실히 잘 됐지만, 아무래도 동시에 촬영을 진행하며 체력적 한계를 느낀 적이 있었다”면서도, “이 벽을 깨보자는 미도의 열정적 자세를 나 ‘전여빈’의 집념으로 끌고 오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미도로서 고취시킨 열정이 결과적으로 나 전여빈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준 것”이라고 회상했다.

영화 ‘거미집’과 ‘신미도’란 인물을 관통한 정서를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란 키워드에 비유하기도 했다. 전여빈은 “배우라는 일이 사실 선택받아야 하는 직업이다 보니 내 뜨거운 마음과 노력의 정도가 결과물과 일치하지 않는 때도 많다. 노력할수록 잘 될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불확실성이 기본적으로 큰 직업이다. 그런데도 저는 이 직업을 도저히 포기 못하겠는 거다. 그 포기하지 못하겠는 마음, ‘중꺾마’가 이 영화와 김열 감독, 미도와도 통하는 지점이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중꺾그마’란 말도 생겼더라. 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가는 마음이라고 한다. 안돼도 그냥 하는 그런 마음, 김열 감독과 미도에게도 그런 순간이 계속 온다. 그럼에도 뚫고 나가려는 그 마음에 공감됐다”고 부연했다.

김지운 감독, 송강호 등 대선배들과 한 작품에서 호흡한 소감도 전했다. 전여빈은 “존경하는 선배님이지만, 배우 대 배우로서 그분들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며 “내가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을 후회없이 꺼내놓자란 각오로 임했다. 실망을 드리고 싶지 않았고, 배우로서 큰 책임감도 갖고 있었다”고 떠올렸다. 그럼에도 “막상 함께 호흡을 맞추는 순간엔 사람인지라 들뜨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더라”며 “자연스러운 화학반응이었던지라 진정하려 마음을 다잡은 순간도 많았다. 내가 원해왔던 가장 영화적인 순간이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덧붙였다.

‘거미집’의 현장을 겪기 전과 후 달라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도 했다고. 전여빈은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모든 걸 흡수하고 배워 내 것으로 만들고 싶던 현장”이라며 “‘거미집’ 현장을 겪은 후 내 마음과 표현의 진폭이 좀 더 짙고 넓어졌구나 생각이 들었다. 1분 전의 나와 다른 내가 되는 기분을 많이 느낀 현장”이라고 자랑스러워했다.

관객들에게 다가갈 ‘거미집’만의 매력 포인트도 전했다. 전여빈은 “지금까지 이런 앙상블은 없었다, 알록달록 앙상블이 향연을 이루는 영화”라며 “영화를 위한 영화, 시네마에 목말라 계셨던 모든 분들을 마음껏 끌어당길 수 있는 영화다.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싶어질 때, 내 행동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때 이 영화를 만난다면 함께 나의 고민을 들어주는 동지를 얻은 듯한 기분이 들 것”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한편 ‘거미집’은 지난 27일 개봉해 전국 극장에서 절찬 상영 중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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