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중세시대에는 남성에게서 무지외반증이 더 자주 나타났다는 학술 결과가 나왔다. 지난 6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 고고학과의 존 롭 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국제 고병리학저널’에서 “케임브리지 일대 묘지의 중세 유골을 분석한 결과 부유층일수록 무지외반증이 더 많이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이들은 케임브리지에서 성직자와 부유층 신도들이 묻힌 묘지와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공동묘지, 중간 계층의 묘지, 그리고 농촌 교구의 묘지 등 네 곳에서 유골 177구를 발굴해 분석했다. 흥미로운 점은 무지외반증이 발견된 유골의 65%가 남성이었다. 특히 부유층 묘지에 묻힌 성직자는 절반에 가까운 43%가 무지외반증을 보였다는 점이다.
왜 그럴까? 이유는 지금 여성들이 무지외반증으로 더 고통받는 것과 같다. 신발 때문이다. 당시에는 앞부분이 길고 좁은 풀렌(poulaine)이라는 남성용 구두가 유행했고, 상류층 남성 사이에서 이런 신발을 주로 신다보니 무지외반증이 생긴 것이다.
박 병원장은 그러면서 “연구 결과에서 보았듯이 무지외반증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은 신발이다. 과거에는 남성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여성이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 특히 서비스직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하이힐이나 구두 같은 불편한 신발을 신고 하루 종일 서있는 경우도 잦다. 좁은 하이힐 앞쪽에 발가락을 억지로 욱여넣고 하루 종일 서 있다 보면 엄지발가락이 변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발가락 휨 정도가 20도 이하인 무지외반증 초기 단계에는 변형을 지연시키기 위한 보조기, 발 볼이 넓은 신발, 내부 압력을 조절해줄 수 있는 인솔 등 보존치료를 시행한다. 그러나 보존치료는 변형지연이 목적이므로 이를 통해 무지외반증을 완치할 수 있는 건 아니”라며 “발가락이 30도 이상 휘어지게 된다면 통증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게 되므로 수술 치료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