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고서 발견된 영아사체 2구…"내가 죽였습니다"[그해 오늘]

서래마을서 영아 살해 유기 사건 발생
사체 발견 이후에도 범행 부인하던 쿠르조 부인 범행 자백
韓 수사 기법 무시해오던 프랑스 사회에 큰 충격
베로니크, 남편 몰래 단독범행…8년 선고 4년만에 가석방
  • 등록 2022-10-12 오전 12:03:00

    수정 2022-10-12 오전 12:03:00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내가 아기들의 엄마입니다.”

2006년 10월12일. 대한민국과 프랑스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 영아 살해 유기 사건이 엄마인 베로니크 쿠르조가 자신의 아이들임을 시인하면서 진범으로 드러났다. 베로니크와 그의 남편 장-루이 쿠르조는 집 냉동고에서 발견된 영아 사체 2구에 대해 자신들이 부모가 아니라며 살인 혐의를 부인해왔다.
지난 2006년 발생한 서울 서래마을 영아유기사건의 범인 베로니크 쿠르조(오른쪽)와 남편 장-루이 쿠르조(사진=연합뉴스)
사건은 석 달 전인 2006년 7월 23일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프랑스 출신 기술자인 장-루이 쿠르조가 본인 집 냉동고를 뒤지던 중 수건과 비닐봉지에 싸인 영아 시체 2구를 발견하고 곧바로 방배경찰서에 신고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사건 초반에는 필리핀인 가정부 등 주변 인물들이 용의 선상에 올랐다. 몰래 이 집을 드나들었다는 여성의 이야기 등 엉뚱한 소문만 무성했다. 베로니크는 사건 초기 3년 전 받은 자궁 적출 수술을 이유로 용의자에서 벗어났다.

사건이 한국과 프랑스의 외교적 문제로까지 비화한 건 5일 후인 7월 28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유전자(DNA) 분석 결과를 토대로 영아들의 친부로 장-루이 쿠르조를 적시하면서다. 쿠르조 부부는 한국 수사당국의 DNA 검사 결과를 무시하면서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프랑스 여론도 한국의 사법체계를 은근히 무시하는 경향을 보였다.

국과수는 2번째 DNA 조사를 벌여 베로니크가 영아들의 친모인 사실도 추가로 발표했다. 베로니크의 칫솔과 귀이개 등에 남은 DNA가 영아들의 DNA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베로니크의 자궁 적출 수술 과정에 남았던 조직세포 표본에서 확보한 DNA 역시 같은 결과를 보였다.

다만 장-루이 쿠르조는 이미 프랑스로 출국한 이후였다. 출국 시점이 DNA 검사가 나오기 전이어서 출국을 금지할 명분이 부족했다. 베로니크도 당시 프랑스에 거주 중으로, 부부 모두 한국을 떠난 상태였다.

이들이 한국 귀국을 거부하면서 속인주의 원칙에 따라 수사 주체가 대한민국 경찰에서 프랑스 경찰로 이첩됐다. 쿠르조 부부는 “한국 수사당국의 DNA 분석 결과는 믿을 수 없다”면서 버텼다.

그러나 프랑스 측 DNA 분석 결과에서도 영아들의 부모는 쿠르조 부부였다. 베로니크는 결국 자신이 아기들의 친모임을 시인했다.

자백에 따르면 베로니크는 지난 2003년 11월 남편 몰래 홀로 이란성 쌍둥이를 출산한 직후 살해한 뒤 냉동고에 넣었다. 장-루이 쿠르조는 출장이 잦아 그녀는 남편에게 임신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 이후 12월에 들어서 복부에 극심한 통증을 느낀 베로니크는 자궁 적출 수술을 받았다.

자신의 죄를 인정한 베로니크는 ‘임신 거부증’을 이유로 무기징역 대신 최종 8년형을 선고받았다. 이후 언론과 접촉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베로니크는 4년만에 가석방돼 출소했다. 장-루이 쿠르조는 아내의 임신 거부증과 영아 살해에 대한 책을 썼는데 한국에도 ‘그녀를 버릴 수가 없었다’는 제목으로 출간됐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의 과학수사 기법이 프랑스를 비롯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았다. 국과수의 DNA 검사 결과가 너무나 정확하게 나오면서 내심 이를 얕잡아 보던 프랑스 경찰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프랑스 유력 일간지 르 몽드는 “우리는 지난 몇 달 동안 한국을 향해 경멸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다. ‘우리’에는 경찰, 사법부, 변호사, 언론, 여론이 모두 포함된다”라며 “우리가 직접 DNA 검사를 하고 나서야 서울에서 찾아낸 증거를 받아들였다”고 반성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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